모란이 피기까지는

영랑 김윤식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지난 6월 15일 강진 영랑생가 잔디밭 특설무대에서 ‘비타포엠과 함께하는 시 콘서트’가 열렸다. ‘비타포엠’은 시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시를 낭송하고 또 노래함으로써 우리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시를 통해 밝은 세상을 만들고자 만들어진 단체이다. 따라서 시를 가까이하고 즐기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비타민 같은 시모임

또한 ‘비타포엠’은 정기적인 시낭송회를 갖고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짝수 달 셋째 목요일에 정기적인 시낭송회 행사가 열린다. 행사는 초청 강연과 시낭송, 그리고 공연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시인들을 초대해 삶과 문학에 대해 듣는 자리다. 회원들의 시낭송과 시 노래를 통해 시를 생활화 하고 있는 그들에게서 어떤 물음표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비타포엠’은 멤버들은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수용함으로써 시를 중심으로 하지만 다른 장르는 물론 인접 예술 분야로 관심을 넓혀 회원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수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예술작품의 원형을 찾아가다

이번 28번째 찾아가는 시낭송회는 우리 고장이 낳은 대표적인 서정시인인 영랑의 고향 강진에서 ‘시문학파 기념관’과 함께 진행되었다. 강진 지역 문인들과 더불어 시낭송회를 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날이어서 보다 뜻 깊은 행사로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예술작품의 원형은 작가의 정신에 깃든 고향의 이미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본다.

김완 비타포엠 회장은 “영랑생가, 시문학관, 다산초당, 백련사, 강진청자 박물관, 마량포구로 이어지는 문학 답사를 겸한 이번 시낭송회를 통해 역사 앞에 바로설 수 있는 마음자세도 가다듬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해서 더욱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초청 강연은 ‘영랑과 우리말의 달인들’이라는 주제로 고재종 시인이 함께 했다. 평생을 사라지고 소외되는 것들에 대한 토착적 정한과 그것들의 아름다움을 그려낸 시인, 그것도 시어의 정수만을 골라 섬세하고도 간결한 함축미를 꾀한 시인, 특히나 회상물에 대한 날카로운 소묘와 행간의 큰 여백으로 더 이상 말해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말 못함의 여운을 아득아득 느끼게 하는 시인 박용래를 비롯하여 이시영, 정호승, 김종삼, 문태준의 시의 세계를 조명했다.

자작시 낭송은 강회진, 이인범, 고성만, 이지담, 정관웅, 양치중, 김미순, 이수희, 안오일 시인의 소리들로 남도 문화꽃을 피웠다.

대동문화 77호 [2013 7,8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