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광주시장이 여러 곳에서 '광주정신'을 말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포럼이나 세미나 등에서 광주의 가치, 광주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광주정신'을 말했다. 그러나 무엇인 광주정신인가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었다.

 5.18 36주년을 맞아 이번에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광주매일신문 공동주관으로 28일 5.18기록관 7층 다목적강당에서 ‘광주정신의 미래를 말한다’를 주제로 5.18 36주년기념 학술포럼을 열었다.

여기에서는 5.18을 ‘광주정신’으로 지역에 한정시키기보다는 광주정신이 5.18을 바탕으로 전국화, 세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럼에 앞서 나간채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인사말에서 “5월의 역사에서 우리가 만들어낸 하나의 성과가 바로 ‘광주정신’이라는 가치의 이념인데 구체적이지 못한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한 수준으로 표현되고 있다.”며 “광주정신에 대한 개념 정립과 구체적인 실천의 맥락에 접근해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가치이념으로 발전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나간채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광주정신에 대한 개념 정립과 구체적인 실천의 맥락으로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가치이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정신 형성, ‘발명’으로 비유해

이날 포럼은 김기곤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광주정신의 현대적 의미와 실천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김기곤 광주전남연ㅇ구원 연구위원

김기곤 연구위원은 “광주정신은 광주라는 지리적 공간을 중심으로 생성된 독특한 인식, 사고의 체계다.”며 “호남정신, 남도정신의 흐름이 1980년 5월의 거대한 사건을 경과하면서 구체화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고 개념정리를 했다.

광주정신은 5.18항쟁의 경험과 헌혈, 주먹밥, 공동체 등 다양한 기억 활동을 통해 의미가 형성되고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다고 한다.

김 연구위원은 광주정신은 ‘발명’된 개념에 가깝다고 비유했다. 그는 “5월운동의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들이 형성되어 숙성된 것이다”며 “형성과정은 80년에 완성된 것이라기보다 5월운동이 정치적으로 결정맺는 2000년까지 20년의 기간동안 숙성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기곤 연구위원은 광주정신의 실천과제로 ▲인식의 전환 ▲학문적인 연구 ▲광주정신과 관련된 다양한 공간 형성 ▲광주정신에 대한 문화예술적 재현활동 활성화, ▲시민주체 형성 ▲대안적 도시정책으로 새로운 정치 추동 ▲개방, 포용, 연대를 통한 인권공동체 지향을 화두로 던졌다.

광주정신, 대한민국의 국민적 관심사 인가

주제발표 이후 지역•경제, 문화•예술, 정치, 교육, 지역언론 분야로 나누어 ‘광주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세분화시켰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먼저 지역•경제분야로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방법론적 의심을 위한 ‘광주정신인가, 5.18정신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5.18 정신을 광주정신으로 규정한다면 지역화 되는 것부터 염려했다. 오늘날 5.18은 광주의 일일 뿐 전라남도의 일, 호남 전체의 관심사,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점을 꼬집었다.

‘광주정신’이라는 이름 아래 지역에 가두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5.18을 지역성과 결합시키면 결국 아무런 학문적 근거도 없는 나르시스적 자기도취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김상봉 교수는 “5.18에 대한 기억이 눈물이고 슬픔이라면 남에 대한 격분인가 스스로의 슬픔인가를 짚어봐야 한다”며 “집단적 기억이 정신으로 규정지을 수 있느냐”고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김 교수는 “광주와 5.18을 분리하여 객관적으로 성찰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광주정신은 상생에 있어 상생경제, 노사 파트너십 등이 의제로 제시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5.18 상징하는 ‘상징타워’ 건립 제안

다음은 문화예술 분야로 나상옥 광주미술협회장이 ‘광주정신과 문화예술’에 대한 발표를 했다.

나상옥 광주미술협회장

나상옥 미술협회장은 “광주정신을 바탕으로 도청 근처의 학교에서 문화예술특성화 학교, 창작대안 공간 활용이 시급하다.”고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5.18이 발생한 역사가 있는 현장에 시민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분수대를 중심으로 5.18조각공원 및 근현대사 미술관 건립도 제안했다. 역사교육현장에 시각적인 부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 회장은 “광주정신을 대표하는 상징타워를 건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며 “도청은 보존되어야 했고, 교육현장으로 만들어야 하는게 중요하다.”고 마무리 지었다.

토론회 열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워졌다. 5.18에서 광주정신까지 이어지면서 논쟁도 분분했다.

호남 발전, 한국의 치부 해결하는 일

정치 분야로 최영태 전남대 사학과 교수가 ‘총선과 호남의 선택, 그리고 광주정신’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최영태 전남대 사학과 교수

최영태 교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5.18정신이 부정 내지 외면 받았다.”며 “민주정권이 수립되지 않고는 광주정신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4.13 총선을 통해 ‘야소여대’가 된 상황으로 국회에서 민주주의 위협요소를 제거하고 인권을 신장시켜 지역 간 균형발전을 통한 통일 기반 조성으로 범위를 넓혀나갔다.

최 교수는 “지역정치 활성화의 토대를 만들어 민주도시에 걸맞은 위상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며 “호남을 발전시키는 것은 한국의 가장 큰 모순을 해결하는 것으로 더 나아가 통일의 기반을 닦는 것이다.”고 말했다.

교육분야에서는 정희곤 광주시 교육정책자문관이 ‘광주정신 교육체제 구축과 과제’라는 주제로 광주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정희곤 광주시 교육정책 자문관

정희곤 자문관은 “교육은 백년지대계인데 그동안 대통령이 바뀌면 교육이 마음대로 바뀌었다.”며 “시장, 교육감이 바뀔때바다 중장기발전계획도 바뀌었다. 결국 중장기계획이 없다는 것으로 부실하게 교육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교육에서는 5.18정신을 가르치지 않는다. 이러니 정신계승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밖에 없다.”며 “과연 우리는 제대로 아이들에게 5월을 가르쳤는가.”라고 문제를 삼았다.

5.18정신, 언론이 관심 있게 지켜줘야

지역•언론분야에서 이경수 광주매일 경영사업본부장이 ‘광주정신 보편화 의제설정, 노력 계속해야’라는 주제로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이경수 본부장은 80년대 ‘제갈’을 물린 언론의 자화상, 90년대 진상규명, 2000년대 기념사업, 광주정신의 세계화 등 언론의 행적을 훑어봤다.

이경수 광주매일신문 경영사업본부장

그는 “언론은 광주정신의 의제 제시에 소홀해서는 안된다”며 “5.18정신이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를 치유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언론의 제기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시간이 훌쩍 넘는 주제발표 및 분야발표가 끝난 이후에도 플로어의 열기는 가라앉지 않고 수많은 질문과 의견들로 끝이 보이지 않았다.

김경천 전 국회의원은 “5.18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며 “앞으로 광주지역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상기 광민회 고문은 “광주정신이라고 하면 지역정신에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며 “세계화 하려면 ‘5월 정신’으로 바꾸어 말해야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갈 수 있다”고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 유일하게 참석한 김경진 국회의원(북갑)은 “포럼을 통해 나온 내용들을 잘 새겨 담아 국회 의정 활동하는데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다이  -0811-@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