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에서 성은 곧 국가를 상징한다. 두보의 시 「춘망(春望)」에서 ‘국파산하재 성춘초목심(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라는 대목은 ‘나라는 깨어졌으나 산하는 그대로이고, 도성에 봄이 돌아오니 초목만 무성하다’라는 뜻이다.

안록산의 난으로 망해가는 당나라를 ‘성’으로 표현했다. 김영랑의 시에서 ‘무너진 성터에 바람이 세나니 가을은 씁슬한 맛뿐이구료’ 하는 대목도 일제에 병탄을 당한 우리네를 ‘무너진 성터’에 비유한 것이다. 성은 권위이자, 처녀성이자, 자존심이다.

광주 장원봉(386m)을 중심으로 잣고개 주변의 장대봉과 제4수원지 안쪽에 남북으로 약 1km 동서로 약 500m의 장타원형으로 축조된 성이 무진고성이다. 무진은 광주의 옛 이름으로 언제부터 이 성을 무진고성으로 불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문헌 기록이 적어 축조 시기나 주체, 규모 등에 대해서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광주읍지>의 기록에 의하면 주위 2,560보 토축은 32,048척으로 되어 있다. 건물지는 동문지를 중심으로 17개소의 유지가 있고, 성 내부에 5개소의 건물지가 남아 있다.

1988년에 1차, 1990년에 2차로 전남대학교 박물관에서 발굴 작업을 했는데 백제 축성법으로 성을 쌓았음을 밝혀냈다. 유물도 출토되었는데 순청자, 상감청자들이었고, ‘관(官)’, ‘성(城)’, ‘국성(國城)’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기와편과 서조문(瑞鳥文)·귀면문(鬼面文)·일휘문(日暉文)이 돋을새김된 막새기와도 발견되었다. 왕벌 모양의 수막새는 신기하다.

무진도독고성과 관련된 배후 산성으로 대피나 농성을 목적으로 축조되었을 것으로 파악했다. 8~9세기에 처음 축성되었다가 9세기 중반에 일시적으로 폐성이 되고 9세기 후반에 새롭게 수축되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시에서는 무진고성 일대를 복원 정비하여 잣고개 정상에 성문루를 건립하고 성 400여m를 복원 정비했다. 동문지도 복원했다. 광주시는 무진고성 터를 지방기념물 제14호로 지정(1989년 3월 20일) 보호하고 있다.

이곳을 잣고개라고 불렀는데, 이 고개를 중심으로 성터의 흔적이 남아 있고 성의 부속 건물에 쓰였을 법한 기와조각이 많이 발견되었으며, 주변 마을 주민들이 성터 너머 마을을 ‘도독고을’이라 불렀기 때문에 ‘무진도독 고성’과 연계한 배후 산성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무등산 옛길 개설로 이 무진고성지를 통해 무등산을 등산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광주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쉼터로 제격인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주변에 쓰레기가 항상 널려 있다. 성은 권위이자, 처녀성이자, 자존심이다. 광주의 자존심, 무등산에 남아 있는 무진고성지를 깨끗하게 이용하는 것이 무등산 환경 보존이자, 문화재 보존의 방법일 것이다.

대동문화 77호 [2013 7,8월호]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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