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정직하다! 그렇다. 적어도 몸은 허세나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 나아가 몸이 정직하다면, 몸을 통해서 나타나는 모든 증상들 역시 정직할 수밖에 없다. 즉 모든 증상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지 않 법이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몸의 증상에 대해서 무심하거나 때로는 외면한다. 단지 병리적인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때로는 신경성이라는 다소 모호한 정의로 합리화하기도 한다.

참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트림을 자주 한단다. 식후에 자신도 모르게 트림이 나온단다. 집에서는 참겠다. 그런데 중요한 사업상의 자리에서도 트림은 여전히 빈발한다. 상대는 허세를 부리는 것으로 오인하여 이미지와 협상에서 손해가 막심하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활명수나 탄산음료 등을 음용한다. 마시면 조금은 시원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조차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트림하는 것도 문제인 병이 있느냐고 되묻는다. 환자의 호소다. 한의사는 대답한다. 병이다.

의사로서 먼저 위로를 해 준다. 간혹 하는 것은 좋다. 조상의 지혜를 보라. 아이도 젖 먹고 트림을 시킨다. 트림은 방귀와 같다. 가스가 올라오느냐, 내려가느냐 하는 차이일 뿐이다. 생리적인 현상이다. 고로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이렇게 위안한다.

가족과 주위의 핀잔에 검사란 검사는 다 받아보았다. 위는 깨끗하다. 병원에서 역류성이라거나 신경성이란 진단만 나온다. 소화제나 항생제 등의 모든 치료를 마스터(?) 해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주위에 창피하고 당혹스럽다. 고칠 수 있기는 한 것이냐? 근거를 제시하는 친절에도 수긍하지 못한 환자, 애절한 눈빛의 하소연이 계속된다.

이제 의사로서의 몇 가지의 예비 질문을 던진다. 최근 피로했을 것이다. 식후에 식곤증이 심했다. 자주 눕거나 졸린다. 살이 빠진다. 사지가 차다. 가슴도 답답하다. 머리가 맑지 못하다. 깊은 잠도 못 이룬다. 찬 것에 설사를 자주 한다. 이런 증상을 지니고 있지 않느냐? 맞다. 환자의 반응이다. 어찌 알았느냐?

위로 방출할 것이냐, 아래로 방출할 것이냐

소화기는 전체를 단순하게 보면, 긴 관이자 터널이다. 섭취한 음식물이 부담스럽다? 소화기는 대처법이 단순하다. 가장 빨리 몸 밖으로 내보야만 한다. 위까지의 상부에서는 토한다. 장부터 하부에서는 설사로 대처한다. 문제는 증상이 가벼울 때이다. 즉 토하거나 설사하는 급박한 단계에는 못 미치는 경우에서다. 이런 때는 위에서는 되새김질처럼 트림을 하게 된다. 장에서는 더부룩한 복창과 방귀로 증상을 대신한다.

트림은 위에서의 가스의 배출이다. 단순한 의미로 정의하면 의학적으로는 아쉽다. 트림 증상은 위의 구조적인 문제를 되짚어봐야 한다. 즉 위가 늘어진 정도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음식물이 들어오면 위가 음식물의 무게에 쳐진다. 위가 늘어지는 것이다. 심하면 문제이다.

‘하수’란 한방의 고유한 용어다. ‘아래로 매달린다’는 의미다. 장기나 조직이 밑으로 처지고 내려가는 경우이다. 환자들은 흔히 밑으로 빠진다고 호소한다. 우리 몸에서 특히 잘 쳐지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눈꺼풀과 유방, 자궁이나 항문 등이 그들이다. 밥통인 위도 잘 처진다. 중력에 대한 몸의 저항이 약해진 탓이다.

‘위하수(胃下垂)’는 말 그대로이다. ‘위가 늘어지고 쳐진다.’는 뜻의 단어이다. 위는 죽처럼 변한 소화물을 다시 장으로 넘겨야 한다. 늘어지면 장으로 소화물을 넘기는 것이 부담스러워진다. 풍선에 물을 넣어보자. 물의 무게로 인해 풍선은 아래로 쳐진다. 이때 쳐진 물풍선은 무게가 실리게 되어 아래에 있는 장을 압박하게 된다.

위하수는 소가 되새김 하듯이 트림이나 넘어오는 느낌이 반복하여 든다. 팽만감, 트림, 식욕 부진, 변비 등의 증상도 동반된다. 아울러 심리적으로 예민해지거나 신경질적이 된다. 두통, 어지러움과 불면 등의 증상까지 호소한다.

위장을 운동시켜 체질부터 개선합시다

위하수는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장부의 기운을 보강해 주면서 위장의 운동성을 향상시키는 치료를 한다. 한약은 원기를 끌어 올리는 ‘보중익기탕’ 등을 처방한다. 침 치료는 위장의 근력과 활동성을 강화시킨다. 위 무력증과 하수의 치료에 효과적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성을 회복해야 한다. 혈류가 개선되어야 한다. 불면과 스트레스를 피할 일이다. 무엇보다도 운동은 위하수에도 최고의 예방이자 처방이다.

‘용트림’이란 말이 있다. 단어의 어감은 참 좋다. 그러나 과장되게 트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허세를 부린다’는 약간은 부정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감정을 트림에 담아선 말한 조상의 지혜가 담겨있다.

"식후에 트림하신다고요? 시원하시겠습니다." 이렇게 말들을 한다. 그런데 자연스런 트림은 위장의 신호이자 생리현상이다. 그러나 심하다면? 병리적 현상을 미리 예보하는 것이다. 몸은 정직하다!

대동문화 77호 [2013 7,8월호]

안수기 한의학 박사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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