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은 효와 충의 고장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유려한 산세와 섬진강의 맑은 물, 온유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곳에서는 우리 역사상 효와 충으로 상징되는 심청과 신숭겸을 배출했다.

추억의 증기기관차를 체험할 수 있는 섬진강 기차마을

오랜 가뭄으로 목마르던 대지에 오랜만에 꿀맛 같은 장맛비가 내렸다.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의 목숨을 담보한다. 우주가 처음 생성되고 태양에서 내리 쬐는 빛과 물이 만나 첫 생명체가 탄생하였으니 빛과 물을 떠나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장맛비 그치고 햇살 고운 날 곡성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섬진강을 껴안고 있는 고장이다. 물은 뭇 생명체의 근본이며, 예로부터 효(孝)와 충(忠)은 인간의 근본이라 했다.

곡성은 효(孝)와 충(忠)의 고장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유려한 산세와 섬진강의 맑은 물, 온유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곳에서는 우리 역사상 효(孝)와 충(忠)으로 상징되는 심청과 신숭겸을 배출했다.

심청이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오곡면 송정마을에 조성된 심청 한옥마을

효녀 심청의 관음불상을 봉안한 관음사

뱀 허리춤 추듯 구불구불 3.5km의 산길을 달려 맨 먼저 찾은 곳이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간직한 오산면 선세리 관음사다. ‘관음사 사적기’(송광사 성보박물관 소장)에 따르면 관음사는 백제가 불교를 공인한 서기 384년보다 훨씬 이전에 지어진 유서 깊은 사찰이었지만 정유재란과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전소되었던 것을 근대에 극락전과 원통전을 복원하였으며 지금도 불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효녀 심청이 보내온 관음불상을 봉안하기 위해 창건된 관음사 전경

심청에 대한 기록은 ‘관음사 사적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심청은 원홍장이라는 실존 인물로 곡성군 오곡면 송정마을(도화촌)에서 태어났다. 장님인 부친을 극진히 봉양해 고을 사람들의 칭송이 자자했으며, 중국 회계국(절강성 보타구 일원)의 무역상이었던 심국공의 아내로 팔려갔다. 그 후 심청이 고향과 부친을 그리워하며 보내 온 관음불상을 봉안하여 창건한 사찰이 관음사다. 심청이 보내온 것으로 알려진 흙으로 빚어 구운 불상이 현재 전해오고 있으며, 원홍장탑으로 불리는 가곡리 오층석탑(보물1322호)이 이웃하고 있다.

군에서는 심청이 태어난 오곡면 송정마을에 심청 한옥마을을 조성하고 청소년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각종 전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매년 9월 하순에서 10월 초에는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곡성 심청 축제가 열린다.

원홍장탑으로 불리는 오산면 가곡리 오층석탑

왕건 목숨 구한 충신 신숭겸 배향한 용산재

목사동면 구룡리에는 자기의 목숨을 바쳐 고려 왕건을 구했다는 충신 신숭겸을 배향하는 용산재가 있다. 구룡리는 마을 뒷산인 비래봉의 지맥이 아홉 마리 용처럼 뻗어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신숭겸이 어려서 무예를 익혔던 것으로 전해오고 있다. 주변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며 이어져 마을이 마치 연꽃 속에 들어앉은 형국이다. 높낮이로 운율을 맞추며 한 잎 한 잎 연꽃처럼 겹겹이 쌓인 산들은 대기원근법에 의해 수묵화처럼 농담을 달리하며 신비감을 자아낸다.

신숭겸은 927년(태조 10) 공산 전투에서 태조 왕건이 견훤이 이끄는 후백제군에게 포위되어 진퇴양난에 처하게 되자 왕건에게 “제가 대왕과 외모가 비슷하니 제가 대왕으로 변장하고 적들과 싸우겠습니다. 대왕께서는 이곳을 탈출하십시오.”라며 왕건의 옷으로 갈아입은 후 왕건 행세를 하며 군대를 통솔하다가 태조 왕건이 전장을 무사히 빠져나간 후 전사했다.

전사 후 신숭겸이 타던 용마가 그의 목을 물고 가까운 태안사 뒷산에 나타나 3일간이나 울었다 하며 그 때 말고삐를 매었던 계마석이 죽곡면 삼태리 마을 앞에 전해오고 있다.

국토의 시인 조태일 시문학 기념관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 우리의 하늘 밑에서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리는 / 우리의 가락 속을 거닐 수밖에 없는 일이다.’

~ 중략

- 조태일 서시 ‘국토’ 중에서

죽곡면 원달리 태안사 입구에는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정치적 폭압에 맞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저항시인 조태일(1941~1999)을 기리는 ‘조태일 시문학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태안사에서 대처승의 아들로 태어났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등단해 시집 <아침선박>, <식칼론>, <국토>, <자유가 시인더러>,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등을 펴내며 군사독재의 폭압에도 강직한 정신으로 분단의 아품과 통일의 열망을 담은 ‘국토’ 연작을 발표했다.

조태일은 한국작가회의 모태인 자유실천문인협회 창립을 주도했고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앞장섰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투옥되고 펴내는 시집은 판금을 당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광주대학교 초대 예술대학장을 지냈으며 1999년 간암으로 작고했다.

기념관에는 조 시인의 일생을 살펴볼 수 있는 2천여 점의 유품과 활동 과정이 디오라마로 연출되어 있으며 광주대학교 재직 당시의 집무실을 재현해 놓았다. 또한 우리나라 시 문단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인들 연대표와 활동상, 육필 원고 등이 전시되어 있다.

시집 전시실에는 해방 이후 발간된 최남선의 <백팔번뇌>, <오뇌의 무도> 등 희귀본과 근대 시집 3천여 권이 전시되어 있다. 창작실은 문학도와 문인들의 창작 공간으로 총 4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적은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죽곡면 동계리 태안사 가는 길목에는 사진가 김종권이 그동안 촬영해 온 독도와 아름다운 남도 사진 전시와 함께 각종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섬진강 문화학교가 있다.

옥과면 성륜사 옆에는 전남도립 옥과미술관이 있는데 이 미술관은 아산 조방원 화백이 평생 동안 수집한 간찰(簡札) 5,770점을 비롯한 서화, 서첩류 99점, 성리대전 목판각 939점, 부지 4,263평을 전라남도에 기증함으로써 건립됐다.

사찰로는 신라 경덕왕 원년에 창건 된 태안사와 신라 무열왕 7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도림사, 그리고 근대의 선승 청화 스님이 창건한 성륜사도 있어 곡성은 맑고 아름다운 섬진강을 벗 삼아 효와 충, 그리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오곡면에 위치한 섬진강 기차마을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하다. 섬진강 기차마을을 출발해 가정역까지 왕복 20km를 오가며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수려한 청정 섬진강의 비경을 감상하며 마음을 쉴 수 있는 곳이다.

자투리 여행 - 섬진강 기차마을과 장미공원

1004 품종의 장미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장미공원

오곡면에 위치한 섬진강 기차마을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하다. ‘2014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될 만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이곳은 추억의 증기기관차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섬진강 기차마을을 출발해 가정역까지 왕복 20km를 오가며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수려한 청정 섬진강의 비경을 감상하며 바쁜 일상으로 지친 심신에 쉼표 하나를 찍기에 그만인 곳이다.

레일바이크 또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색다른 체험거리며, 실제 새마을호열차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레일 펜션에서의 하룻밤 숙박은 곡성 여행의 오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또한 섬진강 기차마을 단지 내에 위치한 장미공원은 4만㎡의 부지에 1004 품종의 장미를 식재한 국내 최대 규모의 장미원이다. 꽃송이의 크기를 달리하며 형형색색으로 피어나는 장미의 아름다운 자태와 은은한 향기는 과연 장미가 꽃 중의 꽃이라고 부르는 까닭을 이곳에 와보고서야 비로소 알 것 같다.

그리고 200여 종의 연꽃이 식재된 연못과 분수, 장미 미로, 각종 조형물, 야간조명 등이 어우러져 관광객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주변에는 요술 랜드를 비롯한 장미공원 생태관, 동물농장, 짚풀공예 체험장, 기차마을 드림랜드 시설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관광에 안성맞춤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5월 하순과 6월 초순 사이에 ‘곡성 세계 장미축제’가 열린다.

문의: 섬진강 기차마을 061)382-9900, 6174

장미공원 061)360-8358, 8633

대동문화 89호 2015년 7월 8월

라규채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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