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 시장은 한창기 선생에 대해 청년 시절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30대 변호사 시절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 잡지 발행 당시 법률 고문과 한 선생의 유언 집행인으로 활동한 인연으로 가깝게 지내며 큰 영향 받았다. 10명의 스승을 꼽으라 하면 그 중 한창기 선생님을 꼽는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의 친필 서명

“《뿌리 깊은 나무》의 창간사를 보면 우리가 잘 사는 일은 헐벗음과 굶주림뿐만이 아니라 억울하고 무서움에서도 벗어나는 일이고 안정을 지키면서 변화를 맞을 슬기를 주는 저력이 문화라고 말하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말처럼 문화는 한없이 크고 발전해도 늘 부러운 것이다. 문화는 모든 것의 기초이며 광주가 갖고 있는 문화와 예술을 자산을 잘 살려야 한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지난 7월 4일 오전 19시 30분부터 동구청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한 말이다. 사)대동문화재단과 광남일보가 후원해 지난 7월 4일 열린 (사)남도전통문화연구소(이사장 한광석) 초청 강연회에서 박 시장은 500여명의 시민들이 가득 찬 가운데 ‘도대체 한창기란 사람은 누구일까?’를 주제로 강연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 강연 '한창기란 사람은 누구일까?'

박 시장은 “한창기 선생은 청년 시절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30대 변호사 시절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 잡지 발행 당시 법률 고문과 한 선생의 유언 집행인으로 활동한 인연으로 가깝게 지내며 큰 영향 받았다. 10명의 스승을 꼽으라 하면 그 중 한창기 선생님을 꼽는다.”고 말했다.

풀뿌리 삶을 이해한 그 사람 한창기

한창기라는 인물에 대해서 박 시장은 “한 선생이 출판인이자 언어학자였으며 풀뿌리 삶을 이해한 사람이었다. 사라져 가는 판소리를 찾아내 보급하고 민족의 전통문화를 살리는 데 기여했다.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 이라는 잡지에는 시대를 통찰하고 바꿔나가려는 인식이 담겨 있다. 한 선생으로부터 꼼꼼함과 세심함 시대를 예견하는 통찰력을 배웠고 그의 정신과 행동을 늘 본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가지 일화로 현미경처럼 꼼꼼한 그에게 주변에서 망원경을 선물하니까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동사무소 서기가 되는 사람은 없다. 나는 서기가 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또 “한창기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서울 시장으로서 서울을 국제적 문화도시로 만들고 있다. 서울 공예박물관 건립,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 추진, 돈화문 국악예술당 건립, 서울 김장 축제, 서울시 국악 종합 발전 계획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또 “청년 세대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청년정책과를 신설했고, 베이비붐 세대 250여만 명을 위해 서울시청에 25개 인생 이모작 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특히 취업 정책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한창기 씨는 1936년 전남 벌교에서 출생해 벌교초, 순천중, 광주고,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스물다섯 살 무렵에 의정부의 미8군 영내에서 미군의 귀국용 비행기표를 팔다가 영어 성경책 세일즈맨이 되었다. 그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알게 되고 브리태니커 본사에 세일즈맨이 되고 싶은 열망을 전하여 마침내 브리태니커 코리아를 일군다.

1970년 그의 나의 서른네 살, 브리태니커 코리아의 사장이 된다. 그해 4월 브리태니커의 사내보였던 《ENBCO, 엔브코》의 제호를 《배움나무》로 바꿔 정기간행물로 등록했는데 이것이 바로 1976년 《뿌리깊은 나무》의 시작이 되었다. 한국 잡지의 바이블이 된 《뿌리깊은 나무》는 우리 출판문화뿐만이 아니라 문화 다양성으로 확대되고 있다.

《뿌리깊은 나무》 총53권이 진열되다

한국문화의 뿌리를 지킨 문화 영웅

그는 한국문화를 세상에 알리는 일에 앞장섰다. 한창기 사장은 70년대 초반부터 인문학 경연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예술 심포지움이라 했지만 세계적인 석학을 한국에 초빙하였고, 판소리 보급에 힘을 쏟기도 했다. 한글학회 회원, 한글문화협회 회원 등으로 한글 연구로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뿌리깊은 나무》은 1980년 8월 총 53권을 끝으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강제 폐간되었지만 많은 전설을 낳았다. 비록 그 이름은 사라졌지만 《뿌리깊은 나무》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또 다른 이름의 《뿌리깊은 나무》를 이어 썼기 때문이다. 그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 당시에는 변호사였다.

왼쪽부터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사)남도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 한광석, 김선문 아트 콜렉터.

박원순 시장은 한창기 사장을 앞선 생각과 실천, 넉넉하게 퍼주면서 또 망원경을 선물 받을 정도로 꼼꼼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던 시절에도 한복을 정갈하게 입고 다니던 사람. 친구가 많지 않았어도 깊이 있게 사귀던 사람, 평생을 혼자였지만 결코 혼자가 아닌 사람으로 소개했다.

한창기 사장은 61세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의 일생은 단편이었지만 문화의 한가운데를 통과한 태풍이었다. <뿌리깊은 나무>, <한국의 발견>, <샘이 깊은 물>, <민중자서전>, 판소리 등 한국적인 것을 피토하듯 쏟아놓고 떠났다. 우리 시대에 한창기와 같은 인물이 다시금 이야기되는 것은 뿌리 깊은 한국 문화의 가치가 다시 생각될 때이기 때문이다.

대동문화 89호 2015년 7월 8월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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