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예술,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다

hole-and-corner M, 봄의 기운을 모으다

근대문화마을 양림동 '홀앤 코너 엠'

‘홀앤코너 엠’이 미디어 아트 전문 갤러리로 광주에 문을 연다. 작가들의 자유로운 창작 욕구를 분출하고 휴식과 재미의 장으로 만들어 가는 홀 앤 코너 엠은 아시아 작가를 중심에 놓고, 세계의 뉴미디어 작가들까지 포함한다. 영상, 사진, 설치 등 포괄적 의미의 미디어 아트 전반을 소개하고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광주공원의 자락에 있는 50년이 넘은 낡은 가옥을 개조해 조성했다. 전시실 내부의 천장은 대들보가 노출돼 전통 가옥의 구조를 지키면서 현대적 화이트 큐브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4개의 전시실과 전시실을 이어주는 통로로 이루어진 전시 공간은 30여 평의 정원과 카페 그리고 갤러리가 함께 구성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원 자락의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이곳은 일상과 예술이 함께 호흡하고 있다. ‘홀앤코너 엠’은 일상과 예술,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 시대 미술의 한 단면을 펼쳐 보이게 된다.

2012년 봄 개관에 앞서 새로운 공간을 소개하는 자리에 그 동안 수많은 여행지를 다니며 이미지 작업을 해온 남수 작가를 초대했다. 여행과 그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을 담은 사진과 영상 작품으로 봄의 기운을 모으고 있다.

일상성 안에 예술이 스며든 공간

사전적 의미의 ‘hole-and-corner’ 는 ‘비밀의, 은밀한, 남몰래 하는’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갤러리 이름인 ‘hole and corner’는 일상적 공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사적인 성격과 예술적 창조 과정의 사적이고 신비적 요소의 의미가 함께 담겨있다.

처음 hole-and-corner(이하 홀앤코너) 공간이 문을 연 것은 2009년 5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카페 골목의 반지하 공간이었다. 레스토랑으로 개조된 주택의 지하에 자리 잡은 ‘스페이스 홀앤코너(Space Hole and Corner)’는 차고와 연결된 반지하 공간으로 천장이 2m 정도이고 몇 개의 크고 작은 정방형의 방과 거실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가로로 긴 틈을 통해 낮에는 외부의 빛이 스며든다. 일반적인 전시 공간과 달리 공간 자체가 주는 일상성으로 인한 친근함과 전시 공간으로서의 낯설음이 공존하면서 독특한 전시 공간 분위기를 조성했다.

당시 개관 초대전으로 준비한 <일상의 기호>전은 일상적 소재의 친숙함을 새로운 조형 언어로 빚어낸 다섯 작가의 설치와 회화 작품을 전시했다. 일상성은 개인의 은밀한 내면에 감추어진 것들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제 삶의 모습이다. 삶을 둘러싼 반복적 일상이라는 공통의 영역과 드러나지 않는 개인적 내밀한 부분들이 혼재하는 영역이다. 즉, 일상성은 전시공간을 삶의 부분이면서도 예술이 스며든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개관 전시 이후에는 공모를 통해 독일에 거주하는 미디어 작가 <이정은 개인전>, 영국에서 활동 중이었던 박혜민과 홍콩작가 Enoch 등이 참여했던 기획전 <Face me and you>, 파리에서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조각 설치작가 <권오인 개인전> 등 여섯 차례의 공모 당선 전시와 두 차례의 자체 기획전을 진행했다.

하지만 2010년 <디지페스타>를 준비하면서 광주로 이주해 아쉽게도 1년 간의 운영을 끝으로 서울의 ‘스페이스 홀앤코너’는 문을 닫게 되었다.

문화 공간의 희망은 곧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광주에 정착해 가장 낯설게 느낀 것은 시내 곳곳에 폐허가 된 오래된 주택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기존에 운영하던 전시 공간을 새롭게 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오는 3월 29일부터 한 달 간 홀앤코너 엠 오픈 기념행사로 김경상 <Path>초대전을 갖는다고 디렉터 문경리 씨는 말한다. “김경상 선생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SNS(Socail Networking Service)를 통해서입니다. 방대한 양의 작업과 세계를 곳곳을 담은 공간적 스케일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사진의 리얼리티를 일루전으로 전환시키는 구도와 색감을 연출하는 김경상의 작품을 처음 접할 수 있는 따끈한 기회가 될 것 같아요.”

방대한 양의 작업과 세계를 곳곳을 담은 공간적 스케일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사진의 리얼리티를 일루전으로 전환시키는 구도와 색감을 연출하는 그의 시선에 눈길이 갔다.

“<청계천> 시리즈는 작가가 보여준 거대 서사적 사진과 다르게 생활 밀착적인 주변의 풍경 사진입니다. 사회적 역사적 관점을 벗어나 일상적 주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흥미로움을 더해줄 수 있어요.”

전시는 낡고 버려진 것들을 거리에서 일상의 한 순간 보여주는 감성적 색감과 디테일이 돋보인다. <홀앤코너 엠> 전시 공간과 잘 어우러진다. 그것을 통해 그 작가의 역량과 현재의 방향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상 개인전 <Path>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처녀작인 서울 골목길 시리즈와 2011년 서울 청계천 시리즈를 선보인다. 작가의 첫걸음을 통해서 그가 지난 32년 간 걸어온 길에 문화꽃이 봄바람 타고 만발하겠다.

홀엔코너 엠 : 광주광역시 남구 서동 136-22번지

[대동문화69호, 2012년 3. 4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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