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6년 ‘영어 관광 통역 가이드’ 자격을 취득한 후, 아시안게임, 서울 올림픽 등 80년대 관광 성장기에 방한했던 대부분의 외국인들을 서울 주변, 부산, 경주, 설악산, 제주도 등의 잘 알려지고 현대화된 대단위 숙박 시설이 갖추어진 우리나라 동남권의 관광지와 유적지 등으로 안내한 경험이 있다.

좀 더 깊이 있는 문화유산 탐사객들을 위해서는 부여, 공주, 경주와 같은 고도에까지 안내를 했었다. 그런데도 정작 내 고향 남도는 가끔 있는 국제교류 행사와 기념행사를 제외하곤 안내하지 않았다. 그만큼 남도는 오랫동안 외국인 관광객을 모시기엔 잊혀진 땅으로 그리고 불편한 곳으로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방문하는 외국인 고객이 없어서 외국인들에게 남도의 숙박이나 음식이 어떤지 평가해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남도 음식의 관광 자원화 방안이 연구되거나 체계적인 마케팅 개념이 도입되지 못했다. 대도시로의 이주민이나 출향인들의 요식업체 등을 통해서만 남도의 음식이 소개되고 평가받게 되어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맛으로만 알려져 왔었다.

외국인들도 과연 남도 음식을 좋아할까?

마침 90년대 중반 들어서부터 호남을 바탕으로 한 지역 정치권의 후원 아래, 광주와 전라남도의 각 자치단체들이 지역 사회의 단합과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 관광지와 특산품 그리고 지역축제 등을 중앙에 홍보하기 시작해서, 본인이 운영하던 ‘외국인 대상 영어로 가는 한국 문화 체험 상품’도 국내 거주 및 장기 체류 외국인뿐 아니라, 단기체류 외국인들에게서도 호응을 받게 되었다.

때마침, 당시 허경만 전남도지사님과 문화환경국장직을 맡고 계셨던 이병훈 전 아시아문화전당 추진단장님의 후원과 최고 외국인 독자층을 갖고 있던 영자 신문사인 ‘코리아 헤럴드’와의 삼자 협력을 이루어 영어권 외국인 대상으로 매주 전라남도 문화체험 상품을 운영하게 되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여 간 1박 2일 또는 2박 3일 행사를 130여 차례 실시하여 3,500여명(내국인 500여명 포함)을 남도에 초청했다. 그리고 광주 포함 23개 시군의 문화유적, 명승지, 지역축제 등과 녹차, 개펄, 모심기 등 농사, 참선 체험 등의 행사 진행과 함께 잘 알려진 남도의 대표적인 음식들을 제공했다. 그런데 육지와 바다를 넘나드는 다양한 밑반찬과 깊은 역사 전통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대와 달리 남도 음식은 호평을 받지 못했다.

한국에 중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라 남도 음식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분들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현지에서 맛보는 진짜 남도음식에 대한 박한 평가에 당황스러웠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남도 음식

이런 평가 때문에 외국인 입맛에도 맞고 남도음식의 특성도 잘 드러내는 음식과 식단 찾기에 나서게 되었다. 몇 개월에 걸친 체험 방문객들의 조사를 통해 기존 제공했던 호텔이나 식당들의 남도 음식들(남도 한정식, 산채, 비빔밥정식, 떡갈비정식, 해물, 조개전골 및 탕, 불고기 및 갈비 정식, 닭복음,백숙 정식. 갈낙탕 정식)의 호불호와 함께 미비점과 대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제공했던 거의 모든 주재료 음식들은 즐겁게 받아들인데 반해, 해물 재료들과 냄새가 심한 발효 재료를 주로 이용한 젓갈류 밑반찬에 대해 박한 점수를 받았다. 남도 음식의 정수들인 다양한 밑반찬들이 사랑받지 못한 이유는, 잘 알지도 못하는 너무(?) 다양한 양념에다 너무 많은 가짓수가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것에 반비례해 부담감으로 남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외국인들은 남도 음식을 하도 자랑스럽게 소개해 억지로라도 먹어봐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그리 탐탁찮게 생각했다. 물론, 소수는 제공했던 모든 음식에 환상적인 경험 또는 음식 체험이라는 극찬을 보내주셨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장, 단기 체류 외국인 및 단체 관광객에 맞는 경제적이고 지역적 특성과 주재료를 살릴 수 있는 음식. 우리 회사의 외국인 고객을 위한 메뉴를 개발하게 되어 2년 차부터 제공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고객들과 고민을 덜게 된 요식업소로부터도 호평을 받게 되어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소수의 외국인 전용 메뉴들이라 따로 미리 주문해야 가능했고 아직도 선예약을 해야만 가능하다.

물론, 남도 문화나 음식 체험 목적 관광으로 방문하는 분들에게는 기존 우리음식들 그대로 담는 양만 조절해서 제공하면 되지만, 단기 방문 관광객들에게는, 연중 또는 지역적, 계절적으로 풍부한 재료를 바탕으로 남도의 풍미를 지키면서 동시에 즐겁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변화를 주어야 한다.

아래는 지난 10여 년 간 영어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호평 받았던 남도 음식들과 밑반찬 및 재료들이며, 채식을 원하는 분들께는 주재료에서 육류와 해물만 조정하고 야채, 과일 샐러드에 밑반찬을 늘려 제공하면 무리가 없다.

남도 풍미 체험 프로젝트 추진해야

1.주재료 음식(음식 투어 등 고객 특성에 따라 향신료 조절)

*산채, 남도 한정식-해산물 및 조개류, 젓갈류를 제외한 소량의 20가지 내외

*소갈비, 인삼불고기, 과일불고기, 떡갈비, 담양식 갈비정식 - 2~3가지 쌈야채, 백김치, 죽순무침 등 3~4가지

*전복, 키조개, 백합조개, 굴전골 정식-주로 겨울철 바닷가 근처에서 제공

*해초, 산채, 산약초, 꽃(유채, 아카시아, 원추리, 진달래) 비빔밥 - 봄철 산사 근처나 바닷가 행사시 일반 비빔밥 재료에 약초, 꽃이나 해초를 바구니에 준비해 제공

*해초, 칡, 뽕잎, 과일, 버섯, 인삼, 도라지, 녹차칼국수, 냉면 - 연중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야외 단체 행사

*닭백숙, 오리백숙, 닭찜정식 - 주로 겨울철 내륙 지방 행사

*뽕잎, 무배춧잎, 호박잎, 들풀, 들꽃, 더덕잎, 녹찻잎 쌈정식 - 봄철 산사 근처나 전통 마을 행사 때. 여기에 연한 된장국과 고기볶음, 잡채, 전, 부침 등을 곁들임

*기타 인기 있었던 체험 음식들은, 전통마을 김장 체험과 돼지고기쌈, 초봄 바닷가 해초쌈 및 굴, 바지락전 및 전골, 봄철 서해안 백합조개 채취 및 전골, 늦가을 호박 따기 및 죽과떡, 벼 수확 및 인절미, 버섯따기와 불고기 등등이다.

2.인기 반찬류

*김치 - 물김치, 백김치, 인삼김치, 도라지김치, 김장김치

*전, 부침 -해초, 뽕잎, 들꽃(진달래, 아카시), 약초, 더덕순, 드릅순, 버섯, 녹차, 배추

*김밥 -해초, 뽕잎, 들꽃, 약초, 더덕순, 드릅순, 버섯, 녹차

*기타 - 잡채, 소면, 생선(전복) 탕수육, 야채 샐러드, 과일 샐러드

3.인기 디저트

*떡(기정, 호박, 모시, 보리개, 쑥 버무리)

*과일(오디, 단감, 얼린홍시, 참다래, 무화과, 배)

*과자(한과류, 쌀엿, 강정)

적극적인 마케팅 남도 음식에 도입해야

지금도 주변에서 만나는 많은 남도인들은 30~40여 가지 육해공을 넘나드는한정식을 손님 접대의 최고 음식으로 칭하지만, 평소에 남도 음식을 접해 보지 못한 대도시 출신이나 외국인들에게는, 위에 언급한 사례와 같이 즐거워야하는 자리가 큰 부담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충분한 설명을 곁들여서 맛있게 먹진 못하더라도, 남도 밥상을 받는 자체가 즐거운 체험이 되도록 해야 함을 잊어선 안 된다.

외국인들이 남도 음식에 대해 어떤 맛과 멋을 느끼는지 충분한 활용 사례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들에게 부담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입맛을 공략할 수 있는 메뉴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그 방문객의 재방문율은 떨어지게 된다.

남도 음식의 한류도 좋고, 세계화도 좋다. 우선 남도 음식이 다른 음식문화를 가진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연구하고 실험해보는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직접 남도 음식을 가지고 세계로 나가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우리 음식 맛있으니, 와서 드세요라는 소극적 자세로는 안 된다.

대동문화 77호 [2013 7,8월호]

이준탁 파란들 영어문화유산답사회 회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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