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누굴 만나도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이야기하다 전화를 받고 수시로 문자를 확인한다. 둘이 만나도 셋, 넷이 같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루 종일 몸에 붙여놓고 다니다 혹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금단 현상이 일어난다. 불안하고 허전해서 안절부절 못한다. ‘스마트폰 병’이다.

우리 국민 절반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세상의 질서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스마트폰이 없거나 사용할 줄 모르면 동료와의 소통도 어렵고 필요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다. 스마트폰이 도입된 지 얼마 안됐지만 개인 생활과 직장 생활은 물론 인생 전반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 심각하다

영국 렌셀러 폴리테크닉 대학 연구진은 최근 ‘스마트 기기의 수면 장애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태블릿PC 또는 스마트폰이 사람의 숙면과 휴식을 돕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저해한다. 한밤중 스마트폰에 장시간 노출되면 불빛 등의 영향으로 멜라토닌 분비가 23% 미만으로 떨어져 청소년 성장과 성인 내분비계 관련 호르몬 균형을 깨뜨린다는 것이다.

국제암연구소도 매일 30분 이상 10년 넘게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 뇌종양이나 청신경증 등의 발병률이 40%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국립환경과학원도 국내 시판 중인 스마트폰 7종을 대상으로 사용 환경에 따른 전자파 발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빠르게 이동 중인 지하철 안에서 통화할 경우 평상시에 비해 전자파 강도가 평균 6배나 컸다고 주장했다.

편리함보다 부작용이 만만찮다.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스마트폰을 쓰는 전국의 중·고등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중독 정도를 측정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5.2%가 중독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하느라 공부나 숙제를 하기 어렵다는 학생이 43.8%에 달했고,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으로 성적이 떨어졌다는 응답도 31.4%나 됐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는 응답은 35.5%였으며, 50.1%는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쓴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스마트폰 사용 조절 능력 훈련해야

청소년기는 뇌 전두엽의 정상 발달을 통해 감정 절제를 잘할 수 있고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기르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 중요한 시기에 스마트폰에 빠져든 뇌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오히려 현실에서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게 된다면 나중에 성인이 된 후에 큰 문제가 된다.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은 현실감 저하, 정서적인 불안과 우울뿐 아니라 뇌의 활동 영역 역시 좁아지게 만든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에 빠지지 않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아이들의 일방적인 통제나 불필요한 반발심과 관계 악화 등을 일으키기보다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대화를 통해 의존성을 줄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된 아이일수록 산만하거나 집중을 잘 하지 못해 공부에 지장을 받는다. 내 아이가 스마트폰 사용에 집착해 절제하지 못하고 학습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일단 스마트폰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문제가 스마트폰이면 가족 합의 하에 사용 여부를 결정하고 사용 시간과 내용의 기록, 사용 시간의 준수 등을 통해 조절력을 회복해나가야 할 것이다. 취미 활동이나 운동 시간을 늘리거나 흥미나 관심사에 대한 참여 시간을 늘려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가 갇혀 사는 작은 창의 감옥

스마트폰 중독도 도박, 알코올 등 다른 병적 중독과 마찬가지로 중독 상태에 들어가기 전 예방 교육과 체계적 치유·회복 대책이 필요하다. 빠를수록 좋다. 스마트 기기 특성에 대한 관심이나 수용성은 청소년층이 월등히 높아 그만큼 중독적 사용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 과정에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 예방 및 해소 계획을 세워 유치원·초·중·고교 예방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중독 콘텐츠별·계층별 맞춤형 상담 기법, 의·과학적 기반의 치료 모델도 개발해 학교 차원의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가정에서도 학부모나 보호자가 청소년들이 스마트 기기에 방치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기계에 몰두하고 기계를 친구 삼아 사는 모습은 불행하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저 푸른 산과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우리가 얼마나 작은 화면에 갇혀 살고 있는지 알게 된다.

대동문화 78호 [2013 9,10월호]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주필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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