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흥사지에서 출토된 소조불상

여행을 다니거나 등산을 하다보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절터를 흔히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가치를 먼저 따지기 보다는 있을만한 곳에 있는 절터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기 마련이다.

이러한 곳을 조사하여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75곳이 문화재로 지정된다.

문화재청과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조사한 폐사지 2천982곳 가운데 6곳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 69곳을 시도지정문화재(기념물)로 각각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사적 지정이 추진되는 곳은 경주 미탄사지, 보성 개흥사지, 삼척 흥정리사지, 서울 삼천사지, 천안 천흥사지, 경주 구황동사지다.

이중 전남지역에 속하는 보성 개흥사지는 전남 보성군 득량면 해평리에 위치한 폐사지다. 오봉산에서 해평 저수지로 북진하는 능선 사이의 계곡을 따라 축조되어 있는 대형 석축들을 기반으로 조영되어 있다.

개흥사지에 대한 그간의 조사 경과를 보면 최초 학술조사는 2006년 남도문화재연구원에서 보성군에 대한 광역지표조사를 실시하면서 이루어졌다. 당시 조사에서 연구원은 개흥사지에 대한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하였으나 현재의 개흥사지와는 위치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후 개흥사지는 추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방치되다가 2011년 불교문화재연구소에서 실시한 전라남도 사지 현황조사를 통해 지금의 개흥사지가 알려지게 되었다.

개흥사지가 위치한곳은 국유지에 해당하는 곳으로 편백나무 조림지와 보호수림이 식재되어 있다. 석축을 비롯한 다수의 유구가 인위적 자연적 훼손에 의해 붕괴된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또한 사지가 계곡부에 위치하여 범람으로 인한 토사유실이 이미 진행 중이고 석축붕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유적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시급함을 인식하고 2013년 개흥사지의 사역과 가람 배치를 확인하기 위한 시굴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개흥사지에서는 20여개의 다단으로 이루어진 석축, 금당지, 담장, 배수암거 등의 유구와 청동소탑, 소조불상, 개흥사명 기와편 등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개흥사 법당 개립 권선문에 보면 법당을 세 번이나 중건을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1678년으로 추정되는 무오년에 나한을 만들고 일이 끝나자 초두를 지었고 1679년으로 추정되는 기미년에는 천궁대를 창건했다고 나온다. 또 갑자년에는 영당을 수선했다고 나온다.

개흥사지의 발굴이 진행되었다.

이밖에도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있었던 보성 개흥사지에서 청기와와 소조불이 나온 곳으로 왕실사찰에 비교될 정도로 높은 사격(寺格)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삼천사지는 산지형 사찰 중 대형가람(스님들이 한데 모여서 수행생활을 하는 곳)인 합천 해인사보다 조성면적이 넓어 희소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절터에 있는 불상과 석탑도 문화재 지정이 추진된다. 경북 안동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불상인 옥산사 마애약사여래좌상은 보물승격이 검토되고 예천 선리사지 삼층석탑과 영천 신원리사지 삼층석탑 등은 시도지정 문화재에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이동호 기자  ddmh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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