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이야기는 사람을 흥분시키고 재미를 더하지만 자칫 흥미유발에 그칠 위험성이 많다. 가령 미술품 가격도 마찬가지다. 미술품은 일반 공산품과 비교하여 가격결정구조부터 다르고, 예술가의 대중적 인기도나 신화적 스토리텔링 등 주관적 요소가 다수 가미되기 때문에 의외성이 많다. 미술품의 가격은 때문에 컬렉터 등 특수한 사람들을 위한 흥미의 대상이지만 가격이 갖는 의외성으로 인하여 일반의 관심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비싼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는 등식은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 미술품의 가격을 결정짓는 시장구조는 몇 가지 채널이 있으나 가장 일반적인 것이 경매이다. 경매는 생산자, 소비자가 가격을 놓고 모두 모험을 해야 한다. 하지만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가격결정을 경매라는 합의시스템을 통과하기 때문에 크게 제도적 불만은 없다. 말하자면 억울함보다는 합리성이 존중을 받는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의 원리이다.

다른 가격결정 구조는 작품을 생산한 작가나 작품을 판매하는 화랑이 가격을 매긴 뒤 소비자에게 권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작가와 화랑의 합의를 거쳐 가격이 결정되므로 제도적으로 볼 때 일정한 합의를 거친 경우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소비자는 가격결정구조에 관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여전이 불만의 요소는 존재한다.

그렇다고 경매가 가격결정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단정 짓은 것은 여전히 위험하다. 왜냐하면 경매회사는 예술품 생산이나 작가가 성장하는 과정에 어떠한 공을 들인 적이 없다. 즉 경매회사는 전혀 투자 없이 열매(수수료)만을 챙기는 전형적인 최종시장구조일 뿐이다. 예술가의 작품가격은 단순히 재료가격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독특한 생산품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와 격려 등 주변부에 대한 투자가 요구된다.

예술품에 주관적인 가격이 매겨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이러한 유통구조에 있다. 그리고 새로움이나 독자성, 예술경향, 대중적 인기, 희소가치 등 일반적인 상품이 가지지 못하는 가격형성요인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술품의 가치를 일반화, 평균화 하지 못하는 이유는 주관성은 물론 예술가의 독특한 감성의 세계까지 존중한다는 전제를 담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세계 미술시장을 주도한 영국의 신세대 현대미술가들을 YBA (Young British Artist) 라고 부른다. 이들 가운데 데미안 허스트(Damian Hirst)는 세계적인 명성으로 인하여 작품가격도 월등하게 높지만 작품이 갖는 특징이나 의외성, 독창성, 그리고 기이한 행동으로 인하여 대중이나 컬렉터들을 매료시킨다.

올해 48세인 허스트는 2007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하나님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작품을 제작하였다. 사람의 해골모양에 8천6백 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해골모양에 백금을 씌웠으며, 제작비만 250억 원이 들었다. 그리고 부제를 달아 “그대는 유한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Remember your mortality)고 설명한다. 해골이라는 충격적 소재, 다이아몬드라는 예외적 소재가 가져온 충격은 영국현대미술의 최고상인 터너(Turner) 상 수상자인 데미안 허스트를 화제의 중심에 위치시켰고, 이 작품의 유통구조에 대하여 세계가 주목하게 만들었다.

경매가격이 1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매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작가 자신을 포함하여 소속 화랑인 화이트 큐브(White Cube)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공동 소유의 형식을 취하였다.

생존예술가의 작품이 1천억 원 운운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구조에서 누가 나무랄 수 없지만 극단적 스토리들을 만들어내어 대중을 현혹시키고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 존재해야 형성된다. 그리고 그 가격을 결정하도록 부추기고 응원하는 세력들이 주변부를 형성한다.

이러한 예는 데미안 허스트 뿐만이 아니라 수 백 억 원 대의 작품 값을 유지하고 있는 제프 쿤즈(Jeff Koons),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ellan) 등 다수의 현대미술가들이 있으며, 거의 모두가 개념미술, 후기 팝아트 등의 작품경향을 통하여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 개념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은 예술의 실험성, 과격성, 의외성, 시장성, 공격성 등에 관하여 극단적 실험을 한 예술가이다. 남성용 변기를 전시회에 작품으로 출품하여 전시조직자나 대중을 당혹하게 하고 충격을 주는가 하면, 과거 전통적 미학의 세계에서는 절대로 작품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것들을 작품의 반열에 내놓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기행도 결국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고 거래라는 자본주의 수단을 통하여 역사화 된다.

이러한 시장의 존재, 엉뚱한 사례들은 대중들의 삶의 주변부에 화제를 제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숨을 쉬게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구조는 가격이 예술의 생명을 결정한다는 위험한 논리로 작용하기도 한다. 즉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예술가는 미술사에서도 제외된다는 위험한 논리를 펴기도 한다.

그것은 자본우월주의, 시스템우월주의가 가져온 단정적 편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시사적이고 말초적인 언사들이 작품의 미학적 품격보다 가격 중심의 판단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운 일이 되기도 한다.

대동문화 78호 [2013 9,10월호]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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