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좋아하신다면서요?”

“그럼, 좋아하지! 그런데 기자님도 즐겨 드시나?”

“사실, 전 오늘 처음 먹어보는데 기대보다도 맛있습니다.”

“깨를 듬뿍 더 넣어 봐요, 맛이 훨씬 구수할거요.”

들큰한 국물을 마시고 나니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한여름 몸을 보하는 음식, 보신탕이 제일

그녀는 문화 잡지의 잘 나가는 중견 기자다. 삼복 중의 중복, 그녀가 보신탕집을 찾았다. 인터뷰를 위해서이다. 상대는 ‘조선 최고의 지성’이란 칭송을 받는 다산 정약용 선생. 선생은 수수한 옷차림에 안경을 쓰고 나왔다.

“먼저 보신탕에 대한 일화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아! 내 서찰을 묶어 후학들이 책을 냈다고 하더니 거기서 본거로군. 그때가 아마 강진에서 유배중일 때였지. 바다 건너 흑산도에 귀양중인 약전 형님께서 병약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바로 서신을 보냈지. 형님이 병약해진 것은 먹지 못해 심신이 약해진 탓이니 고기를 먹어야 합니다. 그렇게 형님께 권한 것이 보신탕이었어요.”

“그런데 정약전 선생님은 <자산어보>를 쓴 어류 연구의 대가이신 것으로 아는데요. 그분께 권하신 것이 생선이나 삼계탕과 같은 해산물이 아니고 왜 하필 보신탕이었는지요?”

“설명해 드리지요. 당시에 흑산도에 많은 야생의 들개들이 있었어요. 그래 그 들개를 5일에 한 마리씩 잡아서 한 해에 52마리 정도를 요리해 먹으라고 권했지요. 과일마다 맛과 향과 영양소가 다르듯이, 육류로 쓰이는 식용고기에도 각각의 성질과 맛과 특징이 있답니다.

개고기를 조상들은 ‘단고기’라 했는데, 다른 육류에 비해 고단백질에 고지방 식품이라오. 단백질은 풍부하면서도 다른 육류에 비해서 체내 흡수율이 높아요. 그래서 조상님들은 출산, 수술 및 투병 후에 단기간에 원기의 회복이 필요한 경우에 단고기로 기운을 회복했어요. 쇠약해진 형님에게 개고기만한 보양식이 없겠다는 판단이었지.”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단순히 보신탕을 권하는 수준이 아니더군요. 개를 잡는 방법에서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넣는 방법, 육수를 만드는 방법 등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조금 혐오스런 수준의 사실적인 묘사를 하셨는데요?”

단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었던 그 이유

“아! 초정이 말한 개를 잡는 방법을 말하는 거군.”

“초정이라 하심은 혹시 <북학의?를 저술한 실학자인 박제가 선생님이신가요?”

“그래요. 맞아요. 나와는 시대와 지성을 나눈 학문의 벗이자 동지이지. 그는 상업에서, 난 농업에서 잘사는 나라의 꿈꾸었다오. 초정이 그립구려. 그는 보신탕을 잘 끓였어요. 그래서 그가 알려준 것을 그대로 내 글에 묘사한 것이요. 개를 낫으로 올무를 만들어 포획하는 방법, 껍질을 벗겨서 요리하는 법과 된장과 양념을 넣는 법 등을 상세하게 알려줬지. 그래서 서신의 말미에는 ‘초정의 보신탕 비법’이라고 출처도 밝혀뒀지.”

“당대의 최고의 지성이라는 초정과 다산, 두 분께서 보신탕을 좋아하셨다니 정말 의외로군요. 좋습니다. 그럼 선생님의 서신이 밝혀진 뒤에 세간의 반응은 어떠했는지요?”

“말도 말아요. 내가 탄핵받을 때보다도 더 심한 비난이 있었지. 어찌 지성인이 보신탕을 탐닉하느냐고 말이야. 그래요 개라는 가축이 인간과 가장 가깝고 가장 유익한 짐승이라는 데 이의가 없어요. 그러나 음식으로 말하면 개고기는 단고기일뿐이에요. 우리 조상님들은 오랫동안 단고기를 식용으로 섭취해왔지. 사실 조상들이 얼마나 궁핍한 생활을 이어 왔었던지 지금의 젊은이들은 잘 몰라요. 당시에는 굶는 것이 다반사였지. 서구처럼 넓은 목초지에 식용용 가축을 방목하고 애완용과 구분할 형편도 아니었지. 당연히 대부분의 단백질을 위한 식용 고기는 집안의 가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 단고기를 식용으로 먹는 것은 우리의 오랜 전통이었음을 이해해야 해요.”

“아! 그렇군요. 이제 보신탕에 대한 오해를 조금은 풀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보신탕 정말 맛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여름철 건강법에 대한 선생님의 조언을 한마디 듣고자 합니다만?”

겨울 건강은 여름에 치료해야 제격

“겨울의 건강은 여름에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요. 전문가적인 용어로는 동병하치(冬病夏治)라 하지요. 여름철 건강이 겨울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일찍이 조상님들은 삼복더위에는 복달임이라는 풍습이 있었어요. 더위를 피해 계곡의 찬물에 몸을 담그거나, 더위를 이기는 고열량의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여름에 더위도 이기면서 겨울철 건강을 대비하는 것이지요. 대표적인 것인 삼복더위에 붙이고 먹는 ‘삼복첩(三伏貼)’이라는 치료도 있었어요. 여름에 더욱 보양과 섭생을 위한 첩약의 복용에 신경을 써야 해요. 보신탕이 혐오스럽다면 한의원에 가서 보약 한 제 드셔보시구려. 피로도 줄고 땀도 덜 나면서 건강한 여름을 나게 해줄 것이요. 여름에 복용한 보약 한 제가 가을 보약 안 부럽다는 말이 있어요. 한방에서 복달임은 건강하게 여름을 나자는 지혜이지요.”

“선생님의 용안을 뵈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더욱 후학에게 지혜와 분발을 부탁드리며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허허! 나도 기자 양반처럼 어여쁜 미인과 보신탕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를 평생 못 있겠소. 복된 문화 잡지 만드시구려!”

기자는 그렇게 다산 선생님께 인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데 삼복의 더위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대동문화 78호 [2013 9,10월호]

안수기 한의학 박사 대웅한방병원 병원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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