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살인적인 폭염이 우리 모두를 지치게 했다. 더구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의 불미스런 사건과 아시아문화전당 특별법 개정 문제,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과 전라도 비하 발언 등으로 광주 사람들을 더욱 지치고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우리는 자연의 위대한 섭리 앞에 절로 숙연해졌다. 서늘한 가을 기온은 지친 심신의 생기를 돋게 하고 풍요와 희망을 갖게 한다.

풍요롭고 서늘한 가을과는 달리 광주의 시민사회단체와 문화계는 뜨겁기만 하다. 가을이 왔어도 가을 같지 않은 추래 불사추( 秋來 不似秋)이다.

지난 6월 11일 문체부에서 문화전당 법인화를 전제로 한 특별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광주의 문화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강력 대응하면서 광주가 달아오르고 있다.

8월 29일, 특별법 개정철회를 위한 범시민 연석회의가 각계각층의 대표단으로 구성하여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특별법을 원안대로 지켜내기 위한 대시민 홍보와 대 정부․국회 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한시적으로 하기로 했다.

시민 사회단체는 정부의 특별법 개정의 본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2006년 제정된 특별법에 전당 운영 주체를 문체부 소속 기관으로 운영키로 한 것을 법인 설립 위탁 운영으로 변경한 것은 전당 범위와 역할과 기능을 축소하고 이를 명분으로 예산을 축소하여 정부는 손을 떼고 지역에 떠넘기려는 속셈이라 여기고 있다.

많은 광주시민들은 2015년 개관을 앞두고 있는 문화전당 운영 주체 문제로 광주 지역과 중앙이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것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아시아문화 조성 사업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2015년 개관을 위한 운영 조직 구성 등 차질 없이 이뤄져야할 것이고, 운영 주체는 전당 운영이 연착륙 후에 논의해야 할 문제이다.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에 자리한 국가 기관이지만 광주 한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광주시민들과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때문에 문화전당 운영과 성패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닌 광주시민 아니 남도 사람 모두의 일이다.

차제에 문화 전당에 대해 시 도민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사리(私利)를 떠나 공익(公益)을 위해서라면 모두 한 뜻이 되었으면 한다. 오불관언( 吾不關焉)격으로 무관심하게 되면 결국 손해는 지역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별법 개정안 문제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매듭이 지어질 것이다.

예향에 사는 시민들의 문화 힐링 방법

광주의 가을은 문화 축제 한마당이다. 시내 곳곳이 전시와 축제, 연극 공연과 음악회 강좌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로 들썩거린다. 디자인 비엔날레를 비롯 광주 세계김치축제, 임방울 축제, 아리랑축제, 충장축제, 월드뮤직 페스티벌, 아시아전통오케스트라, 아트광주, 광주국제영화제 등 수없이 많은 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또 남도에도 보성 소리축제, 해남 명량축제, 순천 남도 음식문화 큰잔치, 함평 국향대제 등 지역 축제 한마당으로 연일 남도는 신명이 날것이다. 그 동안 삼복염천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이 날을 위해 준비해 오지 않았던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 행사에 온 가족 또는 직장 단체로 관람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가는 것도 문화시민이 되는 길이다. 사실 갈수록 직장 단체로 영화, 전시, 공연 관람 등을 통해 단합을 꾀하는 직장이 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흔히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 하며 독서의 계절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몇 년 새 통계에 의하면 가을에 책을 가장 읽지 않는다고 한다. 꽃보다 붉은 단풍과 살랑대는 가을바람이 요즘 사람들을 차분하게 책장 앞에 잡아 두지는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특히 아시아문화 중심 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의 독서 인구가 광역도시 중 가장 적다는 이야기가 있다. 책은 인문학의 기초적 뿌리이고, 문화와 예향의 발원(發源) 샘이다.

요즘은 아예 책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SNS 등 미디어의 영향도 한 원인이겠지만 매사 무언가에 쫒기 듯이 살아가는 요새 사람들의 마음은 늘 바쁘고 여유가 없다. 한 페이지 한권의 책을 읽어낼 인내가 사라진 지 오래이다.

인문 정서나 감성은 갈수록 메말라가고 기계 문명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탓이다. 곧 인문학의 죽음, 인간 정서의 고갈이라는 것으로 시대적 상황의 변화이다. 그러나 인문학 강의를 듣고 문화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최고의 ‘문화 힐링’이 아닐까. 문화와 친해지는 광주시민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대동문화 78호 [2013 9,10월호]

조상열 발행인  ddmh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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