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고라고 바늘로 콕콕 찔르는 거 맹키로 따끔따끔허더니 그새를 못 참고 요라고 물컹물컹해져 버렸지라우 잉. 안 그요. 가을빛에 딸 내놓고 봄빛에 며느리 내보낸다고 안 그랍디여. 가을빛이 긍게 좋은 종을 알아야 써.

나락도 고실고실허니 말르믄 잘 간수를 해놔야 써. 요라고 해가 고실고실헌게, 더 몰릴 것들이 많제. 호박이여, 가지여, 시래기여, 무청이여, 토란대여, 갓잎이여, 참나물도 말래놔둬야 써. 글믄 시안에 걱정이 읍어지제. 무시여, 곶감이여, 사과도 말래놔야 혀. 글고 장도 담가놔야제. 생선도 몰려놔야제 긍게 가실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는 거이여. 시안 걱정이 읍으믄 일년이 편헌께, 그 깔맞춤을 해놓으라고 가실이 바쁜 거이여.

해도 좋고, 요라고 마당에 고추여 토란잎이여 호박이여 노물을 말래논게 을매나 좋소. 요거이 모다 식구들 한 철 양식잉게 배가 부르제. 마당이 널른께 아조 우리 맴도 널르고, 쩌그 하늘에 구름이 뭉게뭉게 허니 솜사탕맹키로 뜯어묵어도 괜찬을 맹큼잉께 좋고, 하늘은 높디 높은게 보고 있으믄 사람 가심이 툭 트이게 좋고. 지붕이 저라고 둥굴넙적허니 우리네 마음허고 똑같은게 더 좋제라우.

우리네는 사는 집도 그라고 입는 옷도 그라고 쩌그 하늘도 지붕도 담도 모다 둥글제. 글고 장독대도 버선코도 바구리도 그라고 사람들 맴도 둥글둥글허니 모가 나들 않제. 긍게 둥굴둥글 살제. 사람이 지 먹을 거만 잘 간수해놨다 싶으믄 딴 사람덜하고 둥굴둥글허니 살아야 써.

지가 아무래 잘난 체 혀봐야 사람들이 도와줘야 잘나게 되제. 지가 아무래 잘살아 봐야 지그 젙에서 손을 넣어줘야 잘사는 것이제, 지 혼자 똑불장군으로 우뚝헌 거이 아니여.

근디 사람 맴은 또 올챙이 될라는 생각은 못허고 깨구리 된 생각은 허드라도 잘살고 잘나게 되믄 달라지제 잉. 긍게 높은 냥반들이 더허고 잘사는 사람덜이 더 한다고 안 헙디까? 허기사 그라고 모질어야 높은 냥반 되고 잘살게 되얐겄제. 거지가 밥술이나 묵게 되믄 거지 밥 한술 안 주는 벱인께.

우리라우? 우리 집은 뭣이 있어야 밥 한술이라도 묵은다고 허제. 뭣이 있간디? 자식새끼들은 다 서울로 광주로 나가불고, 쩌그 우리 손주 새끼허고 잘 산게 나도 여한이 읍제. 우리 아들내미허고 며느리허고는 대처로 나갔제. 글고 손주만 나보고 키우라고 안 허요. 어야! 연식아! 허라는 공부는 안 허고 멍허니 하늘보고 자울자울허냐? 자식덜은 아무리 간수헐라고 혀도 잘 안됩디다.

사람이 억지로라도 심을 내야 쓰요 잉. 나 하나가 읍으면 식구들도 읍다고 생각허고 지 식구들헌티 잘 혀야 써라우. 내가 잘해야 넘들도 나한테 잘 허제라우. 고운 사람 미운 데 없고 미운 사람 고운 데 없소 잉. 다 자기 허기 나름이제. 가을빛 맹키로 둥굴둥굴허니 고실고실허니 우제간에 친허게 지내야 일생이 펜안허제.

요새 말로 인생 뭐 있가디? 심들어도 우는 소리 허들 말고 정신 채래야 쓰고, 놈들한티 베풀지 못허드라도 나는 폐는 안 끼칠란다. 진실허게 살믄 살아날 구멍이 있다. 요라도 심지게 믿고 살아야제. 가을 하늘같은 맴으로 말이제. 고라고 살아야써라우. 쭈그렁 할망구 말이라고 어영구영 듣지 말고 지대로 간수허시씨요 잉?

대동문화 78호 [2013 9,10월호]

최옥수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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