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타고난 불행을 딛고 성공한 헬렌 켈러에게 어느 기자가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보다 더 불행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헬렌 켈러는 이렇게 응수했다.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보다 더 불행한 자는, 눈으로 앞은 보지만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이지요.”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생물학적인 시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긴 안목이다. 공간적인 앞을 보는 것은 시각이지만 시간적인 앞을 내다보는 것은 바로 비전이다. 비전은 창의력과 미래에 대한 신념과 의지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또한 우리는 어떤 삶의 비전을 가져야 하는가? 저명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미래는 여가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사실은 여가야말로 인간이 문화적인 삶을 즐기는 시간이다.

모두가 대표인 ‘탱글’

‘탱글’은 ‘얽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얽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것들을 구체화 시키면 ‘즐거움’이 된다. 한마디로 예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단어다. 이곳이 바로 우리가 문화적인 삶을 즐기는 공간이다.

‘탱글’에는 대표가 따로 없다. 모두가 대표이고 예술인으로 동등한 선상에 존재한다. 안(안의정)캡틴과 유(유은숙)캡틴이 탱글이라는 배에 방향을 제시 하면 나머지 팀들은 노를 젓는다. 모이면 서로 아이디어 수첩에 차곡차곡 저장해 둔다. 그리고 하나씩 꺼내어 사람들에게 배푼다. 그래서 탱글은 항상 즐겁다.

“탱글을 오픈하고 탱글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공연을 기획했어요. <예술은 하나다>라는 것인데요. 미술 속에 음악이 있고, 음악 속에 미술이 있다. 음악은 색을 가지고 있고 색에는 소리가 있다라는 생각에서 갤러리 콘서트를 기획했습니다.”

단순히 행사 공연이 아닌 화가들과 교감할 수 있는 그들의 작품과 어울리는 곡들을 선정한다. 음악도 작품 속에 녹아들 수 있도록 ‘의도’를 가진 기획이다. 이러한 뜻에 갤러리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아크 갤러리와 515갤러리가 동참해 매 달 1회의 정기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즉흥연주를 통한 새로운 음악문화 형성 및 소통이라는 뜻으로 ‘음악 쨈 한 통’ 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용 카혼을 제작하고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한다. 타악기 소리에 맞춰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 아이들의 미소가 밝다.

청년 예술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다 보니 고민도 생긴다. ‘청년 예술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될 것인가’ 하는 큰 고민이 들이닥쳤다.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던 세상의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혀 포기하거나 음대를 나오지 않아서 꿈을 포기하는 예비예술인들을 모았다. 탱글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청년예술인들을 찾는 일에 아낌이 없다. 그런 뜻에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잡(Job)초(Choice)’프로젝트를 진행 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거다. 새로운 팀들이 들어오고 이들 팀이 기획해 진행하는 멋진 공연이 ‘푸른길 기차 콘서트’다.

2013년 4월 힐링 카페콘서트로 출발해 작은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이곳 문화복덕방에 모인 젊은 그들이 좋다. 하나의 가능성을 보게 된 계기로 이어진 그들과 함께 다른 예술인들도 함께 뭉쳐 탱글이 된다. 더 큰 꿈과 희망을 싣게 한 장소이다. 활력의 장소, 시민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장소 ‘문화복덕방 탱글’은 미래를 내다 볼 줄 아는 비전이고 광주의 이음줄이다.

대동문화 79호 [2013 11,12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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