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영무건설 박재홍(58) 회장과 영무토건 박헌택(51) 대표이사를 만나면서 문득, 김춘추와 김유신을 생각했다. 삼국시대 당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몇이나 있었을까?

그런데 삼국 중 가장 작은 나라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 신라는 어떻게 삼국을 통일했을까? 역사학자 이덕일은, ‘개혁에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그를 추진할 주체 세력 그리고 민중의 지지가 필수조건이다. 어젠다 설정에 뛰어났던 김춘추와 김유신이 지극히 사적인 울분을 신라 사회의 개혁과 삼국 통일이라는 역사적 패러다임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쁘고 아름다운 집을 짓자

영무건설은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둔 건설회사로 올해로 창사 20주년이 되었다. 경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건설업계에서 20년을 한결 같이 한 해 한 해 벽돌 한 장만큼이라도 꾸준히 성장을 지속시킬 수 있었던 것은, 비전과 주체 세력, 그리고 협력업체의 지지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비전은 ‘예쁘고 아름다운 집을 짓자’라는 것. 거기에 건설 현장을 꿰뚫고 있어 어떤 현장이라도 진두지휘할 수 있는 박재홍 회장의 리더십, 그리고 기획과 자금, 행정적인 모든 것을 핸들링하는 박헌택 대표이사의 내조가 영무건설의 주체 세력이다. 형님은 필드를, 동생은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특별한 자본 없이 가족 기업으로 창립한 영무건설이 이렇듯 번듯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각기 다른 자신의 달란트를 적재적소에 이용할 줄 알고 상대의 달란트를 보는 눈과 그것에 대한 신뢰, 그리고 헌신이 있었기 때문.

거기에다 두 형제에게 큰 복이라면 협력업체와의 동행이다. 비전을 세우고 그것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합이 맞고 동행하는 자들이 호흡과 보폭을 맞추어주니 그들로서는 아무리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도 배짱 좋게 일판을 벌이고 100년 후의 영무건설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남이 싫어하는 현장을 찾아가라

그들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박재홍 회장은 6형제 중 장남이고 박헌택 사장은 넷째이다.

“아들만 여섯이다 그러면 ‘부모님이 정말 힘드셨겠네요?’라고 합니다. ‘힘들다’라는 말 속에는 ‘아들이 많다 보니 혹 말썽을 피우는 아이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속내도 있는데 저희 6형제는 한 마디로 사고를 칠 시간이 없었어요. 아버지께서 갑자기 직장을 그만 두시는 바람에 우리 형제들은 어린 시절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해야 했어요. 그렇게 하기까지에는 장형(박재홍)의 역할이 컸죠. 장형이 동생들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줬고 당신이 먼저 경제 활동을 하니까 동생들이 자리 잡을 때까지 경제적인 지원을 꾸준히 해줬지요.”

박헌택 대표이사의 말이다. 박재홍 회장은 대학 졸업 후 현대건설에 입사하여 건설 현장을 누비다 광주에 본사가 있는 라인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그즈음 그는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구상하다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건설 분야에 뜻을 두고 넷째동생 박헌택 씨를 불렀고 다섯째 동생과 막내도 합류를 했다. 당시 박헌택 씨는 삼성에 다니고 있었다.

1994년에 영무건설을 창립한 박 회장 형제들은, 골조공사로는 광주전남 랭킹 10위 안에 들 정도로 ‘거침없이’ 꿈을 향해 뛰었고 2002년에는 아파트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그들은 사업 권역을 전국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아파트 사업을 하려면 땅을 먼저 구입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그만한 자본력이 없으니까 재개발 사업 쪽으로 눈을 돌렸어요. 재개발 사업은 공사만 해주면 되니까요. 형님과 함께 그런 현장을 찾아 찾아서 하루에 20시간 이상 차를 타고 다니면서 7~8군데 사업장을 돌아다녔죠.”

재개발 사업장에 발을 들여놓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순조롭고 이익이 많이 있는 사업장은 대부분 대기업 건설회사가 달려들었다. 그들이 접근할 수 있었던 사업장은 문제가 있는 사업장이었다.

”대기업은 문제 있는 사업장은 시끄럽고 복잡하니까 쳐다보지 않거든요. 그들에게는 그것 말고도 얼마든지 사업장이 있으니까. 그런 사업장 중의 하나가 서울 강남에 있는 삼성동 현장이었습니다. 고생은 했지만 보람 있고 우리가 서울에 첫발을 딛게 된 계기가 되었죠. 그 복잡하고 어려운 현장을 동생은 행정적인 것을 해결하고 나는 현장을 뛰면서 공사를 마쳤어요.”

문제가 있는 사업장이지만 ‘영무 예다음’이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전국의 건설현장을 누비는 바람에 ‘예다음’이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2005년의 일이다. 광주광역시 양산지구에 208세대의 아파트를 지어놓고 분양을 했는데 겨우 8세대만 입주한 것. 그들로서는 최대의 위기였다. 그때 그들을 도와준 사람들이 협력업체다.

“협력업체가 입주하기까지 1년 반 정도 피가 말랐죠. 한 업체는 공사비를 아파트로 달라고 하면서 10채를 가져갔어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그 친구도 사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우리를 믿고 아파트로 가져갔다고 하더라구요. 지금은 같이 성장하게 되었고 그 업체가 일을 하고자 할 때는 언제든지 우선권을 주죠.”

예술적 실용주의, ‘Life as Art’

박헌택

박회장은 단종 사업에서 아파트로 건설 영역을 넓히면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예다음’이 그것이다.

“2002년에는 아파트 브랜드가 영문이 대세였어요. 저희는 회사 규모도 작고 연혁도 짧아서 무언가 특별한 것, 차별화가 필요했어요. 그때 생각한 것이 ‘예다음’이죠. 우리의 모토가 주거이기 때문에 ‘예쁘고 아름다운 집을 지어주자’. 그래서 ‘예쁘고 아름답다’라는 말을 줄였더니 ‘예다음’이라는 브랜드가 나왔어요. 이 이름이 10년 만에 빛을 보는 것 같아요. 고급스럽게 생각하고 격이 느껴진다는 말을 많이 해요.”

예다음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예다음(藝茶音), 예술과 차, 그리고 화음을 담은 아파트라는 뜻이다. 그들은 아파트가 숙식의 공간을 너머 ‘삶이 예술이 되는 공간’, ‘Life as Art’를 추구하고자 한다. 그것을 실천한 사례가 2009년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에 지어진 영무 예다음 아파트이다. 이 아파트는 1개 동 1층 전체를 ‘영무 예다음 창작 스튜디오’라는 이름을 붙여 창작, 전시, 교육이 가능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어만 놓으면 분양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아파트도 예술과 접목되고 문화와 같이 가야 합니다. 그것이 안 되면 어렵습니다. 사는 사람도 그렇고 기업도 그런 형태로 나아가야죠.”

박 회장 형제는 2004년부터 아파트 모델하우스 오픈 행사 때마다 화환 대시 쌀이나 연탄, 기부금을 받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고 있다.

“금방 시들 꽃을 받아 생색을 내느니 쌀 한 톨이라도 서로 나누자는 게 취지였죠. 올해 오픈하는 모델하우스를 갤러리화하려고 합니다. 모델하우스에 온 사람들이 지역 작가의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지역 작가들에게 힘도 실어주고요. 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협조를 얻어서 경품도 작품으로 할 생각이에요. 이것이 성공적으로 된다면 다른 건설회사가 따라오지 않겠어요.”

박재홍 회장은 5년 전부터 CM밴드를 구성, 드럼을 치고 박헌택 대표이사는 마라톤을 즐기고 있다. 8명의 건설회사 CEO로 CM밴드는 정규 공연뿐만 아니라 시설이나 요양원을 방문하여 위문 공연도 펼치고 있다. 박 이사는 2011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하여 2012년에는 여덟 번이나 완주를 했다.

예쁘고 아름다운 집 한 칸을 가지고 싶었던 청년 박재홍․박헌택. 그들은 자신의 꿈을 확장시켜 ‘삶이 예술이 되는 공간’이라는 비전을 세웠다. 그리고 ‘거침없이’ 뛰었다. 그리고 나눴다. 직원과 협력업체와 이웃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금은 20년이라는 나이테이지만 그들이 100년의 장수기업을 꿈꿀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동문화 80호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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