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2일(금) 오후 2시, 나주시 반남면 반남고분군 내에서 전남 지역의 유일한 국립 박물관인 국립나주박물관(관장 박중환)이 문을 열었다. 2010년 12월 첫 삽을 뜬 이후 4년 만이다.

개관 기념행사는 영산강 유역 전통문화를 보존 · 전승하는 데 노력해 온 지역 사회 인사들이 참여하여, 지역 문화가 새롭게 발전하는 계기로서 박물관 개관을 축하하는 행사가 되었다. 학계, 국회, 문화부, 전라남도 인사 등 초청인사 200여명과 지역주민 500여 명이 참여했다.

이유 있는 도시 탈출의 발걸음 멈추는 곳

나주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곳은 나주 시내에서 영암 방향으로 구불구불한 시골도로를 20분 정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전원 속이다. 박물관에 이르는 길은 느리고 좁고 불편하다. 하지만 주변에 펼쳐져 있는 낮은 구릉의 들판 풍경은 매우 목가적이어서 이를 즐길 여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로서 도시 탈출의 자유로움을 제공해 준다.

나주와 영암 일대의 들판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전형적인 노년기 지형이어서 보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는 완만한 경사의 곡선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지역 특유의 붉은 황토흙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이채로운 풍경이다. 이러한 편안함과 여유로움은 느림 속에서 생활의 여유를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박물관은 고분군과 산과 들로 둘러싸여 있고 늘 조용하다. 헤어날 수 없는 넘치는 정보들과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 속의 시간들, 반복되는 관계들 속에서 잠시 물러나 오늘 우리들의 삶을 먼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관조해 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이곳 나주박물관에서의 시간은 휴식과 힐링을 충분히 제공할 것이다.

옛것을 담아 미래로 전하는 국립나주박물관

국립나주박물관은 영산강 유역에 남아있는 선사와 역사 시대의 문화를 수집, 보존하고 전시함으로써 이 지역에 형성되어 있는 독특한 고고학적 자료들을 널리 알리고자 건립되었다.

국립나주박물관은 나주를 비롯한 영산강 유역 나아가 전라남도 각 지역에 남아있는 전통문화와 문화재를 수집하고 보존하고 전시함으로써 이들 문화 자산이 널리 알려지고 후세에 길이 전승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박중환 관장은 “박물관의 기본적인 기능은 과거 인류가 남긴 자취를 지키고 후세에 전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남겨진 문화유산을 통하여 과거 선인들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고 미래의 문화 발전의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도 필요합니다.”

“나주박물관은 박물관을 찾는 시민들이 문화재를 통하여 문화감수성을 개발하고 역사자원과 문화를 통하여 정신적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이에 어울리는 공연과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박물관 뒤뜰에서 캠핑을 즐기다

또한 나주박물관은 도심 속에 세워진 다른 박물관과는 다르게 전원과 고분군 사이에 세워져 있다. 나주박물관이 가진 위치상의 특수성을 살린 박물관 체험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박물관에 와서 전시실만 돌아보고 나가는 기존의 박물관 이용 패턴을 넘어서 관람객들이 박물관에 머물고 가는 프로그램을 기대해본다.

부모를 동반한 청소년들이나 직장인 등이 주말시간을 이용하여 박물관의 뒤뜰에서 캠핑을 즐기면서 고분군을 산책할 수 있는 뮤지엄 스테이 프로그램과 같은 머물다 가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에 있다. 따라서 나주박물관의 큰 목표는 문화유산의 관람과 휴식이 함께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박물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천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고분군 사이의 잔디밭과 산책로를 걸으며 옛 사람들의 모습과 오늘 우리의 삶의 모습과를 비교해 보는 것은 무한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며 끝없이 달려온 우리들의 목적지가 어디였던가를 반추해보게 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남도의 문화꽃이다.

대동문화 80호 [2014년 1,2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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