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늦봄문익환학교(늦봄학교)에서는 초등학교 학부모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늦봄동산 방문의 날과 늦봄학교 재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 철학 및 늦봄교육을 공유하기 위한 학부모 나이테행사(14일~15일)를 가졌다

전국 각지에서 50여명의 예비학부모와 학생들이 참가하였고 학부모 나이테에는 학부모 60여명이 참여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늦봄학교 수업광경 나이테 풍물

우연이 인연이 되는 방문의 날

늦봄동산 방문의 날은 늦봄학교 진학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학교 방문의 기회를 제공하여 학교와 학생생활을 알고 입학과 관련한 설명을 위한 날로 매년 진행되고 있다.

이날 학교를 방문한 예비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기숙사와 교실, 연못, 생태화장실, 도서관, 나눔방, 텃밭 등 학교 시설들을 돌아봤다. 늦봄 학교의 교육과정, 학교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며, 당일 재학생들의 미술, 서예, 사진, 동아리, 밴드, 태권도 수업 등을 참관하였다.

이날 학교 생활 이야기 중 특히 늦봄학교 학생들이 자신이 쓰지 않는 물건을 함께 나누어 쓰기 위해 ‘나눔방’ 을 운영하고, 지구를 지키자는 마음으로 학교에서 시행되는 생태적인 삶과 올바른 생활 습관에 관한 것을 집에서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학교 생활 이어가기’를 진행했다.

‘에너지 없이 하루살기’, ‘음식물 남기지 않기’ 등도 더불어 시행하고 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는 부모들은 교사의 설명을 꼼꼼히 체크하고 기록하고 사진에 담느라 분주했다.

부모를 따라 함께 방문한 초등학생들도 부모와 함께 학교 시설을 돌아보고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진지함을 보이기도 했다. 기숙사 앞마당에 설치된 그네를 타고, 물레방아 아래 연못에서 개구리와 올챙이를 잡는 등 아이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즐거운 놀이 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자체로 운영하는 매점에서 판매하는 생협 아이스크림으로 내리쬐는 더위를 잠시 식히기도 했다.

방문의 날을 함께 한 초등 6년 자녀를 두고 있다는 학부모는 “늦봄에서의 1년은 인생 10년의 지혜를 쌓는 듯하다. 60년의 지혜와 자율을 선물 받고, 나누어 주고 싶다. 졸업하기 싫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나라 공교육이 늦봄 학교와 같은 교육을 실천하는 순간,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다”며 “늦봄학교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모든 공교육에 적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화와 예술, 그리고 아이들의 꿈이 커져나가는 희망의 나라가 될 것이다”고 소감을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변화하는 학부모 나이테

학부모 나이테는 학교 철학 및 늦봄교육을 공유하고 늦봄 가족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재학생 학부모가 학생의 입장으로 교육과정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1회 진행되고 있다.

학부모와 함께 나이테 연극활동

올해 학부모 나이테는 <뜻 노래, 대안 교육과 늦봄>이라는 주제로, 노래와 함께 자녀를 믿어주고, 그들의 미래를 위하는 부모의 자세 등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5.14일부터 15일까지 1박2일 진행되었다.

<바른 먹거리, 건강한 미래>시간에는 대한민국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일주일에 3.7시간 밖에 되지 않는 현실, 지나친 육식과 그에 따라 염려되는 인간의 미래를 반성하고, 바른 먹거리를 통해 건강한 미래를 열자는 강연이 있었다.

<늦봄 공동체 생활과 약속>에서는 아이들이 공동체에서 바람직하게 생활하기 위해 약속들이 학교 철학에 어떻게 부합되는지 등을 설명하고 얘기를 나눴다.

또한 학생들의 교과를 체험하는 <감성활동>때는 만다라, 노래, 연극, 풍물과목 중에서 선택하여 활동 후 결과물을 수업발표 시간에 발표하였다. <농사와 살림> 시간에는 나무하기, 요리(아버지만 참여가능), 밭일 만들기, 아이들이 심고 가꾼 양파 수확하기, 향초 만들기, 뒷마당 정리 등을 하였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찐 쑥개떡은 저녁식사 시간에 모두 나누어 먹었으며 그 맛을 인정받았다. 저녁시간 <어울림>에는 학생회와 학부모회가 준비한 스승의 날 행사와 공동체 놀이가 이어져 흥겨움을 만끽했으며 오순도순 뒤풀이를 진행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 날 뒷산 정상에 있는 해월루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호흡과 물을 공유하는 <영성>과 <소감>을 정리했다. 농구와 족구로 <체육활동>을 진행하고 점심식사 후 나이테를 마쳤다.

재학생 학부모 김창주(45)씨는 “나이테를 통해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 부모가 변화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미래를 열 수 없다. 늦봄학교와 같은 교육을 실천하는 공간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또 “더 많은 부모와 아이들이 행복을 찾기 위해 주저하지 말고, 이런 기회를 함께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생명과 영성, 자율과 공동체, 통일과 평화 <늦봄문익환학교>

늦봄문익환학교는 고 문익환 목사(호는 늦봄)의 정신을 사표로 2006년 설립된 비인가 기숙형 중고 6년 과정 대안학교다. 전남 강진군 만덕산 기슭 다산초당과 백련사 사이에 터를 잡고 있다.

전교생이 길잡이 선생님들과 함께 배움 공동체를 이루어 올바른 사람을 교육 목표로 노동을 중시하는 교육(일하는 사람), 과제 수행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루는 사람), 섬기는 지도자 교육(이끄는 사람)을 실천해 오고 있다.

늦봄학교 배치도

늦봄학생 되기는 공동체 생활과 자립 생활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기숙사 생활을 통해 다양성 속의 일치와 공동체 생활의 기초를 익히며 노동을 통해 인류생활의 기본인 자립생활의식주의(衣食住醫)를 배우며 기행, 과제수업은 문제해결능력과 자신감을 기르게 한다.

또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익히는 자주교실은 스스로 학습활동의 자발적인 자기 주도능력을 키워준다.

삶의 가치관과 의식을 세워가는 철학수업, 참 나를 찾는 영성활동, 진지한 성찰과 겸허한 진리 추구 자세를 생활화하고 생각나누기(주제토론), 꿈 찾기 수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립해가고 꿈을 꾸게 된다.

늦봄학교 학생들은 1학기에는 같은 학년별로 기숙사생활, 봄바람 기지개(기행), 각종 행사가 진행되지만 2학기에는 각 학년이 균등하게 섞인 가족제도가 있어 모든 활동은 가족별로 진행된다.

선배가 후배를 보듬어주고 이끌어 주는 등 부모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관계 맺는 법 또한 알려주어 현대 사회에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양보와 배려, 나눔의 미덕을 실천해가고 있다.

늦봄학교 지리산 종주

또한 자율 운영단이 있어 학생들 스스로 직접 참여하여 자발적으로 학교를 운영해 가고 있다. 독서와 학습시간을 지도하는 학습부, 고장난 물품이나 가구를 고치는 수리부, 야간 순찰을 도는 순찰부, 도서관 운영에 참여하는 도서부, 생태화장실을 관리하는 생태부, 그 외 방송부, 편집부, 매점부, 치료부 등이 있다. 위 부서들은 필요에 의해 얼마든지 새로 생겨나거나 다른 부서로 대체될 수 있다.

학생들이 학업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특기와 취미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동아리 활동시간도 주어져있다. 동아리는 인원수만 채운다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고 폐지할 수도 있다. 현재 학교에는 풍물패, 몸짓부, 밴드부, 사진부, 미술부, 농구부, 탁구부, 축구부 등이 있다.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이 취미를 누리기 위해 시작했지만 몇몇 동아리는 학교의 전통으로 자리 잡아 수준 높은 실력을 보여준다. 단순히 취미활동이 아닌 학생들의 진로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만큼 활성화 되어있다.

늦봄학교 땅끝 기행

늦봄학교에는 학년을 더해갈수록 참 늦봄인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나이테’ 라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1학년 때는 늦봄학교에서 출발하여 해남 땅 끝(왕복90km)까지 도보로 걸어 왕복하는 2박 3일간의 땅끝기행이 있다. 2학년 때는 농어촌, 시장 등의 삶의 현장을 체험하는 노동현장 체험을 진행하며, 3학년 때는 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3박 4일간의 지리산 종주를 한다.

또한 4학년 때는 역사의 주제를 선택하여 스스로 공부하고 4박 5일동안 탐방하는 홀로아리랑을 진행하며, 5학년 때는 소록도에서 4박 5일간 한센병 환우들과 함께 어려움과 고충을 나누며 진정한 봉사와 배려를 배우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관심 진로를 설정해 사전학습 및 조사를 하고 7일 정도 멘토를 만나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진로 맛보기도 5학년때 진행한다. 6학년 때는 졸업여행으로 생명· 생태의 현장과 평화를 위해 일하는 공동체와 공동체의 활동을 탐방하는 평화기행을 한다.

현재 학교에서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첫번째로 한 달에 한 번 지구 에너지 절약을 위해 지구 지킴이 활동을 한다. 하루 동안 물로만 세수하고, 머리 감기와 샤워를 하지 않는다. 생태화장실을 이용하여 물과 전기를 절약할 뿐 아니라 세숫물, 양칫물 등을 정해진 양만 쓴다. 또한 화장도 하지않고 수업시간 중인 교실만 불을 켠 채 생활한다.

두 번째로 학생들의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함께 나누는 공동체를 실천하기 위해 학생회 주도로 ‘나눔방’을 설립했다. 나눔방에서는 나에게는 필요치 않지만 아직 더 쓸 만한 물건이나 그냥 함께 나누고픈 물건 등을 학생들 스스로가 기부하며 교직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 자발적으로 나눔방의 물건들은 소중히 다루며 ‘아나바다’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2017년 중등부 신입생모집

5학년 재학생 김강토(18)군은 “학교생활을 할 때 쉽지 않았던 일이 많았다. 우선 공동체 생활이기에 개인적인 일은 가급적으로 자제해야 할 뿐 아니라 학교의 일을 이해하려고 애쓰며 개인적인 감정 또한 조절해야 한다. 이러한 점들이 쉽지 않았기에 선후배간 같이 생활하며 먼저 배웠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해줘야 하는 선배라는 제 역할이 무겁기도 하다.”라고 어려움을 밝혔다. 하지만 “그런 선배가 있기에 든든해하는 후배들이 있어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힘든 점도 있지만 즐거운 일들이 더 많아 학교생활이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늦봄학교에서의 생활은 그 어떤 경험보다 값지고 제 자신이 이 학교 학생이여서 자랑스럽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일본어 수업’을 제일 좋아하는 김군은 ‘일본어 통역사’나 ‘체육 지도자’를 꿈꾸고 있으며 동아리 활동 때는 주로 ‘농구’를 한다고 한다.

늦봄학교에서 2017년도 중등부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중등부 신입생 원서 접수는 2016년 6월 2일(목)부터 시작되어 6월 13일(월)까지 진행된다. 일반 중학교의 모집과는 달리 빠른 시기에 원서접수가 진행되므로 관심 있는 학부모들은 원서 접수 기일을 숙지하셔야 될 것 같다.

늦봄학교에서는 언제라도 늦봄교육과 철학에 관심있는 학부모님의 방문과 문의를 기다리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늦봄학교 홈페이지(http://www.bomedu.com/)나, 늦봄학교 교무실(061 434 7212)에서 상담한다.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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