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국제영화제가 기득권 싸움과 정산문제로 결국 무기한 연기가 되어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한 달 여 남은 올해의 광주국제영화제는 열리지 않게 됐다.

광주시는 5월 30일 '6월 24일까지 정산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전년도 교부결정을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극심한 내홍으로 좌초위기에 놓인 광주국제영화제 지원했던 예산을 환수하기로 나선 것이다.

광주시는 올해 2월까지 제출해야할 정산서류도 끝내 제출되지 않아 올해 편성된 예산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장기 집권 A상임이사 내부 불만, 삐져나와

15년간 근근이 이어왔던 광주국제영화제는 예산 지원 중단 등으로 존폐기로에 서게 됐다.

영화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으로 2011년부터 광주시의 예산지원이 점점 커지면서 이권이 개입되고, 결국 영화제 조직위의 내홍이 붉어졌다. 지난해 광주국제영화제는 광주시로부터 2억 7천만 원을 지원받았다.

광주국제영화제 A 상임이사는 10여 년 동안 상근하면서 그동안 존폐기로에 있었던 영화제의 사무국을 운영해왔다.

실질적으로 1명의 A 상임이사와 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일하는 단기 계약직 직원, 자원봉사자 등이 일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스텝 뒤풀이에서 장기 집권한 A상임이사에 대한 불만과 내부 직원들의 불협화음이 삐져나오면서 상임이사의 횡령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됐다.

그동안 내부 스텝들은 허위 정산 서류 만들기,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A상임이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여기에 이사회가 개입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결국 조직위원회의 정환담 이사장은 A상임이사가 정산서류를 빼돌렸다는 절도 혐의, 공금 횡령 혐의로 법적 고소를 하면서 내홍이 깊어졌다.

비대위, 개혁위, 이사회 모두 갈등 해결 못해

A 상임이사는 이러한 상황이 부당하다며 정산 서류와 법인통장, 인감 등을 자신의 개인 사무실로 가져갔고, 서류반환을 거부했다.

지난 1월 7일에는 이사장, 이사를 포함한 광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환골탈태할 것’을 선언했지만, 정작 책임지는 인사는 한 명도 없어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A상임이사 측도 민예총, 시민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하는 개혁위원회를 별도로 꾸려 광주국제영화제를 따로 만들겠다 나섰다.

또 전직 프로그래머, 전직 언론인, 문화기획자, 교수 등으로 꾸려져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야 쇄신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비상대책위원회도 꾸려졌다.

하지만 이사회, 개혁위, 비대위 등 3개의 조직이 꾸려졌지만 결국 영화제의 갈등은 봉합되지 못하고, A상임 이사는 끝내 올해 정산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

광주국제영화제, 계속 이어갈 것인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국제영화제 정환담 이사장은 지난 4월 최근 베이징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지역 영화인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지역의 영화 관계자는 “영화제의 예산 지원이 점점 커져가면서 이권이 개입하고, 이사회의 내부갈등으로 영화인들이 출품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집안싸움으로 영화제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광주의 한 시민은 “그래도 15년간 이어온 광주국제영화제가 윗사람들 문제로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게 너무 안타깝다”며 “진정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영화인들과 함께 새롭게 영화제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이름뿐인 영화제는 예산 낭비일 뿐 아무런 문화예술적인 효과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면서 "문제가 있는 영화제는 과감하게 없앨 수 있는 결단도 광주시가 검토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 시민활동가는 “점점 큰 예산이 지원되면서 그동안 영화제에 관심도 없었던 비전문가 이사회 사람들이 개입되면서 논란이 커졌다고 본다”며 “예산이 끊겼을 때는 신경도 안 쓰고 뒷전에 서있던 사람들이 사실상 영화제를 이끌어온 A상임이사를 걸고 조직위 내부 문제를 겉으로 드러내 다행이라고 본다.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사회 자체부터 갈아 치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불거진 내부갈등으로 15년 동안 어렵게 이어온 광주국제영화제의 명맥이 끊어지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다이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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