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들이 모여 늘 장르와 공연을 협의한다

삶의 지속성에 관한 모든 이유가 사라져 버린 듯한 커다란 슬픔의 때를 겪던 이가 있었다. 자기 자신이 거추장스럽고 생이 버거웠던 때. 헌데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그런 때를 겪고 있는 이가 있었다. 많은 것을 가졌지만 내면의 공허함에 허덕이던 이도 있었다. 스스로에게 갈증을 느끼고 정신의 진보를 경험하고 싶어하던 이도 있었고, 모든 부당한 압박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어하던 이도 있었다.

그때 랩이라는 것을 알았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알았다. 춤추고 노래하되 몸을 과시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흔들어낸다. 말을 뱉어내는 게 아니라 철학을 뱉어내는 작업. 그것으로 인해 짓눌리고 말살된 내면의 감정들을 회복시키는 법을 배웠다.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집어삼키고 침몰하는 것이 아니라 토해내고 정화하며 생의 긍정으로 바꾸어내는 법을, 스스로의 생각으로 정리해낸다. 그것을 표현해내는 법을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배우며,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인식이 확장되고 인격이 성숙되는 경험이다. 너무 거창한 말을 늘어놓았을까? 음악을 통해 우리는 자유해졌다.

25명 가족의 유쾌한 충돌과 새로운 창조

2007년과 2008년 사이의 겨울이다. 일어서는(raise)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라이져 크루’를 만들었다. 사람들과 함께 힙합이라는 장르를 통해 성장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같은 꿈을 꾸며 크루를 시작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25명의 젊은이들이 서로에게 그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함께하는 ‘한 가족’이 되었다. 도예가, 요리사, 미용사, 사료 제작사, 애니메이터, 언어치료사, 치과간호사, 전자 공학도까지, 직업도 개성도 취향도 다양하다.

하지만 혼돈스럽지 않은 유쾌한 충돌을 만들어내며 서로를 자극하고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낸다. 감성을 자극하는 재즈 힙합을 구사하는 친구도 있고, 직설적인 사랑 이야기를 하는 친구도 있고, 생활의 단상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친구도 있다. 크루 안에서 우리는 유기적으로 결합해 ASS OUT, EGG PLANT, 치와와 갱스터즈, 에이팀, 2PLAYERS, UND라는 여섯 개의 팀을 만들었다. 각자의 개성을 듬뿍 살려 비트를 만들고 가사를 쓰고 안무를 짜서 공연을 한다.

2010년에는 ‘5‧18 광주 청소년 음악대회 참가상’과 ‘GYMF 장려상’을 수상했지만 작년 2011년에는 ‘GYMF 금상’까지 수상하면서 수준을 끌어올렸다.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우수한 팀들에게는 이 같은 수상은 자랑할 것도 뭣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이 그동안 멈춰 있지 않았음을 인정해주는 것이기에 그로부터 용기를 얻어 더 치열하게 자신을 성장시켜가고 크루 안에서 서로를 자극시켜가며 일어서고 있는 중이다.

세상만을 원망하기보다 스스로의 한계를 늘 생각하며

다들 바쁜 시간 속에서도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든다. 매 주말이면 모이는 연습실에서 그것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서로를 통해 다양한 사고방식들을 인정하게 된다. 멤버들 간의 사려 깊은 피드백을 통해서는 자신의 부족함이나 모순들을 통찰하게 된다.

일주일에 하나씩 새로운 곡을 써오기란 쉽지 않다. 때로 에너지는 고갈되고 영감은 메말라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다들 멈추지 않는다. 끊임없이 써내고 연습하면서 각자에게 주어진 생을 성실하게 살아내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것 같다. 우리가 남남이 아니라 ‘크루’ 이기에 하나의 가족이기에, 내가 음악에 있어서 게을러지면 가족 모두의 인생도 고달파진다는 생각. ‘더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매순간 스스로를 다잡는다. 서로를 위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랩을 한다고 하면 자기밖에 모를 거라 말한다. 치기 어린 눈빛으로 세상을 조롱하고 파괴적인 행동만을 일삼는 사람들쯤으로 곡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진 것 없는 낙오자들이 모여 되지도 않는 음악에 인생을 낭비한다고 한다. 겉멋만 잔뜩 들어 무대의 화려함만 추구하고 있다고 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뭐든 쉽게 얻으려 하며 생에 대한 성실함이 무엇인지 모른다고들 한다.

허나 단 한순간도 ‘그냥’ 무언가를 얻으려고 한 적 없다. 세상만을 원망하기보다 스스로의 한계를 늘 생각하며 그것을 깨부수고 더 나은 이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들이 있는 자리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더,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싶다. 올해는 기존의 형식을 깨고 진일보할 수 있는 사건과 사고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음악을 하지만 단순한 음악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예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어서는 사람들. 우리에게 랩이란 짓눌린 내면에 대한 치유이자 기존의 어리석은 자신을 버리는 과정이다. 깨어있는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한 의식이다. 여전히 작고 보잘 것 없지만 랩을 통해 힙합을 통해 음악을 통해 정신의 지평을 넓히며 일어서기를 멈추지 않는 이들,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 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들, 우리는 라이져 크루다.

라이져 크루 fume@nate.com http://club.cyworld.com/raizer

라이져 크루((Raizer. Crew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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