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휴 고사창 공연장면

이대휴, 그는 어려서부터 국악을 좋아했다. 마을에서 꽹과리를 치는 아버지와 장구를 잘 치시던 어머니를 보고 자랐다. 그렇다고 무속 집안은 아니었다. 전형적인 농사를 짓는 집에서 컸다. 초등학교 때 텔레비전에 나오는 ‘장화홍련전’, ‘흥보전’, ‘심청전’ 창극을 보면서 많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텔레비전에 흠뻑 빠져들었던 적이 많다. 그 때부터 국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학창 시절 전국체전 마스게임에 참여하면서 농악반에 들어가 처음 국악 배움을 시작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습니다. 학교 다니기가 힘들어 학교를 그만둘까 생각하는 찰나에 장학금 준다는 꼬임에 넘어가서 배웠습니다.” 지금의 그의 자리는 가난이 이루어낸 힘이 크다.

발품으로 ‘광주국악협회’의 내실을 다지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1988년의 일이다. 광주국악협회는 그때 정식으로 지부를 인준을 받았고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대휴, 그가 광주국악협회장에 취임한 것은 올해로 6년째다.

“초창기에는 국악협회의 위상이 미비했으나 이제 성년을 넘겼네요. 차츰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 양보하고 도우면서 광주국악협회도 많은 성과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광주국악협회장으로 살았던 지난 5년, 뒤돌아보면 열심히 뛰었던 일들뿐이다. 2006년 12월 16일에 7대 지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진행했던 2007년 신춘 공연은 1,700여석의 좌석이 부족할 정도였다. 5년 가까이 45회 이상의 크고 작은 행사들을 기획하고 직접 연출하며 발로 뛰었다.

“경기도에 사는 친구가 저에게 큰 힘이 되어준 적이 있습니다. 모 의류회사의 협찬을 받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약 2억 5천만 원 상당의 의류를 3회 지원 받아 어려운 이웃과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나누어준 것이 큰 보람이었습니다.” 나눔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결국 세상을 밝게 만든다.

그가 말하는 국악의 매력은 다양하다. 즐거움, 우리 것을 이어가는 자부심, 가르칠 수 있다는 행복. 국악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줬다. 국악을 통한 봉사는 해외로까지 이어졌다. 두 딸과 아내, 그리고 아들. 가족 모두가 국악의 이름 아래 모여 나눔의 꽃을 피운다.

광주 국악의 옛 명성 되살리자

광주국악협회는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해왔던 문화체육관광부 국악 강사풀제 운영 단체에서 탈락한 것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 단지 그 사업을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국악 강사풀제 운영 단체로 인해 회원들이 서로 뭉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광주국악협회로서는 이 사업이 임원과 회원들을 결속시켜 주는 힘이었는데, 광주 국악인 모두가 아쉬움이 큽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파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는 광주국악협회가 사회단체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회원들과 끊임없이 논했다. 논의의 과정은 다시 회원들 간의 소통의 장으로 전환됐다.

“저희 임원들은 정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주국악협회가 광주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이것을 자치단체에 건의합니다. 개인의 이익이 아닌 순수하게 광주 국악의 옛 명성을 살리자는 취지로 움직입니다.”

광주·전남 국악동호인경연대회와 대한민국 가야금병창 경연대회는 논의와 소통의 결과물이다. 광주 국악 활성화의 이름으로 펼쳐지는 그 행사들은 국악에 관심 갖는 사람들을 광주로 찾아들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는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다.

“여러 국악 행사를 통해 520여 명의 회원들과 임원들이 하나가 되는 계기가 만들어져요. 광주 국악을 활성화시키고, 생활 음악으로 발전시켜가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판을 만들어내고 싶을까? 창작과 예술 활동을 위한 국악협회의 국내외 교류 사업을 통해 다양한 국악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다만 돈이 문제다. 창작예술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시·도립 예술단체에서 창작 공연을 하려면 최소 2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예산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억 원을 받아내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현재 광주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방예술 활성화를 위해 지원되는 전문예술창작 지원금은 최고 금액이 2천만 원이다. 그나마 사회 단체는 최고 금액이 1천만 원이다. 작은 예산을 가지고 창작 예술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광주 국악이 꽃피는 자리에 그가 있다

이미 그는 미약한 걸음을 옮겼다. 2007년 일본 전통음악 단체를 광주로 초청했다. 반대로 2008년에는 일본 나가츠의 초청을 받아 일본에 갔다. 2008년에는 중국 산동성 연태대학교 학생들에게 한국의 춤과 사물놀이를 지도하고 함께 공연하는 행사도 가졌다. 2008년과 2009년에는 곡부(취푸)시 연동기술대학에서 ‘중국인과 문화 소통’을 주제로 한국의 전통 문화를 공연했다. 사실 국제교류 사업에 따른 예산지원은 거의 없다. 그래도 그는 달린다.

“앞으로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것을 계기로 양국 간의 활발한 문화 교류를 가져보려고 합니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치적인 힘과 세력에 의해 예술 정책이 쉽게 바뀌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지원이 특정 분야에 치우쳐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 5만 명이 안 되는 남원에는 국립민속국악원이 있고, 인구 3만 명이 안 되는 진도에도 국립남도국악원이 있습니다. 150만 명이 사는 남도 판소리의 고장 광주에는 국악원이 없습니다. 국악계의 거대한 명인들이 거쳐 간 광주시립국악원이 재설립되어 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바른 국악 교육이 펼쳐져야 합니다.”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임방울국악제도 시민을 위한 행사가 많지 않다. 임방울 선생의 예술 정신을 기리고 광주 국악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 단지 국악 경연대회로만 끝나고 있다. 그것이 그는 안타깝다.

그는 어떤 사물을 보면 ‘저것을 이렇게 하면 더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결과를 도출해 결국 진행하는 사람이다. 광주의 국악이 다시 피어날 자리, 거기 이대휴가 서 있다.

[대동문화 69호, 2012년 5.6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