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앨범

 - 음마, 신부 정님이 표정 관리가 안 되야부네 잉. 저라고 좋아서 웃다가 입이 쭉 찢어져불믄 어찌까?

- 아따, 말숙이 엄시. 말숙이 엄니가 됩데 좋아라고 웃음을 참구만. 뭣 묻은 개가 뭣 묻은 개한티 뭐라 근다등망, 똑 그 짝이그만, 말숙이 엄니가 신부 엄니라도 돼요? 봄바람은 처녀 바람이라등만, 말숙이 엄니 왕년에 혼례헐 때가 생각나서 삐죽삐죽 웃소? 글지 말랑께, 자네넌 인자 짝 잃은 원앙 신세여.

- 아따, 나도 정님이 쩌것이 혼사를 치른당께 좋아서 안 긍가? 저거이 우리 우제 삼서 나가 지 커온 거를 다 앙께, 시방 좋아서 웃는당께.

- 음마, 가남을 헐 수가 없네 잉. 자네가 글믄 정님이 클 때 한 부조라도 했다, 그 말인게비여!

- 아따, 상식이 엄니. 내 말을 들어보드랑께. 정님이가 안 다섯 살 때부터 지그 아부지 읍시 엄니를 고라고 똑 부러지게 모심서, 에렵게 에렵게 안 커왔소. 저거이 중핵교까지만 나와갔고, 거시기 뭐시냐, 광주 방직공장 공순이가 되야갔고 즈그 동상들 셋이를 고등핵교까지 안 뻔듯허니 키왔응께, 을매나 장하요. 나가 그 공을 다 봐왔제 잉.

- 긍께 가남을 못 헌다 안 허요. 도새 글믄 말숙이 엄니가 정님이 성제들한티 뭐를 도와준거는 읍구만, 잉.

- 아따, 말부조는 부조 아닌가? 얼굴 부조는 부조 아닌가? 정님이 엄니 뭔 일 있을 때마당 나가 가서 얼굴 부조를 쫌 했구만 그랴! 그나저나 쩌렇게 짜허니 반지르르한 신랑감을 어쩌고 구했으까 잉?

- 신랑이 쪼끔 정님이하고 나이찔이 난다 급디다. 근디 쩌라고 씩씩허니 뻔듯헝께 신부 엄니가 을매나 좋겄소. 광주에서 오도바이 고치고 팔기도 헝께, 잘 나간다 급디다. 글고 정님이가 원체 손이 매시랍게 살림을 잘 헝께, 둘이 잘 살 거이요. 정님이 족두리가 참말로 고옵다, 고와~.

- 음마, 인자 본께, 상식이 엄니가 더 좋아서 죽그만 그래. 어째 상식이 아부지 멀리 떠나있응께, 어째 쪼금 홀쭉허요? 히히.

- 아따, 말뽄새허고는. 상식이 아부지 나이가 몇인디, 늙은이 기운 좋은 거는 믿어봐야 본전이랑께. 고란 말 허지 마소.

- 아따, 그란 속도 있구만이라우. 그나, 밥은 봄같이 묵고 국은 여름같이 묵고, 장은 가을같이 묵고, 술은 겨울같이 묵으라고 글등만. 언능 혼례 치르고 우리 막둥이 놈이나 오라 그래갔고, 오늘 푸지게 밥도 묵고, 국도 묵고, 술도 묵어불란다, 작것.

- 긍게 저라고 우리 상식이도 지 짝을 만나믄 을매나 좋으까 잉! 상식이 요놈은 정님이가 즈그 동네 동생뻘 된께, 와서 쫌 귀경도 허고 그랑께 어디로 갔다냐?

- 상식이가 올해 마흔 둘이요? 아따, 꺽정 마시쇼. 지가 무슨 수가 있응께, 그라것지라우.

- 말 마소. 마흔 셋이시. 아니여, 고놈이 폴새 말 들어온 신부감이 서른 번이 넘어. 근디 뭔 속인지 모르겄어. 총각 구신이 붙었으까? 나넌 쩌그 빌리삔 여자도 좋고, 빼트남인가 고란 처자도 빈헌 세상인께, 괜찮겄등만. 맘을 탁 갤혼해야 쓰겄다, 묵어불믄 요새 세상에 자식이 있는 과부믄 숭이 될 거시오. 뜬물에도 애기 생긴다고 요시 허고 어떤 년이라도 탁 자빨쳐불믄 갤혼도 우습게 쉬운 일인디 잉~. 상식이 이 놈이 고라고 고개를 내둘내둘 허네.

- 어치게 되겄지라우. 시골서 농사 진께, 도시 여자들이 올라고 허겄습디요. 하여간 도회지가 문제여, 삘건 궁둥이 처녀들이 맨 도시로 나가불고 씨도 읍은께, 총각덜이 갤혼도 못허고, 애기들도 업고, 긍께 시골이 요 짝 나제 잉.

- 긍께 말이시. 어치꼬 될랑고 요놈의 시골이…. 음마! 인자 식이 끝났는갑네. 인자 되야지 머리고기에 막걸리나 한 잔 허고, 타령이나 한 자리 허세. 음미, 요라고 좋은 날 청승 떨믄 안 된디 잉. 하여간 정님이 갤혼헝께 좋기도 허고 맴이 서운허기도 허고 뭣이 뭔지 모르겄다. 작것,

[대동문화 69호, 2012년 5.6월호]

최옥수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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