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문학이 살아나고 있는데 비해서, 인문학의 기초가 되는 문학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그 원인은 디지털 시대에 문자가 죽어가면서 인간 정신이 휘발되고 물신주의가 팽배하면서 문학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가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문학 회생을 위해서는 문학적 가치를 사회와 공유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문학이 더 이상 문학종사자들의 개별적 몫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문학이 갖고 있는 미적 주체의 역량에 대한 자긍심을 살려내기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할 때이다. 문학의 미적 가치를 사회와 함께 공유함으로써 문학의 위상을 보증 받기 위한 시민 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문학작품 창작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과 함께 문학적 성과물을 사회와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문학 인프라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문학관 건립을 비롯해서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문인 전용공간으로서의 창작실과 문학 공원, 창작 교육 공간, 출판 단지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광주는 박용철, 김현승, 이수복, 박봉우, 이성부 등 현대문학에서 한국문단의 중추적 역할을 해온 걸출한 문인들을 많이 배출했다. 또한 2014년 아시아문화전당 준공을 계기로 광주 문화예술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바뀌게 될 것이므로, 문학적 역할이 크게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향 광주에 토털 개념의 복합문학관 건립돼야

그런데도 광주에 아직 문학관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광주시에서는 6년 전 박광태 시장 재임 시에 문학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부지와 명칭을 놓고 몇 차례 회의를 열어 명칭을 ‘용아 다형 문학관’이라고 하자는 합의점을 도출했으나 더 이상 진척을 보지 못했다.

강운태 시장 취임과 함께 2015년까지 문학관을 개관할 계획으로 다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빛고을 문학관’이라고 명칭을 바꾸었다. 그러나 기존 건물 매입을 둘러싸고 파행과 잡음이 계속된 가운데 추진위를 해체시켰으며 아직까지 부지 선정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1세기는 지역성이 크게 강조되는 시대이다. 지자체마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 자원을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주의 지역성을 잘 보여주는 특성 중의 하나가 문화예술의 미적 가치에 대한 자리매김이다. 따라서 그동안 한국문학을 견인해 낸 작가들을 중심으로 지역 문학을 정리하고 그 가치를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문학 인프라 구축은 절대 필요하다.

문학의 정신적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지역민과 함께 나누는,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 확보를 위해서 광주에 문학관 건립을 서둘러야 한다. 전남도내에는 목포문학관을 비롯해서 벌교에 태백산 문학관, 곡성의 조태일 문학관, 순천 문학관, 담양 한국가사문학관이 있고 전북에는 군산 채만식 문학관, 고창 서정주 문학관, 부안 신석정 문학관, 김제 아리랑 문학관, 전주와 남원에 최명희 문학관 등이 있다.

월드컵 축구장에 대규모 야구장 신축을 서두르고 있고, 국립박물관과 시립 미술관에 민속박물관까지 있는 예향 광주에 문학관이 없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정신적 가치를 포기하는 일과 같다.

지금까지의 문학관은 문인의 작품이나 유품, 사진 등을 모아서 진열해 놓은, 단순한 전시 공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문학관은 토털 개념의 복합문학관이 되어야 한다. 전시 공간 외에 신인 배출을 위한 창작 교육, 도서실, 레지던스 공간으로서의 문인 창작실, 공연장, 세미나, 출판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광주에 어떤 문학관이 세워져야 하는가. 건물만 세워진다고 해서 문학관의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학관이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결정 된 후에 하드웨어인 건물을 짓는 것이 순서이다.

그러자면 문학관 콘텐츠 구축과 사이트를 개설하여 자료수집 작업을 먼저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콘텐츠 구축을 위해서는 서둘러 추진위를 재구성하고 문학관의 성격부터 규정되어야 마당하다.

현재 전국에는 58개의 문학관이 있다. 문학관 명칭을 대부분 그 지역의 대표적인 문인의 이름이나 아호를 따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한 작가 중심 문학관이 34개이다. 나머지는 황순원의 소나기 문학관, 조정래 태백산 문학관, 최명희의 혼불 문학관, 박경리의 토지 문학관 등 작품 중심의 문학관과 남해의 유배 문학관 등 테마 중심의 문학관이 있다.

또 목포나 마산 대전 문학관 등 지역 명칭의 문학관의 경우 한 건물의 문학관에 많은 문인들을 전시하고 있는 예도 있다. 목포 문학관의 경우는 박화성, 김우진, 차범석, 김현 등의 문학인을 콘텐츠로 하고 있다. 대전문학관은 정훈, 한성기, 권선근, 최상규, 박용래를 전시하고 있다.

작가의 생가 복원과 시비 공원 조성 절실

그런가 하면 마산문학관은 무려 22명의 문인을 전시하고 있다. 마산문학관은 많은 문인들을 전시하고 있어 ,핵심 콘텐츠 빈약으로 관광 상품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뚜렷한 문학적 업적을 이루지 못한, 지명도가 낮은 문인을 전시할 경우 실패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광주에 세워질 문학관은 작가 중심으로 할 경우, 성공한 케이스인 경주의 동리 목월 문학관처럼, 용아 다형 문학관으로 하든가, 아니면 테마 중심 문학관으로 5.18문학관으로 하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전시 문인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당연히 문학적 성과가 있고 한국문단에서 지명도가 높은 문인이라야 한다. 광주의 경우 박용철. 김현승처럼 한국 문단의 중추적 역할을 해온 문인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이수복, 박봉우, 이성부를 포함하더라도 작고 문인 5명을 넘지 않아야 한다.

문학적 성과가 없는 지역 문인들을 대거 전시할 경우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건물은 문학의 특성상 가급적 독립 건물이 좋고 사색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공간이라야 한다. 문인들의 삶처럼 화려한 것보다는 소박한 건물에 자료가 충실해야 한다. 물론 주차 공간 확보도 중요하다.

문학관과 함께 작가 생가 보존이나 복원도 시급하다. 어쩌면 문학관보다 작가가 살았거나 창작 공간인 생가복원이 더 시급한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문학관 기행 못지않게 문학애호가들과 문학도들이 유명작가의 생가나 작품 공간을 답사 기행하는 문학 캠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광주의 경우 광산구청에서 박용철 생가를 중심으로 용아 문학 예술촌을 추진 중일뿐 나머지 작가들 생가에 대해서는 아직 복원 계획이 없다. 생가 복원 사업 이전에 작가가 살았던 곳이나 작품 배경을 중심으로 표지석을 세우는 것이 좋다.

문학비나 시비도 콘텐츠에 포함시켜야 한다. 광주에는 무등산과 호남신학대학 두 곳에 김현승 시비가, 중외공원에 김남주 시비가 세워졌고, 2012년에 작고한 이성부 시비가 모교인 광주고등학교에 세워져 있다.

광주에서 화순으로 통하는 너릿재 공원에는 황하택, 문병란, 문도채, 박홍원, 김재흔 등의 시비가 세워졌고 사직공원에는 이순신, 김덕령, 정충신, 임백호, 윤선도, 김인후, 박상, 이수복, 박봉우 시비가 세워졌다. 너릿재와 사직공원의 경우 지역연고 등을 무시하고 선정 기준도 없이 무작위로 세워져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학으로 놀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 절실

지역의 역량 있는 신인육성을 위해서는 문예 창작 교육 공간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2009년에 세워진 서울 연희 문학 창작촌은 도심 안에 예술가를 위한 창작 및 교류의 공간,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향유의 공간으로 재생시킨 새로운 개념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곳에서는 문인들에게 순수 창작을 위한 집필실을 제공하고 시민들과의 소통을 위한 야외무대와 문학미디어 랩 등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곳곳이 작가의 자화상, 입주작가 사진, 아카이빙 등 시민을 위한 전시회 개최를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입주 작가들 작품을 중심으로 입체 낭독, 노래 공연, 인형극 등 다양한 형식의 무대가 꾸며진다.

광주에도 아시아문화전당 인근에 문학창작 공간을 만들어 문화예술을 통한 도심 재생 사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문학창작 공간을 이용하여 문학과 미술, 음악, 연극 등 장르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개념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꾸민다면 창조 도시 광주의 품격을 한층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역 문학의 열악한 환경 현실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문학 인프라를 둘러싼 서울과 지역 간 격차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위기를 벗어나 홀로서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우리 지역 문학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정책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 정책의 현실적 대안의 하나가 바로 인프라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동문화 80호 [2014 1,2월호]

문순태 소설가, 생오지문예창작촌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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