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인 시인과 대화

질문 : 광주 문학 인프라로 불릴만한 것들은 무엇일까요?

답변 : 저는 광주에 있을 당시 광주 구시가지에 위치한 ‘충장서림’을 좋아했습니다. 책을 살 돈이 없어도 괜히 어슬렁거리며 그곳에서 신간 시집이나 소설책, 문학잡지 등을 읽곤 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이런 서점은 문화공간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정확하게 문학 인프라라고 말하기에는 쑥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문학 인프라라고 하는 게, 문학인의 복지를 위한 공간인지, 독자를 위한 공간인지, 그것도 아니면 관에서 주도하는 사업의 일환인지를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문학관이 있다고 해서 지역 문학의 위상이 올라가고 없다고 하여 하락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문학 위상은 작품의 질과 독자의 양과 비례하는 법일 테니까요. 요약해서 말하자면, 저는 문학 인프라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질문 : 광주 문학과 문학인의 위상을 어떻다고 생각하신가요?

답변 : 지역 문학과 중앙 문학을 나눠서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일견 벗어나야 타당할 테지만, 그것의 분리가 엄연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광주나 호남 출신 문학인의 작품이나 활동성에 포커스를 둔다면 위상이 높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광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텍스트의 양과 질, 광주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활약하는 문학인의 수를 생각한다면 그리 높은 위상이라고 할 수도 없겠죠.

위상이라는 말은 문학에게 있어 약간 어폐가 있습니다. 문학에 있어 위와 아래가 있다는 전제 하에 성립되는 용어이니까요. 문학은 경제지표나 수출입 엑셀 그래프가 아닙니다. 일종의 애향심을 가지고 광주가 저에게 남긴 여러 유전자를 활용해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저는 광주가 좋습니다. 그러나 광주가 어느 지역에 비해 잘났느니, 못났느니 하는 담론(그것이 ‘위상’의 쉬운 말이겠죠)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질문 : 광주 이외 문학 관련 시설이나 인프라 중에서 추천할 만한 곳에 대해 이야기해 주셔요.

답변 : 최근에는 집필실을 마련해주는 사업이 많이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의 연희문학창작촌, 원주의 토지문학관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우리나라의 거주비 부담을 작가에게서 덜어주고, 안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 우리 광주 문학인들의 삶의 질과 창작 여건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답변 : 어느 곳이고 막론하여, 문학하는 사람 대부분은 삶의 질과 창작 여건이 모두 만족스러운 상황에서 집필을 하지는 못합니다. 전국적인 현상이지 지역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 광주 문학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인재 양성의 방법에 대해 의견을 주십시오.

답변 : 문학의 인재가 양성이 가능한가가 먼저 의문입니다. 현재도 각 학교 문예창작과 등을 통해서 새로운 작가가 계속 탄생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등단한 작가를 양성하는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일 것입니다. 재능 있는 작가에 대한 지원금을 통해 해당 작가가 작품 활동에 더욱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최근 정부 들어 사라져버린 예술 지원의 기본적인 모토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더 확립하고 지켜준다면 자연스레 젊은 작가들이 더 힘을 낼 것입니다.

지원금을 주고 성급하게 성과를 요구하는 방법, 예를 들어 300만원을 주면서 이듬해까지 작품집을 요구하는 행태는 300만원으로 그 작가를 죽이는 길입니다. 길게 보고, 작가를 현실적으로 지원했으면 합니다.

질문 : 우리 광주 문학의 전통과 미래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답변 : 광주 문학은 제가 태어나기 한 해 전에 있었던 거대한 사건, 5·18민주화운동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저는 그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광주라는 지역이 가진 정신적 트라우마가 이제까지 훌륭한 작품을 이 땅에서 나오게 했고, 앞으로도 힘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는 조금 유연한 시각과 태도를 갖고 문학을 대했으면 합니다.

시인 김수영의 말처럼 작가에게는 최대한의 자유가 필요합니다. 그 끝에는 생각의 자유가 있을 것입니다. 선배는 후배를 믿고, 작가는 독자를 믿으며,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믿는다면, 문학은 결코 지속가능한 가치로 성장하고 거기 어디쯤에 광주도 있을 것입니다.

소설가 정용준과 대화

질문 : 광주 문학 인프라로 불릴만한 것들은 무엇일까요?

정용준 : 문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있지만(비엔날레) 문학이라고 한정하면 떠오르는 게 별로 없습니다. 아시아문화전당이 생기면 문학과 관련된 좋은 콘텐츠가 생기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질문 : 광주 문학과 문학인의 위상을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정용준 : 광주 문학이 무엇인지부터 애매한 지점이 있습니다. 광주 출신 작가들의 문학을 말하는지 광주하면 떠오르는 문학적 이미지를 말하는 것인지…. 하지만 ‘광주 문학’ 하면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5.18입니다. 하지만 5.18과 관련된 훌륭한 문학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광주 문학인의 위상은 잘 모르겠습니다.

질문 : 광주 이외 문학 관련 시설이나 인프라 중에서 추천할 만한 곳에 대해 이야기해 주셔요.

장용준 : 언뜻 떠오르는 것은 이효석 문학관과 이효석 문학관에서 만든 문학상, 그리고 문학 캠프가 생각납니다.

질문 :우리 광주 문학인들의 삶의 질과 창작 여건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장용준 : 광주뿐만 아니라 문학인들의 삶의 조건은 다들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지역과 상황의 문제가 아닌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이 시대에 문학을 한다는 것이 대부분 그렇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조건이 삶의 질과 바로 대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렵지만 삶의 질이 좋을 수는 있습니다.

질문 : 광주 문학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인재 양성의 방법에 대해 의견을 주십시오.

장용준 : 문학과 관련된 이들을 연계해주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독서 모임이나 창작 모임 같은 모임이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가나가 문학을 즐길 수 있는 풍토가 아래에서부터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이런 작은 모임들이 생겨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나 독서회 모임 장소들이 많이 제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질문 : 광주 문학관이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입니다. 광주 문학관 건립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좋은 광주 문학 인프라로 건설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신가요?

장용준 :광주문학관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광주문학관이 문학 외의 조건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곳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지역 문화 콘텐츠가 혈연 지연 등의 문제로 오염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광주만은, 광주 문학관만큼은 혈연 지연 등의 문제와 문단 정치적인 문제로 오염되어 말이 많게 된다면 광주라는 이름에 부합되지 않을 것입니다.

질문 : 우리 광주 문학의 전통과 미래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장용준 : 중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아시아문화전당도 그렇고 광주문학관도 그렇고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광주 문학의 전통을 이어가고 미래를 밝히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부디 관계자들이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대동문화 80호 [2014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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