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장화홍련전’, ‘심청전’ 등과 같은 고전 극영화도 있다. ‘최승희 여사의 공연’이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을 것이고, ‘남조선 축구대회 우승 기념식’과 같은 스포츠 기념식도 치러졌다. ‘광주 청년단 결성식’, ‘조선 건국준비위원회 전라남도위원회회 결성식’, ‘김구 선생 연설’ 등도 있었다. 때로는 ‘문충성 권투 시범경기’ 등도 있었으니 감탄할 만하다. 1950년대에는 국극단, 악극단 등의 공연이 서민들의 애환을 달랬으며, 극장 좌석제가 1955년 실시된 이후에는 영화 상영 외에도 전국 학생 연극제 등이 열리기도 했다.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광주극장에서 있었던 행사나 공연, 영화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바로 광주의 역사이자 이 역사 자체가 스토리텔링의 보고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생활사의 면모가 이곳에 고스란히 담겨서 그 추억들을 더 생생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극장의 역사의 책갈피 안에 ‘헐리우드 키드’였던 우리 세대들의 영화 관람 추억도 고스란히 변색된 네잎 클로버처럼 숨어 있다.

광주극장(대표 최용선)은 이제 예술 전용극장으로 예술 영화 마니아들을 위한 문화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동구 충장로 5가 62번지에 있는 이 복합문화시설은 1933년 10월 1일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되어 지금까지도 원형이 고스란히 유지된 채 건재하다. 지하 1층 지상 4층, 대지면적 1,286.6㎡이다. 좌석수는 856석으로 3층에 1940년대부터 70년대까지의 극장 사진 및 풍경이 전시되어 있으며, 1940년대부터 60년대까지의 영사기, 1970년대 초 포스터도 전시되어 있다.

무등극장은 유은 학원을 설립했던 최선진이 일제의 암울한 시대에 피폐해진 시민들의 삶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공영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역민들과 함께 손잡고 민족 자본의 힘으로 1933년 설립된 극장이다.

시대의 아픔과 희망을 고스란히 담아낸 창극, 악극, 판소리, 연극 등이 공연되었고, 시민들의 생활에 휴식을 주는 영화들이 상영됐다. 1940년대 전까지 전국적으로 영화와 연극을 할 수 있는 극장이 서울의 단성사, 함흥의 동명극장과 명보극장, 진남포의 항좌극장, 광주의 광주극장, 목포의 목포극장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공연되었던 향토 자료 및 각종 연극 영화사에 기록이 남아 있는 주요 공연물과 영화들 대부분이 광주에서는 광주극장을 통해 이 지역의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해방을 전후한 광주극장에서는 백범 김구 선생 등의 애국 강연회와 광주청년단 등 각종 시민사회 단체의 집회는 물론 학예회 및 졸업식, 음악회, 연극이 공연되고 영화가 상영되었으며 밤에는 야학이 개설되는 등 이 지역의 시민회관으로서 지방 항일 문화 교육 계몽 운동의 전당이 되었으며, 대한민국 건국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그 설립 이념이 온존되고 있다.

2002년 전국의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선정된 이후, 2012년까지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예술영화 마니아들이 지금도 끊임없이 찾고 있으며, 극장측은 관객층 확산을 위래 다각도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80여년의 전통과 이 지역의 역사와 공연 문화 콘텐츠를 담고 있는 극장으로 조금만 더 보존되고 가꾸어나간다면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좋을 ‘미래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대동문화 80호 [2014 1,2월호]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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