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를 가장 슬프게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우리 곁에서 강현구 형를 떠나보내야 하는 일이 가장 가슴 아픈 일이었다. 문화계로서는 소중한 인적 자원을 잃어버린 것이었고, 그를 사랑하는 친지와 시민들은 좋은 친구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2013년 11월 20일 새벽 그동안 투병 중이던 해산 강현구 선생이 발병 꼭 100일 만에 귀천하면서 그를 아끼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8월 초, 갑작스레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얼마나 안타까워했던가.

평생 동안 다양한 문화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셨던 터라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허탈해했다. 평소 건강하고 밝은 모습에 워낙 낙천적 성품인지라 훌훌 털고 일어설 줄 알았고 모두 그렇게 되기를 기원했었다. 현구 형과 내가 인연한 것이 20여년. 돌이켜 보면 그는 남도 문화계의 대들보였고, 특히 나에게는 문화적 멘토였다.

강현구. 그는 남도 문화계의 큰 별이었다. 아직도 남도 땅은 할 일이 많고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은 곳곳에서 손짓하건만 그는 우리 곁을 초연히 사라져버렸다. 겨우 향년 62세를 일기로. 그의 귀천(歸天)은 문화계의 훌륭한 인재이자 남도의 문화적 자산을 잃은 것이다. 그는 문화계에 큰 족적을 남겼고, 전통문화와 향토사에 산증인이기도 하다.

한국 전쟁 직후인 1952년 해남 땅 산이면에서 출생한 그는 광주고등학교를 거쳐 전남대 국문학과를 졸업 후 금호고등학교와 중앙중학교 등에서 국어교사로 25년 동안 재직 중 수많은 후학들을 길러 내면서 우리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민속학자로서 <전남지방의 장승 솟대 신앙> <임정마을 벅수제> <민간신앙조사 방법론> <전남향토문화백과사전> <강진읍 줄다리기> <선암사 벅수고> <구례 간전면> <양동마을 당산제 외> <섬진강 유역사> 등 공저와 논문 등 대단한 학술적 업적을 남겼고, 특히 광주MBC 얼씨구 학당 전문MC로 3백 여회 출연 등 방송과 각 교육기관에 수많은 특강을 통해 구수한 입담과 해박한 지식으로 남도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해왔다.

문화 분야 활동으로 광주광역시 문화재위원을 비롯 광주 민학회, 남도 민속학회, 광주예총, 무등산보호협의회, 대동문화재단, 지역문화교류재단, 남도불교문화연구회장, 광주 • 전남 숲 해설가협회 상임대표, 무등산 생명 숲 학교장, 삼소회장, 빛 고을 국악 전수관 자문위원, 전라남도지• 광주시지 집필위원, 광주문화도시협의회 공동대표, 향토문화진흥원 이사, 한국향토사연구 전국협의회 전문위원, 향토문화개발협의회 전문위원, 등 필설로 다 열거 할 수 없을 만큼 빛나는 활동을 해왔다.

향토 전통문화에 고단한 일생 바쳐

오늘날 남도향토문화가 근근이 맥을 잇고 있는 것은 그동안 음지(陰地)에서 오직 사명감 하나로 전통문화발전을 위해 온갖 굳은 일을 해 온 분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소중한 분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는 것과 동시에 문화 인프라는 손실되고 있다. 이들이 평생 쌓은 지식과 노하우는 점점 사라져가는 귀중한 문화 콘텐츠인 것이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노고를 치하하고 적극적으로 예우하는 것은 문화로 밥 먹는 문화 산업의 기초자산이다.

그러나 단체장들은 입만 벌리면 문화 시대를 말하면서 이들의 노고에 대한 대접은 안중에도 없고, 전통문화를 공부하고자 하는 후진들도 갈수록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전통은 불가의 계율과 같으며 그 나라의 정체성이자 뿌리인 셈이다. 전통문화가 없는 나라는 미풍에도 흔들리고 스러질 수밖에 없다. 차제에 조심스레 남도 향토 문화에 평생을 바쳐온 어른들을 열거해본다. 작고한 분들로는 장흥의 강수의, 이상구 선생을 비롯, 화순에 최재양, 영광에 이기태, 해남에 황도훈, 함평에 이현석, 영암에 신희범, 장성에 이병직, 순천에 진인호, 여수에 김계유, 목포에 이생연, 광주에 최계원, 박래경 선생 등을 들 수 있고, 현존 활동 중인 분으로는 광주에 박선홍 선생를 필두로 김정호, 이종일, 성춘경, 곡성에 김학근, 해남에 윤병진, 장흥에 윤수옥, 구례 문승이, 담양에 이해섭, 나주 정윤국, 이재홍, 강진에 양광식, 무안에 김정섭, 영광에 조남식, 진도 박문규, 광양에 김광호, 보성에 김용환 선생 등을 1세대 향토사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벌써 고인이 되셨지만 금호문화재단 이강재 선생도 전라도 향토문화 발전에 선구자였고, 목포대학교 사학과 이해준(현 공주대학교) 교수를 꼽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이해준 교수는 충청도 양반인데 전라도에 대한 애정으로 20여 년 전에 <다시 쓰는 전라도> 라는 책을 펴내는 등 향토사 연구와 후학 양성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고 영향을 미친 분이다.

이후 1.5세대라 할 나홍채, 양기수, 강현구 씨 등이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현재 50대 2세대들에게 맥을 잇게 하는 소중한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대동문화재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나도 위에 선배 제현(諸賢)들의 편달에 음양으로 영향 받은 바 크며 지면을 통해 깊이 감사드린다.

토속적이고 지역적인 것인 향토 문화이자 전통 문화인데도 우리나라 문화정책은 늘 이들의 소중한 가치를 언더로만 취급하니 안타깝고 아쉽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특히 현구 형은 우리 국악과 민속, 환경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지대한 업적을 이뤘다. 그의 해박한 지식을 나는 걸어 다니는 박물관이라 여겼으며, 내가 힘들 때나 어려운 일은 명쾌하게 해결해주는 만능의 해결사였다.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따뜻한 정과 허허로움으로 대하는 우리들의 큰 형이었다. 빈소에 천진스럽고 넉넉한 형의 모습을 보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차제에 사회봉사에 헌신해 온 분들에 대한 시민사회 문화장(市民社會文化葬)이라도 있었더라면 좀 더 덜 서운 할 것인데 여겨진다. 현구 형! 그동안 이 땅의 올 곧은 전통문화를 위해 너무나 고생하셨구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고단한 몸 편히 쉬소서. 명복을 빕니다.

대동문화 80호 [2014 1,2월호]

조상열 사단법인 대동문화재단 대표  ddmh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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