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와 보시쇼. 와서 잔 요 술국 한잔 마셔보시시요. 먼 질 떠날나믄 배야지 속이 든든해야제 잉. 긍게 일로 와서 한잔 받아 잡솨봐게. 장국밥 뜨시게 한 그륵 안주 삼아 술~술~ 대포 한 잔, 아니제 한 잔은 정 없응께, 두 잔으로는 아심찮헌께 세 잔은 폭 허니 해야제. 얼른 일로 와 한 잔 해보시시쇼.

근디 집이는 어디로 갈라고 이라고 새복에 버스 차부에 나와 지겠소? 서울 딸네미네 집에 간다고라우? 딸네미가 미용실 근무헌디 짐장을 한 포대 갖고 가서 줘야 쓰겄다고라우? 아이고 요새 시골 엄니 아부지들이 요라고 서울 간 자석들헌티 왔다리갔다리허믄 꼭 감독관맹키로 감시헌다고 생각허고 안 좋아들 허랴우? 아 그런종 안다고라우? 딸레미 둘러대고 할망구 몰래 서울 귀경도 해볼라고 바람도 잔 쐬고 그란다고라우. 하이고 또 그란 속이 있었구만이라우 잉. 알았응께 언넝 한 잔 허시쇼?

글고 뽀짝 옆에 쩌그 앵경 잡순 젊은 친구 냥반은 뭣 허로 서울 가요? 꺼꿀로 시골로 간다고라우. 고향이 어딘디라우? 아, 영광이라우. 참 영광스럽겁소 잉. 그짝에 살믄이 잉. 인제 대핵교 다 댕기고 홀로 집에 지게신 엄니한티 가는 길이라고라우. 잉 잘 허겠소. 객지 서울 땅에서 기신기신 엉딩이 비빌 곳도 읍고 산 설고 물 설은 곳이서 혼잣몸으로 뭣을 성공을 해보겄다고 그랬싸시오. 서울이 젊은 냥반들헌티는 기회가 좋은 곳이요마는 우리같은 돈 도 빽도 읍는 사람들헌티는 서울행이 고생행이여라우. 뭔 영광을 볼라고 서울 올라가 공부했으까? 집이도 인자 고향 가게 되얐응께 요 탁주 한 자배기 마셔보시시오.

술이 조치라우. 기분이 찹찹헐 때도 술이 좋고 기분이 꿀꿀할 때도 술이 좋고 흥들어질 때도 술이 좋고 모다들 모여 흥이 붙을라믄 술이 좋지라우. 긍게 술도 지대로 잘 마셔야 써. 술 묵고 미친 개같이 놀믄 술이 술이 아니라 쥐약잉께. 술을 다스림서 묵어야 써. 술만큼 존 것이 읍어.

마시는 술만 술이간디? 우리 집은이라우! 시방도 신식 양옥집에 산디라우, 씽크대 위에다가 신주도 담아 얹어놓고, 냉장고 놔둔 뒷 거 뭐시오 잉, 배란다에다가 정화수도 놔두고 그래라우. 글고 앞 배란다에다가는 쪼금 격식에는 안 맞소야마는 항아리 놔두고 김치여, 장이여, 쌀이여를 놔두고 때되믄 퍼서 묵기도 허고 그래라우.

우리 할무니 어무니 정지에다가 정화수 떠다 놔두고 손이 발이 되게 빌었지라우. 뭣을 빌어라우? 자석들 안전허라고, 애기들 무병허라고, 식구들 복 주라고 생각나믄 빌고, 또 빌고, 물 길어와서 또 빌고, 밥 짓다가 ‘워미 그 자석 서울서 핀안해야 쓸 것인디, 아이고! 내 자석 서울에서 공부해서 대성해갔고 출세해야 쓸 것인디….’ 허고 헌 말 또 허고 허믄서 조왕 할머니헌티 협박을 많이 했제 잉.

고 심으로다가 우리가 요라고 편허니 인자 사는 모양이여라우? 긍게 그라고 고향 집에서 빌어주는 우리 엄니, 할무니가 있으믄 심 내서 모다들 그 심으로 세상 살아가믄 되제라우. 죽네 사네 해도 뭣이 변헌 것이 있가디. 엄니들 자석 생각하는 마음은 천년 만년 변헐 거이 없제. 자식 사랑이 쉬겄소 잉?

인자 2014년 갑오년이라든디, 인자 말띠 해지라우 잉. 말같이 씨뚝쌔뚝 한판 시원허니 뛰어가믄 쓰겄소. 우리 동네 사람덜, 우리 나라 사람덜 요 술 한 보새기라도 뜨신 국밥에다 말아묵고 든든헌 속으로 달려갔으믄 허요마는 어찔 지는 모르겄소. 하여간 우리 엄니 조왕신헌티 빌 듯이 비요. 안녕허시라고라우. 안녕허시지라우?

-1986년 영광 버스차부 인근-

대동문화 80호 [2014 1,2월호]

최옥수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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