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 이전과 무안공항 개항에 맞춰 전남 서부권의 중심 고속도로로 건설되고 있는 <광주-무안간 고속도로> 광주권 제5공구 구간이 어등산과 황룡강, 호남대학교 시설 부지를 관통하도록 추진되고 있어, 이와 관련된 호남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반발과 함께 환경 및 생태계 보전 차원에서 새로운 선형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민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호남대학측은 이 구간의 노선이 대학 캠퍼스를 관통하고 있어 1만여 명에 달하는 호남대 학생들의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어등산․황룡강의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면서 어등산을 관통하는 현노선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시행자인 도로공사측은 이 구간 공사가 이미 시작된데다, 토지 보상이 이뤄지고 있어 구간 백지화나 호남대측이 요구하는 노선변경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이를 둘러싸고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 문제와 관련 지난 9월 23일 열린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어등산 통과 노선의 학습권 침해, 자연경관 파괴, 사전 협의 미흡 및 환경영향평가 제외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고, 건설교통부가 양측의 합의하에 노선을 다시 결정하라는 재검토론을 내려 해결방안이 주목되고 있다.

△고속도로 건설계획

무안공항 개항과 전남도청 이전에 따른 교통량 해결을 위해 지난해 말 착공된 이 도로는 2007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이 고속도로는 무안 신공항에서 광주시 운수동 60호 광장까지로 41.46km이며 총사업비는 1조 890억원으로 지난 98년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가 오는 2007년 완공된다.

호남대와 주변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구간은 고속도로 진입 예정지인 광산구 운수동 60호 광장에서부터 평동IC까지이다. 60호 광장은 광주여대에서 평동산단 진입로 방향으로 진행할 때 무안고속도로 연결 시점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있는 곳이다.(사진1 참조)

도로공사측에 의하면 제5공구는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시공사업자(쌍용건설)가 선정돼 있으며, 편입부지에 대한 보상을 준비중이다. 총 공사비는 762억 원이며, 구간은 5.8km에 달한다.

보상실적은 광주시 구간 632필지(58만3천620㎡) 가운데 66필지(5만7천900㎡) 정도가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토지를 사용해도 좋다고 승낙한 상태다. 공사는 공구별로 착공했으나, 문제구간인 평동IC～평동산단 진입로(광주여대 옆 60호 광장)간 제5공구(5.8㎞)는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호남대학․광산구 입장

대학측은 광주시와 도로공사 등지에 보낸 건의문을 통해 광주-무안간 고속도로가 어등산을 관통함에 따라 어등산․황룡강의 생태계와 호남대 1만여 명 학생들의 교육여건에 막대한 악영향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즉 광산구 운수동 60호 광장을 기점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고속도로는 어등산 자락을 터널로 휘감은 뒤 대학 잔디축구장 왼편 측면을 관통하도록 설계돼 장차 캠퍼스 확장시 대학시설이 양분될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의 노선은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어등산 개발 계획 25만 평의 그린벨트 해제 대상 지구 안을 관통하도록 되어 있어, 광주시의 장기적 발전 전략에도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호남대측은 현재의 노선은 장래 주변 고속도로망 계획과 기능이 중복되며, 2004년 철도전철화 완성으로 고속도로 이용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호남대측은 이에 따라, 60호 광장에서 어등산을 관통하는 터널 구간인 5공구를 완전 백지화하고 대신 광산구 시내 도로를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측의 대안노선은 크게 △도시계획도로 37호선(서광주역)-81호 광장-고속도로 △도시계획도로 17호선(평동산단 주변)-평동IC-고속도로 △도시계획도로 20호선(송암공단)-본덕IC-고속도로 등이다.

평동산단 주변도로를 이용할 경우 평동산단과 직접 연결이 가능하고 고속도록 건설비가 대폭 감소하며, 어등산 개발의 장애요인이 제거되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고속도로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교통량을 여러 곳으로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광산구청은 60호 광장에서 평동산단 진입로를 지나, 평동산단 내부도로를 관통해 평동IC로 연결하는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광산구청안과 호남대 안은 고속도로의 종점을 평동IC로 정하는 부분에서는 일치하고 있으나 광주시내 내부도로를 이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광주시와 도로공사 입장

광주시는 5공구 사업자까지 결정된 시점에서 선형변경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 다만, 주민과 학교측 입장을 도공측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특히 평동산단 진입로와 고속도로를 연결(60호 광장)해 달라는 것은 시의 오랜 건의사항으로 또다시 노선변경이 논의돼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시행자인 한국도로공사는 광주시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도로구간이 확정됐으며, 지난해 12월 법적으로 도로 결정고시가 발효된 만큼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도공측은 고속도로의 종점을 변경할 경우 새로운 노선에 따른 상대 민원이 발생하며, 재설계와 도로구역 변경고시 및 용지보상 절차 재개에 따른 2년 이상 기간이 추가 소요되어 사업계획 차질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광주시가 정확한 어등산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변경노선의 대안을 제시하며, 변경에 따른 상대민원 해소 방안이 수립될 때 노선 변경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다시 도로공사는 지난 8월 27일 어등산 구간에 대해 일부 선형변경을 추진키로 결정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했다. 호남대측의 노선 백지화는 수용할 수 없으나, 호남대 축구연습장 비탈면 상단에서 6m 정도 떨어진 현 노선을 19m 후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발표는 도로공사가 8월말까지 형질변경 허가가 나지 않으면 오는 2006년 도로 개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호남대측은 도로공사의 변경 노선안으로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의 소지가 많다는 판단에서 반대 입장을 보였다.

▷행정절차 문제 있었다 갈등 소지 많아

그동안 도로공사측은 호남대학이 왜 이 노선의 설계 때에 민원을 제기하지 않다가 막상 5구간의 공사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노선 백지화를 요구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제시하고 있었고, 호남대학측은 도로공사측이 단 한 차례의 문제제기나 공식 협의가 없었고 도로공사가 호남대 시설 부지 확충 계획안을 고려하지 않고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고 주장해, 서로 갈등의 양상을 보여왔다.

호남도로공사 호남건설사업소 박율규 소장은 “기존 노선안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광주권 고속도로 평동공단의 교통량을 효율적으로 분산하는 유일한 방안이 기존노선이기 때문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1999년 5월 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를 할 때 호남대 의견을 공문으로 받아 설계에 반영했고, 2002년 실시설계를 위한 지질조사와 측량 때에 호남대측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호남대 최인기 총장은 “호남대가 주장하는 새로운 노선안이 채택되면 공사비를 930억여 원 절감하게 되고 공사기간도 도로공사의 주장과는 달리 8개월 정도 단축할 수 있다”고 밝히고 도로공사의 공기 연장과 공사비 증액 우려에 대해 반박했다. 최 총장은 이어 “도로공사와는 공식 협의가 한 차례도 없었고, 학교 직원이 올해 4월 호남대 축구장 옆에 측량용 깃발을 발견한 이후에야 고속도로가 대학 인근을 통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대안은 없는가

지난 9월 23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광주-무안간 고속도로 어등산 통과노선’과 관련해 자연경관 파괴, 학습권 침해 문제, 사전협의 미흡 및 환경영향평가 제외 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건설교통부는 이 문제를 학교측과 도로공사측이 서로 협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권고함으로써 문제는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국회 건교위 민주당 김경재 의원(순천)은 이날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고속도로 노선도를 보면 대학교 교지가 양분되고 교육시설과 인접해 소음 진동 매연 등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해당 지자체장이 형질변경을 허가하지 않고 있으며, 지역주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호남대 학생들이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민원을 제기 하는 것은 이를 반증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고, 이에 대해 오점록 도로공사 사장은 “1998년 5월 타당성조사 및 기본설계시 호남대로부터 학교재단 소유부지 외곽으로 노선을 선정토록 요청 받았으나, 도로의 기하구조상 부득이하게 재단소유 부지 일부가 편입됐으며 대학시설물 확장계획안을 감안한 설계를 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이 답변은 도로공사가 이미 노선 변경 요청을 해왔고, 대학시설물 확장계획안을 알면서도 노선을 획정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으로 또다른 갈등 분쟁의 소지로 남게 됐다.

이 구간의 노선은 광주시의 어등산 개발 계획, 호남대의 캠퍼스 확장 계획, 광산구의 평동산단 개발 계획들이 맞물려 앞으로도 의견의 갈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미래지향적인 광주시의 관광산업, 생태환경, 도시계획 및 교통 등의 사안 등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미래 발전의 측면을 고려하여 노선을 변경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대안적 노선안으로 무안-광주간 고속도로의 종점부를 국지도 49선과 평동산단에 연계하는 3개안이 제시되었지만 이도 아직 이해 당사자측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제시안들은 고속도로 공사비 절감, 공사기간 단축, 교통분산 효과, 어등산 생태환경 보전 및 관광산업 개발을 비롯해 교육환경개선과 평동산단 활성화라는 중요한 쟁점사항으로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광주 미래의 발전을 위한 대승적 합의와 결정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대동문화 2003년 겨울호]

조상열 대표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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