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재가 가장 수난을 당한 것은 임진왜란 때였다. 우리의 국보급 문화재는 물론 많은 서적과 도자기뿐만 아니라, 아예 우리의 도공들을 포로로 잡아가기도 했다. 일본의 문화적 열등감 때문이었다.

정치에 좌우되는 문화재의 운명

두 번째로 서구 열강들에 의한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우리 문화재가 약탈당했다. 프랑스 군대에 의해 강화도 ‘외규장각 고서’ 등이 약탈당했고, 대한제국 말기에 이르러서는 ‘직지심체요절’과 같은 소중한 문화재가 도둑질 당했다. 각국의 공사, 선교사, 상인들이 문화재를 반출해간 밀수범이었다. 이때의 문화재 반출은 혼란한 국제정세와 우리의 국세(國勢)가 미약했던 탓이었다. 문화를 지키고 버티는 힘도 국가의 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역사적 교훈이다.

따라서 일제 강점기에 우리 문화재 수난사는 극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학술적으로 우리 문화재는 바람 앞의 촛불 신세였다. 일제에 의한 ‘문화재 조사’라는 명목으로 학술조사를 한 것도 1,370여 건에 이른다. 얼마나 조직적인 문화재 침탈이었는지를 말해주는 통계이다.

미군정 시기와 6․25의 와중에서도 우리 문화재는 온전하게 지켜지지 못했다. 위와 같이 살펴본 대로 우리는 사회 혼란기와 전쟁 시기에 유출이 심했다. 문화재의 훼손이 심했다. 그 수많은 문화재의 수난사를 살펴보면 우리 자신이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한 국가의 문화적 정신적 자산, 국가의 보물을 제대로 지키고 간수하지 못한 책임은 우리 자신의 힘의 미약에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지키지 못한 자괴감은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다.

해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유산은 모두 10만 점 이상이라고 한다. 모두가 국가의 보물, 국보급 문화재이다. 그 중에 일본에 약 50% 정도가 있다. 우리와 인연이 가까우면서 우리에게 많은 해악을 미친 것이 이러하니 일본에 대한 우리의 감정의 일단은 문화적으로도 뿌리가 깊은 것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얼굴을 함부로 할 수 있나

강대국이 약소국에게 문화재를 되돌려 준 예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이 정치적 계산에 의해 자국에 손해가 없는 정치적 계약을 통해 문화재를 되돌려준다.

자기가 지은 저작만은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전쟁의 와중에도 등짐을 져서 옮겨갔다는 허준의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쌀과 창이 아니라, 자기 책을 들고 피란을 했던 조상들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소전 손재형 선생이 추사의 ‘세한도’를 일본에서 가져와 국보가 될 수 있었다. 한 사람의 문화 사랑의 마음이 없었다면 ‘세한도’는 영원히 사라질 뻔했다.

요즘 문화재급 보물을 훔쳐 외국에 파는 문화 도굴꾼들을 보면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국가의 문화재를 담보로 하고 있는 것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중국의 고문헌에서는 길가에 재를 버리는 사람에게는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등 가혹한 형벌로 다스렸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반사회적, 반국가적 범죄로 인식했는데, 하물며 문화재를 자기 마음대로 사익을 위해 함부로 하는 행위는 얼마만한 죄인가.

역사를 훔치는 행위는 더 큰 죄악이다. 중국의 우리 고구려사 왜곡과 일본의 ‘다께시마’ 발언 등은 역사를 훔치는 행위이다. 국민 모두의 관심과 문화를 지키는 것이 우리 민족정신을 지키는 일이라는 마음이 합쳐져서 우리 문화재는 길이 우리 곁에서 빛날 것이다.

[대동문화 31호, 2004년 가을호]

김종욱 (송학 민속생활사 박물관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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