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나교수의 소설 <태백산맥> 기행

나카지마 마사오란 인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첫째로 나카지마 마사오는 매립기술 자격을 가진 기술자였다는 것이다. 설사 그가 일을 잠시 그만두었을 때 고리대금업에 손을 댔다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둘째, 그 자격은 대학 이외의 다른 곳에서 익힌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총독부에 적을 두고 있었을 때 나카지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논캐리어(명문대학을 나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공무원을 가리키는 ‘캐리어’의 반대말-역주)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처음에는 그 중에서도 최저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간척사업과 식민지 벌교

여기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나카지마는 젊은 시절 일본에 있을 때 전문학교에서 매립기술을 배웠던지 아니면 일본에서 매립에 관련된 어딘가의 관청이나 기업에서 일했을 가능성도 있다. S․S가 ‘근황보고’ 부분에서 쓰고 있는 ‘반도에서는’라는 말은 ‘내지에서는’ 아버지가 이러이러한 일을 했는데 반도에서는 이렇다고 설명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로 나카지마 마사오는 간척사업을 하기 위해 조선반도로 건너간 ‘사업가’였다. 그의 최대의 목표는 사업가로 성공하는 것이었지만 학력도 자금도 연줄도 없었다. 있는 것은 어딘가에서 배운 간척기술과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야망을 달성하기 위한 넘치는 야심뿐이었다.

S․S는 부친을 회고하면서 ‘사업가’라고 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그는 변변한 사업을 하지도 못한 채 우선은 총독부의 논캐리어 공무원이 된다. 또 벌교에서의 간척사업이 대성공을 거두었음에도 그 전의 공무원 생활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아버지를 공무원이라고 기억해야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S는 우선 ‘사업가’로서의 아버지를 기억한다. 즉 학력도 자금도 연줄도 없는 일개의 기술자였던 나카지마에게 공무원이라는 의자는 간척사업을 자신의 사업으로 만들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공무원으로서 간척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하는 계획을 세우고 그것이 실현되게 한다. 그리고 실현단계가 되면 공무원을 그만두고 실제로 간척사업에 착수한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하면 이득을 챙긴다. 이것이 그의 ‘사업’의 내막이었던 것이다.

나카지마는 그런 생각으로 1910년경에서 1917년 이전의 어느 시기에 벌교로 갔다. 이상이 내가 추정한 나카지마라는 인물상이다.

그럼 이상과 같은 인물상과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짧은 경력을 실마리로 하여 나카지마의 경력과 생애를 추정해보도록 하자.

토목 기술자가 부를 거머쥐고

우선 나카지마는 벌교에서 생활하면서 토지조사 사업의 관계자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간척기술로 토지조사 사업과 식량증산 사업에 뛰어들어 자신의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했음이 틀림없다.

그러기 위해서 총독부에 해안매립 토목공사 기술자로 취직을 했다. 그것은 1917년 이전의 어느 때의 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나카지마는 가족을 벌교에 남겨두고 자신의 근무지인 경성으로 부임한다. 이 시기에는 경우에 따라서는 지방 출장이 잦아 가족을 잘 돌볼 수도 없었기 때문에 여학교에 진학하는 딸을 일단 일본의 고향으로 보냈다.

총독부는 발족할 때부터 토지조사 사업을 시작했는데 소유자가 애매한 토지라 하여 약 3만 평에 달하는 농지를 동양척식회사의 소유지로 만들었다. 총독부에서는 기존의 토지 수탈과 같이 식량증강 정책을 위해 해안 매립계획을 세웠다.

나카지마는 그 과정에서 벌교 매립사업계획에 관계했든지 아니면 정보를 입수하여 벌교가 매립에 최적지라는 것을 확신한다. 이 매립이 성공하면 거대한 부를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총독부의 일을 그만두고 본래는 총독부의 일로 계획한 매립계획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자금 원조를 받아 간척사업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태백산맥>에 나오는 ‘나카지마’에 대한 기술은 당시 벌교 사람들이 풍문으로 들었던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동양척식주식회사로부터 받은 융자금 이외에 간척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고리대금업으로 조달하려 했다. 나카지마는 어쩌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고리대금업에 손을 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본래 직업은 아니다.

나카지마 입장에서는 간척사업을 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했으며 동양척식주식회사 쪽에서 볼 때는 매립이 확실한 성공을 거둘지 어떨지 확증이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어느 쪽이 먼저 제안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동양척식주식회사는 스폰서가 되고 나카지마는 매립의 전문기술자라는 자기의 능력을 이용하여 현장 책임자가 되었으며 간척사업이 진행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야심에 불타는 한 일본인의 초상

물론 매립이 완성되면 그 땅의 대부분은 동양척식주식회사의 것이 될 것이며 동양척식주식회사는 나카지마에게 ‘농장’이라 불릴 정도의 넓은 토지를 한꺼번에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을 것이다.

이런 연줄은 앞에서 나온 H․T의 부친같이 총독부 공무원이라는 위치만으로도 쉽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물며 고위직에도 올라갈 수 없는 논캐리어의 몸으로는 이런 연줄을 이용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지로 큰 재산을 모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에게는 필사적으로 동양척식회사에 간척사업을 선전하는 야심에 불타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실력은 있지만 지위와 자금 없음을 야심 하나로 돌파한 남자. 그는 자기의 야심과 성공을 생각하며 한 몫 잡기 위해서는 가족과의 별거도 기꺼이 받아들였던 남자였다.

그의 이런 광기에 가까운 노력의 결과 1930년에는 간척이 완성되고 그의 가정에서는 1927에 장남 다츠토리가, 29년에 막내인 미노루가 태어났다. 31년에는 농장을 경영하는 자산가이자 명사였던 S와 장녀를 결혼시킨다. 벌교의 농장경영은 사위가 된 S의 S가의 힘을 빌어 더욱 안정되었다. 이리하여 나카지마는 벌교의 일본인 사회에서도 유수한 ‘사업가’로서 성공하게 되었다.

[대동문화 31호, 2004년 가을호]

오바나 키요시(尾花 淸) (일본 東京 大東文化 대학 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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