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목포자연사박물관의 ‘문예전시관’으로 탈바꿈한 예전의 ‘목포문화회관’ 뒤뜰에서 김현 선생의 문학비를 만나 반가웠다. 대학시절 좋아했던 문학평론가 김현 선생의 상반신 청동부조상은 비에 젖어 있었다. 김현 문학비를 세운 제자들의 한 명인 시인 황지우는 이 시비를 세우고 나서 「시에게」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한때 / 시에 피가 돌고 / 피가 끓던 시절이 있었지 … ”

다른 어떤 고장보다 걸출한 예술인을 많이 배출됐고, 지금도 예술의 맥이 살아 오롯한 목포는 남도 사람들에게는 어떤 상징이 되어 있다. ‘목포의 눈물'은 피가 끓던 시대의 남도민의 삶의 질박한 애환과 예술적 낭만과 정치적 함의가 모두 포함된 어떤 상징적 제목이다.

갓바위에서 목포 앞바다를 바라보며

이 문화회관은 바로 곁의 ‘자연사관’이 새로 건립되면서 ‘문예역사관’으로 새단장되어 ‘목포자연사박물관’의 부속 전시관이 되었다. 바로 앞에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그리고 문화예술회관, 남농 기념관, 산업도자기 전시관, 무형문화재 전수관, 영산호 농업박물관 등이 인근에 벨트화 되어있어 이곳 목포 ‘갓바위 근린공원’은 서남권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특구로 거듭나고 있다.

문예역사관은 모두 5개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남화의 거목 남농 허건 선생이 생전에 수집했던 수석을 목포시에 기증해 마련된 전시실이 ‘수석전시실’, 호남 남종화의 맥을 창시한 운림산방 4대 5인(소치, 미산, 남농, 임인, 임전)의 작품이 전시된 ‘운림산방 4대 작품실’도 들러볼 거리. 그리고 서양화의 거장인 오지호 선생의 자제인 오승우 화백의 대표작품이 전시된 ‘오승우 작품실’에서는 2대에 걸친 호남 서양화맥도 감상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고화폐와 현재의 화폐, 각종 기념화폐, 희귀화폐가 전시되어 있는 ‘화폐전시실’은 김동섭 박사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해 기증한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문예역사실’에는 여류문인 박화성, 신극운동의 선구자 김우진, 수필의 대부 김진섭 씨 등 목포 출신 문학인들의 대표 작품과 함께 살풀이춤과 승무의 인간무형문화재 우봉 이매방 선생의 예술세계, 목포국악협회의 초대 소리꾼 장월중선을 비롯한 ‘보성소리’의 대가인 조상현, 동편제 판소리의 거장 박봉술과 강도근 그리고 명창 신영희와 안부덕, 영화 ‘서편제’로 잘 알려진 오정해 등의 소리세계를 더듬어볼 수도 있다.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마이스터 플로리스트’ 라는 칭호를 받은 꽃장식의 거장 방식 선생의 꽃장식, 옥공예의 종주국으로 알려진 중국에서 신장(神匠)이라 불린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제 제100호 옥(玉)장인 장주원 선생의 작품을 선보인 ‘목포의 장인’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문예역사관에서 목포의 문화와 예술의 정수를 맛보고 나서는 새로 건립된 ‘자연사관’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지난 9월 10일 개관해 갓바위 근린공원 일대 대표적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전시관이다.

희귀 자연사자료 3만 6천여 점

모두 213억원을 들여 3년 만에 문을 연 ‘자연사관’은 7개 전시실에 모두 2만6천259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화석, 광물, 운석, 동물, 어류, 조류박제, 곤충 및 식물표본, 조개 등 세계적인 희귀 자연사 자료가 선보이고 있다.

중앙홀에는 실물 크기의 대형 초식공룡 디플로도쿠스(26ｍ)를 비롯해 알로사우르스(11.5ｍ), 공룡의 기원을 말해주는 코엘로피스시와 헤레라사우루스, 백악기 하늘을 지배한 익룡, 대형 바다거북 아르케론(5ｍ)과 모사사우루스(15ｍ) 등이 실제 크기로 전시돼 있다.

지질관은 지구의 탄생과 우주에서 낙하된 운석 및 다양한 암석, 광물, 화석 등 46억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최초의 다세포 생명체인 에디아카라 화석과 희귀종 공룡인 프레노케랍토스, 콘코랩터 등이 있다. 초식공룡인 프레노케랍토스는 ‘비스듬한 뿔을 가진 얼굴’이라는 의미를 가졌으며 세계에 단 2점밖에 없다. 새끼가 어미 배안에 보존된 채로 발견된 해양파충류인 스테놉테리기우스 역시 희귀전시물이다. 자연 그대로 최대 결정을 이룬 자연순금(835.8g)은 박물관의 자랑거리이다.

제1 육상생명관에는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의 박제품과 전신 골격이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다. 대형코뿔소, 물소, 늑대 등과 흰꼬리사슴을 사냥하는 퓨마의 박제품 외 다수 동물들의 박제품이 눈길을 끈다.

제2 육상생명관은 지구상에 알려진 90만여 종의 곤충과 목포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왕자귀나무와 한라산 특산산물인 벌깨냉이 등이 전시된 곳이다. 특히 채집된 수목과 곤충이 서랍식 판넬에 담겨있어 생생한 녹색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바다 속 생물과 환경을 제작·전시한 수중생태 디오라마와 2.5ｍ에 이르는 초대형 가오리, 신생대에 살았던 12ｍ 크기의 상어 메갈로돈의 이빨, 밍크고래뼈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수중생명관이다.

지역의 특성을 살려 지역생태관도 마련해 서남해안권역의 자연생태 모습을 재현했다. 천연기념물인 황쏘가리, 어름치 등 16종 1천100여 점과 천연갯벌을 전시실에 옮겨놓았다. 이밖에 김성훈 박사 등이 기증한 조개류 표본 등 신비로운 바닷속 풍경과 공룡이 살아왔던 생태환경을 볼 수 있는 영상실이 마련돼 있다.

목포자연사박물관은 목포 고유의 전통 문화와 예술, 그리고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사 체험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목포시는 박물관의 개관 이후에도 전시실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청소년들에게 교육적 효과를 배가시키면서 지역주민의 다양한 문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전국 1만 4천여 개의 초·중·고교와 여행사 등에 홍보물을 발송하고 사이버 박물관을 구축할 계획이다.

‘목포의 눈물’, ‘목포 시민들의 끓는 피’가 자연사박물관과 갓바위 문화공원의 문화 현장에서 문화예술의 창조적인 힘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스미소니언을 꿈꾸며

목포 관광명소로 만들터

“목포권 관광시설 관람 현황이 지난 2003년도에 12만 명이었는데, 우리 자연사 박물관의 개관으로 25만 명 정도로 늘어나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자연사박물관 초대관장에 취임한 김평규(57)씨는 박물관의 관광 인프라로서의 기능에 대해 자신감이 차 있었다.

“자연사 박물관은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배우고 체험하는 지식과 교육의 요람으로 그리고 문화의 거리와 유달산을 연계한 관광명소로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물관 개관을 위해 박 관장은 2년 이상 심혈을 기울였다. 박 관장은 초대 박물관장으로서 “특히 학술연구기능을 확충해 자연사박물관의 근본적 기능인 수집·보존·연구기능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살아있는 동식물을 직접 관찰하면서 생태학습을 할 수 있는 체험시설을 확충하고 다양한 기획전, 특별전을 선보여 최상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게 하겠습니다.”

목포자연사박물관은 서남부권의 지역문화 예술사료와 세계의 희귀 자연사 자료 등 전시품 3만 6천여 점을 확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김 관장은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전시품은 구입하되 기증 또는 학예연구사들에 의한 직접 채집, 제작, 발굴작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시품을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라며 “각 분야마다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해 연구와 전시, 교육이 삼 박자를 이룬 자연사박물관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목포 자연사박물관 이용 안내

▲이용시간=자연사박물관은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관하고 매주 월요일과 매년 1월1일은 휴관한다. ▲관람료=어른 2천원, 청소년·군경 1천원, 어린이 700원, 20인 이상의 단체 관람시는 어른 1천600원, 청소년·군경 700원, 어린이 500원이다. 65세 이상의 경로자, 장애우와 그 동행자, 독립유공자와 유족가족 등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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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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