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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오케스트라는 음악적 삼발이를 갖고 있어야 한다“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내면을 담고 싶다”
한경숙 기자 | 승인 2016.06.25 09:48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취임음악회가 지난 2월 14일 광주 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현세 감독은 이번 연주회에서 무엇을 선곡할까 고민이 깊었다. 결국 베버 오베론 서곡(Weber Oberon Overture)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 47(Sibelius Violin Concerto Op.47). 마지막으로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Elgar Enigma Variations, Op.36)이 선택됐다. 자기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은 이현세 감독의 성격과 맞는 곡이다.

“항상 큰 공연은 고민하게 됩니다. 일단 제가 좋아하는 곡으로 선택했어요. 엘가를 확실한 작곡자 반열에 올려놓은 귀중한 작품이에요. 몇 번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연주할 때마다 느낌이 달라져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다른 깊이를 보여주죠. 그런 맥락에서 엘가를 고르게 됐어요.”

보통의 오케스트라는 1·2·3 악장으로 나누어진다. 엘가는 변주곡이다. 변화를 시도했고, 음악적 성격 자체가 오묘하다. 엘가는 작품을 변주할 때마다 자신을 포함해 친구나 지인을 한 사람씩 음악 속으로 끌어들여 사람을 표현했다. 그의 음악은 그래서 늘 독특하고 재밌다. 음악이 사람을 묘사한다.

“저는 늘 엘가를 닮고 싶었어요.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내면을 음악적으로 끌어내는 엘가와 음악적 성향 측면에서 조금은 닮았죠. 시벨리우스 작품은 북극의 쓸쓸함과 외로운 풍경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합니다. 바이올린 협주로 많이 연주된 곡이지요. 그런 표현 방식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광주 관현악의 역사 ‘광주시립교향악단’

‘광주시립교향악단’은 역사가 깊다. 광주의 음악인들이 1969년 ‘광주시민교향악단’이라는 민영 오케스트라를 자발적으로 결성했다. 이것이 모태로 작용해 7년 뒤인 1976년 7월 ‘광주시립교향악단’이 창단된다. 광주시립교향악단에 쌓인 시간이 무려 45년이다.

광주시립교향악단이 걸어온 시간은 광주 관현악의 역사다. 지금껏 290회의 정기연주회를 열었고, 500회가 넘는 다양한 연주회를 진행했다. 지금은 이현세 예술감독이 맡고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1월, 제11대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 그는 광주시립교향악단과 이전부터 인연을 맺고 있었다.

“5년 전에 광주에서 개관 지휘를 한 적이 있어요. 그 인연이 큰 거 같아요. 그때 좋은 시간을 보냈고, 단원들의 넘치는 열정에 큰 감화를 받았죠. 다들 타고난 표현력들이 있더군요. 다시 함께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찾아와서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이현세 상임지휘자의 음악적 이력은 독특하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를 졸업한 뒤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바이올린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스턴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서 바이올린 교수로 일했다. 그러다 포괄적 음악 표현인 지휘에 매료됐다. 그는 일리노이 대학원과 미시간 주립대학원에서 Donald Schleicher와 Leon Gregorian을 사사하고, Gustav Meier, Michael Tilson Thomas, Erwin Acel, Jorma Panula의 마스터 코스에서 수학했다. 특히 Vakhtang Jordania를 사사하며 인정받는 지휘자로 성장했다.

오케스트라의 바탕은 신뢰이다

아무리 재능 있는 지휘자라도 신뢰를 얻지 못하면 좋은 음악을 얻기 어렵다. 지휘는 단원과의 음악적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건 관계에 기반을 둔 신뢰를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음악도 상식이 통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하는 자리, 이현세는 지금 그런 자리에 서 있다. 신뢰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비로소 음악적으로 단단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이현세의 지휘는 서정적이며 극적인 표현을 추구한다. 그의 음악은 독특하며 진보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다. 단원들과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그의 음악적 진보성이 홀로 겉돌 수밖에 없다.

“좋은 오케스트라가 되려면 무엇보다 호흡이 중요해요. 그래야 좋은 음악이 되고 청중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죠. 결국 단원과 지휘자의 신뢰의 문제이지요.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기계로 작업을 한다면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되지만 인간끼리 하는 일은 마음이 통해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음악적 존엄이 바탕이 됐을 때 좋은 연주가 태어나는 거죠.”

모든 세상살이가 그렇듯 혼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오케스트라는 음악적 삼발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지휘자와 단원, 그리고 그 둘의 관계를 조화롭게 보완해 주는 행정 조직이 긴밀하게 움직여야 좋은 합주를 만들어낸다. 삼발이의 길이는 셋 모두 똑같아야 한다. 어느 한쪽의 다리가 길거나 짧으면 음악이 삐걱댄다. 그래서 이현세가 추구하는 음악은 늘 조화를 꿈꾼다.

한편 이현세는 KBS 교향악단, 서울시향, 코리안 심포니, 부산시향, 대전시향, 사라예보 필하모니, 러시아 훼더럴 오케스트라, 소피아 필하모니, 하르코프 필하모니 등을 객원 지휘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미시간 그랜드밸리 주립대학교 지휘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동대학교의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극장을 단기간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대동문화 81호 [2014 3,4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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