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국문학관 건립 계획이 풍선에 든 바람처럼 빠졌다. 전국적으로 24개 지자체가 핑크빛 꿈만을 꾸었다. 지난 26일 문화관광체육부가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국립문학관 유치경쟁 과열로 인한 무기한 중단’, 이 한마디는 국립문학관을 준비한 지자체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2016년 2월 국회에서 제정한 ‘문학진흥법’을 근거로 2020년 개관 목표로 국비 450억원을 투입하여 짓겠다고 약속한 국립문학관이 표류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대안으로 내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립한국문학관 장흥 유치 결의대회 장면

정남진의 고을 장흥의 경우 한국문학관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장흥은 가사문학의 효시가 된 지역이며, 장흥 전역에 문학유산이 뿌리 깊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 2008년에는 ‘문학관광 기행특구’로 지정되어 문학관광의 텃밭을 일궈왔다.

지난 6월 24일 장흥군은 전국 문학인 및 문학단체, 300여 군민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 한국문학관 장흥 유치 성공기원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문학관 장흥 유치 추진위원장에는 한승원 원로작가가 맡았고 전남문인협회 박형동 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한승원  한국문학관 장흥유치 추진위원장

이금호 장흥문화원장의 국립문학관 유치에 대한 경과보고에 이어 한승원 위원장은 “산자수려한 장흥은 기봉 백광홍의 관서별곡을 비롯하여 문학적 풍토가 조성된 준비된 땅이다.”며 “장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문인만도 100여명에 이른다.”고 한국문학관 건립을 염원했다.

황주홍 국회의원도 “문학관을 선거공약으로 내건 만큼 전력을 투구하겠다.”며 “여러 유치 활동을 통해 우리의 다짐을 알려나가자.”고 말했다. 김성 장흥군수 역시 “장흥은 한국문학관으로 최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곽태수 장흥군의회 의장도 “장흥은 문인의 땅, 다시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이루자”고 전했다.

오랫동안 한국문학관 장흥유치를 위해 노력해 왔던 김석중 시인은 기조발표를 통해 ‘한국문학, 남도문학, 왜 장흥인가’를 발표하며 “장흥은 문학관을 위해 지속적으로 준비해 왔다.”며 “자신 있다. 경쟁력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광주·전남 작가회의 박관서 작가가 결의문을 낭독하며 ‘한국문학관 장흥유치’ 결의 대회를 마쳤다.

이성관 전 전남문협 회장은 “자랑스러운 문림고을 장흥이다. 오래오래 영원토록 흥하리라는 장흥에 한국문학관 유치는 당면지사라 여기며 우리 전남 도민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문인호 시인은 “국립한국문학관이 장흥에 유치되어야할 이유는 많다”며 “가사문학의 효시로부터 산문과 운문을 불문하고 작가들의 활발한 활동은 가히 한국문학의 큰 터를 잡은 땅”이라 전했다.

'문학관으로 준비된 문학기행특구 장흥을 외치다'

반면 소모적인 유치경쟁과 시설 집중형 사업 행태에 대하여 쓴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강진에 기거하는 윤 씨는 “사업을 하다보면 시설에만 과다한 사업비를 책정하고, 실제적으로 조명해야 하고 육성해야할 문학 콘텐츠와 인물에 대한 처우가 소홀히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찌됐건 한국문학관 장흥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며 한껏 고무됐던 분위기가 땅에 떨어졌다. 국립한국문학관 조성사업이 사전 조율도 없이 중단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문학관을 준비했던 지자체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립 한국문학관을 기대하던 문학인들의 볼멘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을현 기자  somchan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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