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박선홍 선생님은 우리 지역 어른으로서, 지역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향토사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무등산>과 <광주 1백년>의 저작권을 광주문화재단으로 넘겨 시민들을 위해 그동안의 연구 저술 업적을 공유화하셨는데요?

박선홍 : 무등산은 어린 시절부터 다녔습니다. 한국전쟁까지 무등산은 너무 헐벗은 산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무등산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1955년부터 광주의 체육계, 문화계 인사들이 모임을 이끌어 무등산에 오르면서 무등산 보호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운동이었습니다. 무등산 쓰레기 줍기 운동 차원이었으니까요.

1955년 호남 지역 최초 산악회인 ‘전남 산악회’를 창립하고, 1969년 전남산악연맹을 창설했고, 무등산 보호 운동이 1989년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1994년 무등산 환경대학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한국 최초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모태가 된, 2001년 무등산 공유화 재단을 설립해 공유화 운동을 했습니다. 무등산 땅 한 평 사기 운동인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으로 시민들이 산 땅을 기부받기도 했습니다.

처음 무등산 보호 운동이 시작된 때에 무등산에 대한 자료를 모아 무등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이것이 <무등산> 책으로 이어졌지요. 무등산이 시민 모두의 산인 것처럼 <광주 일백년>과 <무등산> 책의 내용을 시민들과 함께하고자 하려고 기증을 했습니다. 무등산은 모든 시민들의 것입니다.

무등산은 시민 모두의 것이지요

<무등산>, <광주 1백년>의 마무리 작업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게 됩니까?

박선홍 : 아직도 <무등산>과 <광주 1백년>을 계속 손질하면서 글을 가다듬고 고치고 하고 있습니다. <무등산>의 경우 7번을 고쳐 냈는데 하면 할수록 어렵습니다. 지금 일본판으로 두 책이 다시 발간되었는데, 이 책들도 다시 고쳐 쓰는 일도 아직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무등산 아래 살고 있는 것을 우리 광주 시민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저렇게 문화, 자연, 지리, 역사적으로 자산이 풍부한 산이 광주라는 도심 안에 있어서 언제든지 찾아가보고 배워 몸과 마음을 기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무등산이 든든하게 우리 광주 사람들의 정신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무등산의 국립공원 지정으로 선생님의 무등산 보호 운동이 결실을 맺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등산이 어떤 방향으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박선홍: 제가 지금까지 한 무등산 환경 보호 운동은 말 그대로 ‘쓰레기 줍기’ 운동입니다. 해방 후 또 한국 전쟁 후 우리가 가난하고 어려웠을 때 무등산이 너무 황폐화된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시작했지요.

그런데 이제 국립공원이 되니 전문가들이 구석구석, 분야별로 수준 높은 연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무등산을 그동안 지킨 시민들의 승리입니다. 이제야 제대로 무등산이 차원 높은 조명을 받게 될 것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전문가들이 이끌고,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많은 연구와 보호 운동의 차원 높은 전환이 있을 것입니다.

광주 토박이가 보고 들은 광주 100년

선생님은 향토사 연구로 지역의 문화유산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광주 1백년>에 녹여내 ‘광주학’이라는 경지를 열었습니다. 광주를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연구입니다. 집필 과정과 성과를 소개해 주십시오.

박선홍 : <광주 1백년>이라는 책자는 19세기 말 개화기 이후부터 일제 식민통치 기간과 현대에 이르기까지 광주의 향토 자료와 이야기 역사를 적은 책입니다. 저는 광주에 살면서 제가 알고 듣고 보고 한 이야기를 나름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광주 상공회의소에 들어가 일하면서 광주 상공계에 대한 자료들을 얻게 되었고 이런 자료들을 꾸준히 수집하는 가운데 <광주 1백년>의 책자를 쓰게 되었습니다.

2015년 아시아문화전당 개관과 함께 본격적인 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전개된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사업에 대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

박선홍 : 문화중심도시 사업이 가시적으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문화도시 사업으로 어떻게 광주가 변화하고 또 어떤 이득이 있는지 시민들에게 잘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세계적인 뭔가 만드는 일은 좋은 일이지요. 그런데 이 사업이 우리 광주시민들이 소화할 수 있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광주 시민들에게 뭔가 경제적이든 문화적이든 도움이 되는 일이면 좋겠습니다.

지역 원로로서 우리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여러 가지 생각이 있으실 것입니다.

박선홍 : 우리 할 일을 우리가 잘하면 됩니다. 그러면 됐어요. 광주의 향토사와 향토 유적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연구하고 홍보하는 일이 많아져야 합니다. 우리 광주의 정신적 자산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당당하게 살아야 합니다. 권력이나 시류라는 것은 한때입니다.

저는 전국 최초 향토사 모임으로 ‘민학회’를 창립할 때 관여해서 보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시민들을 계몽하고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문화적인 도시 광주를 만드는데도 노력을 함께 해야지요. 광주를 우리가 공부하고 알고 이것을 문화적 자산으로 삼아야지 누가 그렇게 해주겠습니까?

광주는 의롭고 경이로운 고장

세계 U대회,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 등의 메이저급 국제 스포츠 행사 등 국제 문화‧경제 교류를 통한 광주시의 위상 높이기에 시정 방향이 모아져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행각하시는지요?

박선홍 : 저는 이런 국제적인 위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광주는 이제 좁은 영역에서 벗어나서 당당하게 세계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의 경제적 위상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부산이나 대구와도 견주어 지금 광주는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 1952년부터 94년까지 광주 상공회의소에서 일했습니다. 아마 서기에서 상근 부회장까지 된 사람은 저밖에 없을 것입니다. 박인천 회장 시절 제가 실무를 맡았는데, 박인천 회장님은 아이디어도 훌륭하고 추진력도 대단하셨던 분으로 기억합니다. 이때 광주를 위해 한 일들이 많습니다.

전후 복구, 기업 유치, 금융 자본 유치, 공업단지 조성,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의 광주를 변화시키는 일들을 많이 했습니다. 호남고속도로 추진, 호남선 철도 복선화, 광주 목포 간 고속도로, 아시아자동차 공장 유치, 하남과 본촌 공단 건설, 광주은행 설립 등 광주 생산도시화 운동을 많이 했고 보람이 있었습니다. 광주 경제가 그래도 경쟁력이 높아졌습니다.

의향 광주에 대한 자부심은 광주시민들만의 정신적 자산입니다. 의향 광주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습니다.

박선홍 : 우리 광주가 보통 광주가 아닙니다. 저는 광주의 의로움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임진왜란 때의 의병은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말 동학농민 운동도 우리 전남 사람들이 주동한 운동입니다. 3.1만세운동은 2.8독립선언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이 독립선언이 바로 석아 최원순 선생님을 비롯한 광주 출신 어른들이 많이 참여하여 시작됐습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국권 회복을 위해 십대의 청소년들이 주도한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제2차 무등회 사건 등 조직적으로 우리 광주 학생들이 일제에 저항하기 위해 준비했고,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된 것입니다. 정말 세계사에도 없는 위대한 일인데 이 운동의 의의가 많이 축소되어 말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5.18은 또 어떻습니까? 한국은행을 비롯한 모든 금융기관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금은방 등도 많았던 광주시내의 가게들 어느 하나도 피해를 입은 일이 없이 고스란히 시민 스스로의 힘으로 보호되었습니다. 그리고 시민 스스로 치안을 유지했어요. 이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그렇게 수난을 당하면서도 우리 민족 역사에서 자랑스러운 정신이 태동된 곳입니다. 광주시민들은 의기소침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광주 정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야 합니다.

누구라도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리더 필요해

광주시민들이 바라는 지역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한 말씀 해주십시오.

박선홍 : 저는 생각지도 않게 조선대학교 이사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조선대학교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저는 아무런 대과 없이 이사장직을 수행했습니다. 그때 저는 학생들이 어떤 대화를 요청해도 만나주었습니다.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그들의 마음도 알고 제 마음도 알려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도 만나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 그런 리더가 광주에서 많이 나타나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광주 토박이입니다. 한 마디로 광주 땅이 저를 이렇게 키워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만큼이나 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광주 사람들 덕입니다. 그러니 다행입니다.

산악인들은 ‘자일 속에 피가 통해야 한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죽음을 길을 가야 하는 산악인들 사이에는 그런 연대가 있어야 하지요. 우리 광주도 그런 연대와 의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되지 더 이상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대동문화 81호 [2014 3, 4월호]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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