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가까운 시간에 함부르크 대학교의 기숙사 침대에서 열일곱 살의 소년 토니는 할아버지가 부르던 노래의 한 구절을 부르고 있었다.

“검정은 많은 색깔들을 갖는다.

우리가 찾는 빛깔은 검정.

검정은 아주 다채롭고

검정은 장님한테만 어둡게 보인다….”

검정이되 많은 색깔을 가진 검정색은 비통함과 고통의 다른 색깔로 이 책에서는 읽힌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검정색을 선호하며 멋진 색깔이라고 옷을 비롯한 장신구, 사물들에 검정 색을 사용하는가. 그러나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 한해서만 백안시(白眼視)하며 경멸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고 땅에 번성하라고 명령하셨을 때, 피부색을 가지고 인간을 차별하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인간은 평등하며 가난한 자들과 소외된 자들을 위해 낮은 데로 임하라는 메시지를 주셨다. 서양 문명이 기독교 문명이라고 말해지는데 그렇다면 침략하고 억압하며 자유를 박탈하는 모든 행위는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행위일 것이다. 문명이 앞선다고 다른 나라 문화를 ‘야만’이라고 결정지으며 핍박하는 것은 하나님을 모독하는 행위가 아닐까.

모든 것이 시작된 곳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텔레비전에서 알려준 바로 그 야생의 땅, 동물의 왕국, 내전의 땅, 해상에서는 지금도 해적들이 난무하는 땅, 만연한 에이즈의 땅, 굶주림과 독재자들을 피해 난민이 되어 떠도는 땅이다. 어느 것 하나 환상적이고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프리카는 절망의 다른 이름처럼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갖고 있는 이해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수박 겉핥기식의 앎이란 모르는 것과 진배없다. 아프리카의 역사를 그래서 우리는 더욱 자세하게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는 인류 최초의 탄생지이며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풍부한 넓은 대륙이며 역사를 간직한 땅인 아프리카 역사 이야기다. 파티마란 이집트의 역사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유럽 사람들이 오기 전에 이 대륙에는 1만 가지가 넘는 인종 그룹, 작은 국가, 왕국, 술탄 국가, 보족 등이 있었다. 모두가 서로 평화롭게 지낸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인정 받았다. 식민 지배는 아프리카를 나누었다기보다 오히려 잔혹하게 통합하였다. 1만 가지의 독립적인 개체들이 합쳐져 50개의 국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총 균 쇠로 아프리카를 집어삼킨 유럽

그런데도 서양인들은 식민 지배는 당연하다는 논리로 아직도 반성이나 사과는 하지 않는다. 노예사냥의 희생물이 되어 바다를 건너 온 아프리카인들은 동물보다 못한 학대를 받으며 죽어 갔다.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라는 소설이나 <만딩고>를 읽어보면 서양인들의 잔혹함에 소름이 끼친다.

유럽인들은 ‘총‧균‧쇠’를 가지고 선교사를 앞세워 아프리카를 쪼개고 나누어 독식했다. 풍부한 자원을 실어다 호의호식하며 흥청망청하고 살다가 지진이 일어나자 갑자기 가난해진 나라가 포르투갈이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숫자 2천만 명 혹은 5천만 명의 사람들이 노예로 끌려가 죽음보다 못한 삶에 내몰리기도 했다.

세계 2차 대전이 종지부를 찍으면서 아프리카 대륙에 속한 나라들은 신생 독립 국가로 탄생했다. 열악한 조건에서 자생력이 부족한 점을 이용해 유럽 각국은 꼭두각시 정부, 혹은 지도자를 앞세워 독재 국가와 부패 국가로 나가도록 조종했다. 독립을 위해 헌신한 지도자들도 결국에는 독재자의 길을 밟아 나갔고 당연한 수순대로 절대부패의 길을 걸었다. 자국민의 이익이나 안녕보다도 개인의 영달에 급급한 영도자들 밑의 국민들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았다. 군사 반란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났고 학살 행위는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평화로운 부족 국가들이 문명인들이라는 사람들한테 못된 정치를 배워 나쁘게 써먹는 꼴이었다.

인류 최초이자 최후의 땅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독재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위대한 지도자들, 세계인들이 추앙하고 존경하는 인물들도 많았다. 아프리카의 음악, 미술, 춤 등 예술은 그 독창성에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2012년에 세상을 떠난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 넬슨 만델라, 세네갈의 대통령이며 시인인 레오폴드 셍고르,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 외에도 노벨상을 받은 인물도 세계사 속에서 부지기수이다.

알제리 출신의 프란츠 파농은 나치 독일과 프랑스의 나치 협력자에 맞서 싸운 인물이다. 종전 후에 파리에서 의학 공부를 하여 의사가 된다. 몸소 체험한 인종주의에 대해 연구하며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썼고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저술해 흑인 해방 운동의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아프리카가 절망의 땅이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자원과 인적 자원, 청정 지역들이 있어 희망의 땅이기도 하다. 아직도 에이즈 문제와 빈곤이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를 공략하고 나섰다. 걱정스러운 것은 신식민지가 되어 예전과 같은 세상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자원은 고갈되고 빈곤은 해결되지 않으면서 아프리카가 공해 지역이 될까 두렵다.

아프리카를 읽으면서 눈물의 땅이자 슬픔이 강같이 흘러넘치는 땅이란 걸 알고는 더욱 가슴 아팠다. 그 상처가 깨끗하게 치유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아프리카는 인류 역사 최초가 시작된 곳이자, 최후의 땅이 될 곳이다.

대동문화 81호 [2014 3,4월호]

문향선 수필가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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