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 밭에 굴러도, 천년을 이어온 아프고도 아름다운 석탑, 석불입니다. 광주광역시 지정문화재 중에 통일신라 말,고려 초기에 세워진 오층석탑 3기가 있습니다.

지산동 오층석탑과 (전)성거사지 오층 석탑, 그리고 신룡동 오층석탑입니다. 지산동 오층석탑 과 (전)성거사지 오층석탑, 두 탑은 광주 시내에서 약 5km 거리를 두고 각각 동쪽과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동오층석탑과 서오층석탑이라고도 하였습니다.

지산동 오층 석탑은 통일신라 말기에 건립된 탑으로 광주법원 근처에 있으며 서 있는 곳이 백주사라는 절터였다고 알려져 있으나 추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는 없다고 합니다.

1955년 해체 보수할 때 4층 지붕돌 윗면에서 사리 장치가 발견되었으나 현재는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하니 너무나 아쉽습니다.

광주광역시 지산동에 위치한 지산동 오층석탑 보물 제110호

지산동 오층 석탑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5Km 정도 떨어진 (전)성거사지 오층석탑은 광주공원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오층석탑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성거사지 오층석탑이 있는 광주공원은 성거산이라 불렸고 산의 모양이 거북 형상을 하고 있어 성구산이라고도 하였습니다. 이곳의 동네 이름을 구동(龜洞)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거북은 상서로운 동물로 광주 사람들은 이 거북이 광주의 정기를 안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거북이 광주를 떠나지 못 하도록 거북의 목에 해당하는 이 곳에 탑을 세웠고 거북의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지금의 광주 향교 자리에 성거사를 세웠다는 설화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구동에 위치한 (전)성거사지 오층석탑 보물 제 109호

지산동 오층석탑과 (전) 성거사지 오층 석탑 두 탑은 광주 도심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고 국가 지정 문화재로 대한민국 보물 제 109호와 110호로 나란히 지정되어 있어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고 관람객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참고로 광주광역시에는 국가지정 문화재인 국보가 2점, 보물은 8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신룡동 오층석탑은 그 지역명 신룡동 조차도 생소한 시민들이 많을 것입니다. 행정구역상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룡동 신촌마을에 위치하고 있으며 광역시에 속하지만 농촌 마을입니다.

광주광역시로 편입되기 전에는 광산군 임곡면 신룡리 신촌마을이었습니다. 신촌마을에서도 뒤쪽 낙암산으로 약 4~5백 미터 떨어진 외딴 곳 축사의 소먹이 풀밭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습니다.

인근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기념곡 ‘임을 위한 행진곡’ 의 주인공인 윤상원 열사의 생가와 조선시대 최고의 성리학자인 고봉 기대승 선생을 배향하는 광주 8경 중의 한 곳인 월봉서원(빙월당)이 있습니다.

신룡동 오층석탑 광주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2호

석탑의 구조와 형식 및 주변 지형을 볼 때 큰 규모의 절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어 불교문화재연구소에서는 절터에 축사가 지어진 사실을 지적하면서 보존의 필요성을 제기하였지만 역사적 사료가 없는 탓에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절의 이름과 역사를 알 수 없기에 절 이름 대신에 관할 행정 구역의 이름을 붙여서 ‘신룡동 오층석탑’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 석탑의 형식을 살펴보면 이중기단으로 상하층 기단 각면에 귀기둥과 버팀 기둥이 있고, 각 옥개석 상면에 옥신을 받는 1단 괴임이 있는 등 통일 신라시대의 영향을 받아서 고려 초기에 세워졌다고 전하고 있으며 2층탑신 부터 갑자기 높이가 짧아지는 모습이 앞에서 보았던 지산동 오층 석탑과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쌍둥이 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1981년 해체 복원시 1층 탑신 상면 중앙의 사리공에서 탑의 본질인 사각 방형의 금동사리함과 사리병 그리고 몇 조각의 목편, 죽편 등의 사리구가 발견되었고 목편은 작은목탑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석탑속에 작은 목탑을 품고 있었다니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사리구는 현재 국립광주박물관에서 보존하고 있습니다. 탑은 광주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역사적, 예술적 가치로 볼 때 앞에서 본 두 탑과 절대로 뒤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서 있는 곳이 개인 사유지의 축사 밭 한 가운데 서 있어서 진입로가 없고 특히 하절기나 우천 시에는 가축의 배설물로 인해 악취가 심하고 질퍽거려서 관람 환경이 최악이라는 사실입니다.

천년을 이어온 소중한 문화재를 이런 식으로 대접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한편으론 마음이 짠해집니다. 문화재는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자연적 요소 그리고 그 지역의 이야기 등과 공존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날 것입니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신룡동 오층 석탑은 석탑만 홀로 서 있는 게 아닙니다. 특이하게도 바로 그 옆에 석조여래입상과 함께 오누이처럼 나란히 서 있습니다.

신룡동 오층 석탑과 함께 서 있는 석조여래입상

석불입상의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가사의 부드러운 곡선의 표현이 너무나 셈세하고 사실적이어서 금방 예불을 마치고 나오신 스님을 뵌 듯하며 목탁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천년 전에 이런 석불을 조각한 석공은 아마도 신의 손을 가졌을 겁니다.

석불의 손 모양도 한번 보실까요? 불상의 손 모양은 부처의 성격을 나타내 주는 것으로 수인 혹은 인상이라 합니다. 오른손은 손가락을 가지런히 편 상태에서 손바닥을 밖으로 하여 어깨 높이까지 올리고 있습니다. 시무외인(施無畏印)이라고 합니다.

중생들에게 모든 두려움을 떨쳐버리게 하고 우환과 고난을 해소시켜 덕을 보이는 수인입니다. 왼손은 손가락을 펴서 밑으로 향하며 손 전체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원인(與願印)이라고 합니다.

자비를 베풀고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수인이며 시무외인과 여원인은 부처마다 두루 취하는 수인으로 통인(通印)이라고 합니다. 불상을 관람할 때 손 모양을 살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읽어 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는 감상이 될 것입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 아름다운 불상의 얼굴이,,, 얼굴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습니다. 누가 왜 불상의 얼굴을 이렇게 뭉개어 버렸을까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중생들에게는 두려움을 없애주고 자비를 베풀고 소원을 들어주었던 부처님의 얼굴을, 인간 욕망의 끝은 어디 일까요? 욕망은 고통을 부르고 고통은 다시 구원을 바란다 했던가요. 염화시중의 미소를 띠고 서 있을 불상을 상상해 봅니다.

문화유산의 보존에 관한 한 우리 인간들이 가장 위협적 요인이라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불교국가였던 고려에서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숭유억불정책을 펼치자 극단적 근본주의 최면에 걸린  일부 유생들이 불상의 머리를 부러뜨려 계곡이나 우물에 버렸다고 합니다.

실제로 경주박물관에는 선덕여왕이 창건한 분황사를 발굴 조사할 때 우물 속에서 나온 목 없는 석불 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2001년 아프카니스탄에서는 탈레반 근본주의자(IS)들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바미안 석불을 로켓포탄으로 파괴해서 전 세계를 경악케 한 끔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근본주의적 사고는 경계해야 할 대상인가 봅니다

역사적 사실의 부재는 많은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봅니다. 천년을 넘게 이어온 신룡동 오층 석탑과 석불 또한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그 상상력을 통하여 드라마나 영화 등 문화콘텐츠로 화려하게 부활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며 세상의 중심이라고 하더군요. 신룡동 오층 석탑과 석불은 가장 아프고도 아름다운 광주의 문화재 중의 한 곳입니다.
제행무상, (諸行無常) 모든 존재는 유한하고 소멸되기 때문에 더욱 애틋하고 아름다운가 봅니다. 텅 빈 절터, 축사 밭 한가운데 쇠똥 밭에서 석탑과 석불은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습니다.
세월의 덧없음과 무상함을,

"어디 한량없는 목숨이 있나요 저는 그런 것 바라지 않아요 이승에서의 잠시 잠깐도 좋은 거예요 사라지니 아름다운 거예요 꽃도 피었다 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 사시사철 피어있는 꽃이라면 누가 눈길 한 번 주겠어요 사람도 사라지니 아름다운 게지요 무량수를 산다면 이 사랑도 지겨운 일이어요 무량수전의 눈으로 본다면 사람의 평생이란 눈 깜빡할 사이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우리도 무량수전 앞에 피었다 지는꽃이어요, 반짝하다 지는 초저녁별이어요 그래서 사람이 아름다운 게지요 사라지는 것들의 사랑이니 사람의 사랑은 더욱 아름다운 게지요"

정일근 의 시 '부석사 무량수' 전문

임영열 시민기자  youngim14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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