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의 일이다. 티베트 출신 음악가 ‘나왕 케촉’이 광주를 방문해 독특한 음악으로 티베트를 알렸다. 그의 음악에는 티베트의 철학이 담겨 있다. 사랑, 자비, 비폭력이 골자인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과 우주의 보편적 진리가 음악 속에 담겨 있다. 나왕 케촉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티베트의 음악을 전하고 있다. 그 일이 티베트의 독립을 앞당길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1951년 중국의 의해 ‘17개 조항 합의안’이 통과되던 날, 독립국가 티베트는 지구상에서 사라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다. 1959년 3월 11일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독립을 선언한 후 망명을 떠나야 했다. 그 후로 오랫동안 중국의 압제에 신음해온 티베트의 아픈 현실은 세계인의 관심에서 거의 묻혀왔다.

그래서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영적인 문명으로 평가 받는 티베트의 예술세계와 정신문화가 살아있는 전남 보성의 대원사는 특별하다. 대원사 ‘티벳박물관’에서 <하련여사 기증유물전>이 열리고 있다. 중국 고대 꽃창살 목공예 작품들이 전시실을 가득 채웠다.

이승의 중생이 극락으로 건너가는 문

대원사는 극락전의 국화문이 유명한 절이다. 여·순사건으로 대원사와 극락전 문짝이 불타 없어지면서 지역민들이 많이 아파했다. 다행히 전불전을 복원하면서 극락전의 국화문도 함께 복원했다.

불교에서 문은 신성하다. 부처의 극락세계와 고통을 안고 사는 중생들의 세계를 이어주는 경계로서의 문이다. 법당의 문은 이승의 중생이 극락으로 건너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아름답고 화려한 꽃창살 문양을 새겨 넣는다.

티벳박물관에서 전시하는 중국 꽃창살들은 부산의 하련 여사가 기증해준 유물들이다. 하련 여사는 지난 2010년 여름 대원사 티벳박물관을 처음 방문했다. 전시된 티베트 불교 유물에 큰 감동을 받았다. 자신이 10년 동안 여행하면서 수집한 네팔과 티베트의 민속탈 140여 점을 티벳박물관에 기증했다. 그리고 지난해 애장품인 중국의 꽃살문과 오래된 목공예 예술품 200여 점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티벳박물관에 기증해 줬다.

“대원사 벚꽃축제를 준비하면서 하련 여사 기증 유물 중 60여 점을 엄선해 중국 고대 꽃창살 특별전을 준비하게 됐다. 티베트와 몽골은 중국이나 인도 못지않게 우리나라와 문화 교류가 활발했다. 두 나라의 종교와 문화를 연구하면 우리의 말과 풍속, 예술을 깊이 있게 살펴 볼 수 있다.” 대원사 주지 현장스님의 말이다.

티베트 문명을 지키는 아름다운 연대, 티벳박물관

중국의 오래된 꽃창살 조각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세함에 놀라게 된다. 문짝이라기보다 수준 높고 화려한 목공예 작품의 정수를 보는 듯하다. 통나무 원목을 자르고 건조시켜 2중, 3중의 투각기법으로 문양을 새겼다. 늘어진 노송을 표현하고, 사슴을 조각하고, 여러 길상동물을 아름다운 꽃문양과 조화를 이루게 조각했다. 처음에는 석채로 채색을 한 뒤 황칠로 화려함을 더했다. 세월과 함께 황칠과 채색은 일부 벗겨지고 목질이 드러나면서 더욱 단아한 운치를 보여준다.

특히 티벳박물관에 들어가면 티베트의 정신을 만날 수 있다. 달라이라마 기념실과 죽음 체험실, 티벳 복장 체험과 만다라 미술치료 체험, 티벳 차문화 체험도 경험할 수 있다.

나라 잃은 티베트 사람들은 많이 아프다. 나라를 떠나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티베트 사람들은 티베트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티베트 사람들의 힘은 너무 미약하다. 대원사처럼 자신들의 문화를 세상 속에 알려주는 연대와 도움이 필요하다.

대원사 티벳박물관에 가면 알 수 있다. 전시 작품들 속에 티베트의 정신이 녹아있다. 티베트의 문명은 세계의 귀중한 공동 문화유산이다. 그 문명을 잃는 것은 인류가 만들어온 정신의 한 축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티벳박물관장 현장스님은 “사찰의 법당 문은 중생이 극락으로 건너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곳으로 아름답고 화려한 꽃 창살로 장엄하고 있다”며 “꽃 창살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기 바라며, 티베트 문화의 깊이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동문화 82호 [204 5,6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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