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부산, 매일 밤 잠에 들 때 항상 음악을 들으면서 잤던 나는 그날도 새롭게 들을 노래가 없나 사촌 형이 가지고 있던 테이프들을 뒤적였다. 그렇게 우연히 듣게 된 미스터 빅(Mr. Big)의 ‘rock sound’로 나의 음악 인생은 시작되었다.

그날 이후로 매일같이, 테이프가 늘어져 듣지 못하게 될 정도로 듣고 또 들으며 록(rock) 그리고 일렉트릭 기타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다. 오직 기타를 사겠다며 용돈을 아끼고 아껴 십만 원짜리 일렉트릭 기타를 손에 넣었다. 기타를 배울 형편은 아니었으니 그때부터 미스터 빅(Mr. Big)의 폴 길버트가 나의 스승이었고 스티비 레이본 역시 나의 스승이었다.

음악과 청춘과 기타와 고뇌와 무대와…

그렇게 기타를 연습하다 1998년 고향인 광주로 다시 오게 되었고 전학 온 중학교 체육대회 때 연주를 하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첫 무대였다.

2004년인가 서울 두산타워 앞 야외무대 공연, 우리는 그 공연에서 엄청난 좌절감을 맛보고야 말았다. 나름대로 우리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터라 첫 서울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반응은 우리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우리 공연 때 냉담했던 관객들이 다른 팀 공연 때는 굉장히 열성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우리는 눈물을 흘렸고 광주로 내려오는 차 안에서 해체를 결심하였다. 그렇게 생에 첫 인디밴드를 해체하고 나와 정훈이는 다른 멤버들을 모아 ‘STEY. C’라는 그룹을 결성했다. 우리는 대중적인 음악을 지향하였고 랩퍼를 영입했다.

이름은 여운호 사실 여담이지만 STEY는 멤버들의 이니셜을 조합한 것이고 우리는 뒤에 C가 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뒤늦게 합류한 여운호는 본인의 닉네임 uno 앞에 c를 붙여 cuno가 되었다. 그는 10년째 쿠노다. 많이 기대가 된다는 말을 들었던 팀이라고들 했지만 군 입대 문제로 2006년 해체되었다.

군대 이등병 시절이었다. 처음부터 그룹을 같이 하던 정훈이가 오토바이 사고로 의식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첫 휴가를 나가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그때 정훈이는 다행히 의식은 돌아왔지만 말도 하지 못하고 대소변도 못 가리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정훈이는 이때부터 한 달 정도 후에는 다행히 정상적인 생활은 가능하게 되었지만 몸의 한쪽이 마비가 와서 악기 연주는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정훈이는 할 줄 알았던 것이 음악뿐이라 퇴원 후에 힙합 팀을 만들어 프로듀서로 활동하게 되었다. 악기 연주가 불가능하니 컴퓨터 음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광주의 오월을 전통악기로 연주하다

재대 후 나는 정훈이와 함께 다시 밴드를 만들었다. 둘이서 같이 작곡도 시작 했다. 같이 곡을 써 서울에 가서 기획사마다 방분하며 데모 시디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곡을 썼다.

당시에 활동하던 팀은 ‘팡팡 밴드 난 반댈세.’ 작곡을 병행하며 밴드 활동도 하며 탑밴드, 쌈싸페 숨은 고수 등 여러 대회에도 나갔었지만 성적은 그리 좋진 않았다. 1회 오월 창작 가요제 때도 참가했지만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맛봐야했다.

그렇게 대회의 꿈은 접고 공연만 다니며 활동을 하던 중 2회 오월 창작 가요제 소식을 접했다. 당시 여자 친구가 국악을 전공하고 있어서 국악 느낌을 살려 국악 가요 형식으로 대회에 출전하기로 하고 작곡에 들어갔다.

광주의 오월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공부를 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광주에서 나고 살아가면서 5.18에 대해서 무심했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며칠 밤을 꼬박 새서 가사를 적고, 곡을 쓰고, 녹음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망월’이라는 곡을 제출했다.

결과는 예선 통과. 우리는 기뻤지만 걱정도 있었다. 본선은 실연을 해야 하는데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결국 국악기 연주자들을 섭외하고 다시 편곡을 해서 연습했다. 모듬북, 가야금, 해금, 대금으로 편곡을 하고 곡에 어울리는 한복을 입고 손에는 종이로 만든 꽃을 들고 공연하기로 했다.

그렇게 2차 예선에 나가 연주하고 노래하게 됐다. 너무 많은 쟁쟁한 경쟁자들, 마치 예선이 공연을 보는 듯했다. 악기가 가장 많고 설치가 번거로운 관계로 가장 마지막에 연주를 마쳤다. 모든 팀들이 경쟁자였지만 서로서로 응원해주고 박수를 쳐주고 하는 모습들에서 경쟁자라기보다는 음악으로 뭉쳐진 동료들 같았다.

대상을 받던 감격의 순간, 그리고 또다른 도약

결국 본선. 너무나 떨리고 흥분되는 무대였기에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운이 좋았는지 대상을 수상하였고, 그날 밤 그 희열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그렇게 대회를 준비하던 팁들과 연을 맺고 결성한 ‘그루터기’라는 국악 팀으로 같은 해 10월에 대한민국 대학 국악제에 출전해 금상을 수상했다. 어찌 보면 2012년이 나에게 가장 의미가 있는 해였다고 생각해 본다.

덕분에 지금은 국악곡 작곡 요청도 들어오고 무언가 조금씩 일궈나가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기도 하다. 지금은 밴드 ‘루버스틱’에서 기타와 보컬로 활동하고 있으며 ‘Alter Ego Sound Studio’라는 녹음실을 운영하며 최근 앨범 작업을 하는 팀들과 작업하면서 여러 음악들을 공부하고 있다. 작곡도 많이 하고 있다. 지금도 나는 음악적으로 아직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고, 공부하고, 즐길 것이다.

대동문화 82호 [2014 5,6월호]

손성훈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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