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다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워진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혼자 사는 사람이 적잖다. ‘자유’라는 개념으로 보면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고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성싶다. 거기다 질병이라도 침투하고 보면 대책 없이 불안해지고 만다. 혼자 사는 것에 행복을 느끼려면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야 흔히 말하는 ‘화려한 싱글’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결코 화려한 싱글은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이기를 꿈꾼다

젊은 날, 나도 과감히 가출을 한 적이 있었다. 혼자 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용기를 발휘한 것이었다. ‘메아리장(莊)’이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치기어린 한 시절을 보냈다.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자유고 고독이고 다 좋았다. 다만 부모님의 낙망을 생각하지 않았던 철딱서니 없음은 지금도 미안함과 부끄러움으로 남아 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이기를 꿈꾼다. 번데기가 우화(羽化)를 꿈꾸듯이 자기만의 방에 갇혀 몽상이든 고독이든 익사하기 직전까지 가보고자 한다. 이상의 소설 <날개>에서 주인공은 꿈꾼다. 화경으로 지르가미(일본어로 종이 또는 화장지라는 뜻)를 태우며 노는 골방에서 어깨에 날개가 돋아 날아가기를 꿈꾸듯이 말이다. 혼자 산다는 그 매력적인 사실에 한번쯤 경도되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핵가족보다 훨씬 작은 단위인 ‘1인 가구’라 불리는 시대에 돌입했다는 것은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 중의 하나일까.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나라들은 전체 가구의 40%에 달하는 비율을 보인다. 미국의 성인들 중 50%가 독신이고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28%를 넘어섰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는 1980년 4.8%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25.3%의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35년이 되면 34.3%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담 왜 이런 사회 현상이 생긴 것일까. 경제 성장으로 인한 여자들의 독립 선언, 이혼의 증가, 경제 사정으로 인해 결혼할 수 없는 사람들의 숫자는 의외로 높다. 결혼하지 않아도 독립을 선언하는 사람들, 같은 시내권에서도 거리가 멀다는 이런저런 이유로 집을 나와 독립적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다.

노년의 삶은 배우자가 사망하면 당연한 수순대로 독거노인이 된다. 그럴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런 사회가 이미 도래했다. ‘화려한 싱글이냐’ ‘궁상맞은 독신이냐’라고 말하는 ‘싱글 라이프의 환상’을 깨라고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혼자가 아닙니다. 독립한 1인 가구입니다

혼자 살기를 결정하는 순간, 마법의 세계가 펼쳐질 것 같지만 ‘혼자 살수록 돈이 필요하다.’는 명제 앞에 서면 슬며시 찾아오는 공포감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혼자 사는 능력의 처세술이 불로장생의 명약이 아닌 이상, 혼자 사는 능력도 죽음이라는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다. 여전히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가장 큰 불안은 나이를 먹어간다는 점이다.”

그렇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질병과 조우하는 것이며 죽음과 한 발 더 가까워짐을 의미한다. 매력적인 사실이 기실은 공포를 배태하고 있다는 아이러니, 세상살이의 양면성에 조금은 진저리가 처진다.

“치타렐레(城) 속의 몽테뉴, 그는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린 은둔자에 불과했을까? 오히려 몽테뉴는 세상과 물리적으로 멀어진 치타렐레 속에서 정신적으로는 세상과 더 가까워졌다. 몽테뉴는 치타렐레 속에서 생각을 다듬고 다듬어 <수상록>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에세(Les Essais)>를 탄생시켰다.”

1571년 2월의 마지막 날, 38세의 그동안의 결심을 단호하게 실행에 옮겼는데, ‘관계 밀도의 제로화’였다. 부친의 요구를 위해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자기 몰두에 열중하는 삶으로 바꾼 몽테뉴는 ‘홀로서기’의 원조 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은둔자의 삶을 통해서 높다란 성 안의 둥근 방 1층을 침실로 삼고 2층을 명상의 공간과 서재로 삼았다. “서재 천장의 들보에 54개의 라틴어 격언을 그려 넣었다. 눈길이 무심히 위를 향하기라도 하면,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지혜로운 말을 보게 되었다. 54개의 격언 중 마지막 것만이 프랑스어로 되어 있는데,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내가 무엇을 아는가.”

혼자인 삶에 대한 사려 깊은 공감 이야기

결국 혼자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이만큼 발전시킨다면 우리의 삶은 후회 없을 것이다. 4인용 테이블에서 안정과 행복을 꿈꾼다면 1인용 테이블은 자유와 자기 발전을 위한 책임감 있는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고독은 결코 결핍이 아니며 자기 능력의 소산이다.

현대인은 혼자 있을 줄 모르기 때문에, 혼자 놀 줄 모르기 때문에 불행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처럼 노년의 삶에 이르고 보면 이런 사실이 구체적으로 다가 온다. 사족을 달자면 나 같은 사람은 혼자 노는 것을 즐기지만 내 남편 같은 이는 놀 줄 몰라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한다. 내가 가끔 불행감을 맛보며 우울해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자유라는 개념이 그렇게 실감날 수가 없다. 이 시대엔 누구나 홀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그 준비를 서서히 시작하는 게 현명할 성싶다.

대동문화 82호 [2014 5,6월호]

문향선 수필가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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