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아래 있으니까 아랫사람이 되고, 우리들은 위에 있으니까 높은 사람이 되부렀네요 잉. 거그서 여그를 봉께, 우리덜이 우러러 보이지라우 잉. 사람을 우러러볼라믄 그 사람보다 아래로 내려가서 보믄 되야라우. 일체유심조라고 보는 눈마다 다 생각이 다르당께요.

우리 스님이 이야그해주신 내용인디라우. 옛날 배나무골 옆에 감나무골이 있었는디라오. 박서방네는 가난헌디 가족덜끼리 서로 위허고 지내믄서 하하깔깔 웃고 살았더래요. 근디 최서방네는 돈이 많고 식구도 많은디 하루도 집구석이 조용할 날 없이 큰소리가 나고 식구덜끼리 싸웠드래요.

근디 최서방이 생각허기를 아매도 박서방네는 뭔 속사정이 있어서 늘 가족이 웃고 사는지 알아볼라고 박서방네에 갔더래요. 근디, 밖에서 막내아들이 붕알에 불이나도록 뛰어와갔고, 이러드래요. “아부지 큰일 났어라우. 우리집 소가 넘의 보리밭에 들어가 보리를 뜯어묵고 있어요.” 그래 식구덜이 우~ 허니 나가봉께 정말 소가 그라고 있드래요.

최서방은 ‘인자 요 식구들 중에서 한 놈은 경을 치겄구나.’ 그라고 생각허고 있었드래요. 근디 박 서방은 식구들을 보고 “아따 내가 실수해서 풀밭에 소를 매놓들 못했네. 미안허네.” 이러드래요. 옆에 뽀작 있던 부인이 “아니어라우. 나가 잘못했어라우. 소한티 여물을 믹이지 안 헝께 이런 일이 생겨부렀구만요. 나 잘못이라우.”

근디 또 이번참에에는 아들이 그러드래요.“엄니 나가 소를 몰고 뒷산 풀을 빌라고 갖다 왔으믄 이란 일이 안 생겼을란디, 깜박 멍충이 맹키로 잊어부렀단 말이요. 내가 잘못해꾸만이라우.” 이러다는 거에요. 긍게 최 서방은 박 서방네가 그라고 웃고 낄낄 재미지게 사는 이유를 알았드라요.

우리 주지 스님이 그란디 “사람이 아무리 가난해도 자기가 해야헐 일 허고 그만허믄 됐다 그라고 마음묵고 콩 한나라도 나눠 묵으믄서 위허고 살믄 그거이 부처님 세계다.” 허셨어라우. 어른덜은 질로 문제가 지 것은 지껏이고, 놈의 것도 지껏이다고 생각허는 것이여라우. 박 서방네는 서로 지가 지대로 일을 못했다고 책임질라고 허고 그라고 욕심을 부리질 안 헝께 재미지게 살 수 있다는 것이여라우.

위에서 보믄 내려보이지만, 아래서 올라다보믄 우러러보여라우. 사람언 위도 보고 아래도 볼 수 있응께, 언제라도 낮아질 수도 높아질 수도 있는디, 남을 우러러보고 나를 낮춰 봐야 마음이 펜해지지라우. 맘이 펜허고 몸이 펜허믄 딴 사람덜을 돌아보고 도울 수 있게 되지라우.

근다고 너무 고개 푹 숙이지 말고 너무 고개를 빳빳허게 들고 다니지도 말고 오른쪽도 쳐다보고 왼쪽도 살펴보고 그래야 써라우. 어찔 때는 한쪽 눈 찔끔 감고 봐야될 때도 있어라우.

마빡에 피도 안 마른 꼬마가 말은 어른들맹키로 잘 헌다고라우. 어른덜 문제가 너무 욕심을 부린께 탈이여라우. 남덜을 낮춰봉께 탈이라고 안 나가 그러든가요. 사람은 무슨 일에도 배우고, 아무나한테도 배우고 그란 거여라우.

긍께 제대로 보시시오. 우리가 부처님맹키로 보이믄 그 사람은 부처님이고라우. 우리가 어른으로 보이믄 그 사람은 욕심많은 어른이고, 우리가 깐난 애기로 보이믄 그 사람은 철부지 깐난 애기같은 맘을 가진 사람이지라우.

(2000년 초 장성 해인사)

대동문화 82호 [2014 5,6월호]

최옥수 기자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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