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하늘을 난다(?). 땅 위에서 직립보행을 하고 사는 것으로만 착각 허들 말더라고. 새들도 가끔 땅에 내려와 두 발로 걷지 않던감. 사람이라고 걷기만 하란 법 없제. 새처럼 자유롭게 바람을 친구 삼아 높이높이 드높이 활공하는 한 마리 인조(人鳥)가 될랑께.

일상의 지루함을 탈피하고 생활의 활력을 찾기 위해 수상스키, 윈드서핑, 행글라이더, 암벽 등반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갈수록 다양하고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 생활스포츠 가운데 성인들이 가장 해보고 싶어 하는 레저스포츠 1위가 패러글라이딩이다.

가을 하늘을 새처럼 선회하다

항공레포츠의 꽃으로 칭하는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씨호크 클럽은 사무국장 박길환 씨에 의해 86년 동호회가 결성되고 현재 150여 명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 대규모 동호모임이다. 여성 회원도 10%를 차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광주 인근에는 담양군 창평면 월봉산, 수북면의 삼인산, 광산구 어등산, 화순의 만덕산 등의 활공장이 있다. 취재를 간 날 창평에 위치한 320m의 월봉산 활공장에서 비행이 있었다. 유천마을 정자에 도착하자 발 빠른 국장님 벌써 도착해 회원들을 맞이하는데 아니, 웬 스님까지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취미생활에 무슨 신분이며 성별이며 남녀노소 제약이 있겠는가.

곧바로 차에서 내린 젊은 커플 박재국 씨와 아내 이금순 씨, 배운지 2달째 되었다는 이들은 소풍가는 아이마냥 입이 귀에 걸려 나타나며 “요 며칠 궂은 날씨로 뜨지 못했더니 몸이 근질거려 혼났어요.” 너스레로 인사를 나눈다.

통도 크지, 스님은 그렇다손치고 여자가 무섭지 않느냐는 물음에 약 올리듯 씨익 웃으며 “한 번 해보시지요. 얼마나 신나고 스릴 만점인지, 집에서도 둘이 함께 있으면 뜨는 얘기뿐이라니깐요.” 취미 생활이 같아지고 나서 대화가 이전보다 훨씬 많아지고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고 은근히 자랑 치며 비행을 위한 20㎏ 무게의 장비를 거뜬히 짊어지고 활공장 향하는 모습 활기차다.

창평 활공장은 산세며 기류가 완만하여 활공 장소로 그만이란다. 이륙 준비가 끝난 선두 주자 박길환 국장이 주저함 없이 불어오는 바람 받아치듯 하늘로 떠오른다. 한 마리 새처럼 유유히 월봉산 능선 따라 날아가다 정상에서 멀어지나 싶더니 낙화하듯 7-8회 허공을 선회하는 모습 보고 있자니 오금이 저려온다. “우리 국장님 맨날 뜨자마자 기류만 파악하고 곧바로 내려와 나중에 비행하는 회원들 지휘하기 바쁘더만 오늘은 뭔 일로 좀 놀 판인가 보네.” 선배의 활공 묘기 부러운 듯 한 마디씩 거든다.

금순 씨 차례다. 바람의 속도와 방향을 살피고 날개 짓하다 주저앉기를 두어 번 하더니 드디어 하늘로 붕 떠서 날아가고 뒤따라 남편 재국 씨 아내를 쫓아가듯 활공장 벗어난다. 두 달 새 18회나 떴다지만, 역시 아내보다 남편은 더 자신만만한 듯 아내의 무전기가 잘 터지지 않자 자기의 것으로 바꿔주는 여유를 보이더니 하늘에서도 먼저 활공한 아내에게 조언을 하는지 사랑을 속삭이는지, 이야기 소리가 활공장까지 들려온다. 서웅진 회원은 “저 둘은 하늘에서도 꼭 뭐라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고 그란디 참말로 볼상 사나워라.” 이륙 준비 하다 말고 시샘 난 듯 볼멘소리다.

스릴 만점에 최고의 건강 스포츠

우리나라에 패러글라이더가 들어온 것은 86년이다. 그 후 88올림픽을 계기로 많이 발전되다가 90년부터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회원도 생기는 등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세계대회가 1년에 10여 건 있는데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하여 상위권에 속하는 등 혁혁한 전과를 올릴다. 뿐만 아니라 활공장비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외국에 수출하는 등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외국에서 국산 장비의 선호도가 높다.

패러글라이딩을 배우려면 ‘한국 활공협회’나 ‘생활체육 전국 패러글라이딩 연합회’에서 발급한 지도자 자격을 갖춘 곳을 찾아 배우는 것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정식 스쿨로 공인된 곳은 전국 50여 곳에 이른다.

이들 스쿨에서는 초급, 중급, 고급 과정으로 나누고, 초보 교육의 경우 패러 이론 교육, 장비착용 요령 및 각 기종별 사용 요령을 숙지한 뒤 30ｍ, 50ｍ, 70ｍ 등의 이․착륙 지상연습 등 기초 교육을 이수한다. 기초교육을 4～5일에서 일주일가량 받으면 비교적 낮은 높이에서 실전 비행을 할 수 있다. 초보교육을 받고 담력과 용기를 가지고 일단 뛰어내리기에 성공하면 숙련도에 따라 여러 가지 비행을 즐길 수 있다.

중급자의 경우 산의 경사면을 타고 오르는 기류를 따라 하늘을 나는 릿지 비행의 묘미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모험 레포츠가 다 그렇듯이󰡐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담력이 필수다. 맞바람을 이용해 높은 산꼭대기에서 뛰어내려야 하고, 발이 허공에 뜬 상태에서 시속 30～50㎞로 비행하기 때문에 용기 또한 필요하다.

혼자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데 자신이 없으면 먼저 1일 체험교육이나 텐덤비행을 시도하는 것도 좋다. 텐덤비행은 전문가와 둘이서 하는 비행으로 스쿨마다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패러글라이딩을 맛볼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을 배우고 싶지만 장비 마련에 겁먹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 패러글라이딩 스쿨에선 장비를 대여해주기 때문에 처음부터 장비 구입을 욕심낼 필요는 없다. 교습만 받을 경우 장비 대여비 30만원～50만원 정도면 가능하고, 장비를 구입할 경우 기체와 하네스, 헬멧, 무전기, 비행복 등을 포함한 한 세트 가격이 350만 원～500만 원 선이다. 그리고 보통 제품을 구입한 곳에서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교육까지 책임진다.

패러글라이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배우기 쉽고, 안전하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매료되는 것은 일상의 모든 정신적 스트레스를 단번에 해소하여 심신이 상쾌하다는 것을 우선으로 꼽는다.

전국 최초 항공 결혼식 올리다

어려서 잡지를 통해 행글라이더를 접하게 된 씨호크 클럽 박길환 사무국장은 1981년부터 행글라이더를 시작했다. 그리고 1986년 6월 15일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최초로 레포츠 전문 클럽인 씨호크(Seahawk) 클럽 문을 열어 현재까지 호남 지역에서 가장 많은 회원과 오랜 역사를 가진 패러글라이딩 동호회로 선구적인 활동하고 있다.

패러글라이더 보다 행글라이더를 먼저 배웠고 수상스키를 비롯한 윈더셔핑 등 모든 레포츠를 좋아하는 박길환 씨는 23년의 레포츠맨 경력으로 ’86아시안 게임을 비롯해서 세계 패러글라이딩 대회에 참가하여 다양한 수상 실적을 올린 베테랑 지도자로 정평이 나있고 1990년에는 동호회에서 부인을 만나 전국 최초로 항공 결혼식을 올린 환상의 커플로 유명하다.

광주에는 씨호크 외에도 조선대․동신대, 직장인은 금호․아시아․기아자동차 등 여러 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모여 광주연합회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패러글라이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어려운 경우는 없습니다. 안전 수칙과 지도자의 지휘에 따르면 큰 어려움이 없이 하늘을 비행하는 남다른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지요.”

하지만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지도자가 없이 혼자 비행하는 경우, 특히 기상이 안 좋아 비행하지 말라고 했는데 무리하게 비행했을 때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이곳은 다른 동호회와 달리 자신의 안전과 직접 연관되기 때문에 지도자의 조언을 절대 복종하는 끈끈하고 엄격한 규율이 가능하다.

가을이다. 아무나 하늘을 날 수없다는 편견을 접고, 당신도 새처럼 높푸른 창공을 한 번 날아보고 싶지 않은가.

[대동문화 31호, 2004년 가을호]

한영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