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근 변호사님의 고향 이야기, 학창 시절 이야기 등을 들려주십시오.

전라남도 화순군 이서면 보월리 459번지에서 4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이서면 보월이라는 동네는 광주의 반대편 무등산 바로 아래에 있는 산골 마을입니다.

할아버지는 농사를 지으면서 물레방앗간을 운영하셨는데 동네에서 완고하시기로 유명하셨습니다. 어머니가 제 위로 딸만 셋을 낳았고, 다행히 그 뒤에 남자인 저를 낳고 제 뒤로는 아들만 셋을 더 낳아서 저의 형제는 4남 3녀입니다.

아버지는 정미소를 운영하시면서 법 없이도 살만한 온화하고 다정한 분이셨고, 못하시는 게 없을 정도로 다방면에 재주가 많으셨습니다. 그에 반해 어머니는 부지런하셨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분이셨습니다.

저희 7남매 4남 3녀는 계모임을 3가지로 하고 있습니다. 먼저 7남매가 흥복회(아버님 함자 최흥덕님에서 ‘흥’자를 따고, 어머니 함자 정복임에서 ‘복’자를 따서 지은 이름)를 만들어서 15년 전부터 매년 여름에 1박 2일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부모님 두 분 아래로 저희 7남매에 조카의 자녀까지 4대를 합하면 41명이나 됩니다.

다음은 4형제계입니다. 아들 며느리만 하는 모임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유사제로 모이며, 주로 얘들이 뛰어놀 수 있는 점심 위주로 야외에서 모임을 갖습니다. 그 다음은 3자매계로서 누나와 매형들끼리 모임을 갖습니다. 작년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또 하나의 자랑거리라면 4형제가 매주 주말에 돌아가면서 시골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를 방문하는 것입니다.

한 가족 4가지 계모임으로 화합 일궈나가

▲ 전남대학교 법학과에서 공부하시고, 행정법을 대학원에서 전공해 법과 행정을 두루 전공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법 공부를 하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화순 이서 시골에서 다녔습니다. 당시 여러분의 선생님 중에서도 신혼이셨던 김주호 선생님이 제일 생각이 납니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인 저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중학교는 5㎞ 떨어진 면소재지였는데,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 먼 곳이어서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자갈길 비포장도로를 뒤에 가방을 두개 싣고, 의자와 핸들 사이에 친구를 한명 태우고 씽씽 달렸습니다.

중학교 연합고사가 끝난 후 <삼국지>, <초한지>, <수호지> 등 중국 고전을 읽고 <노인과 바다>, <죄와 벌> 등 세계문학전집을 겨울 방학 내내 읽었습니다.

광주대동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제가 도회지에서 정상적으로 열심히 공부한 시기였습니다. 수학은 기본 공통 수학, 영어는 영어 실력 기초 또는 삼위일체를 공부했습니다. 누나, 동생과 함께 한 자취생활은 때로는 눈물과 때로는 낭만이었습니다.

광주대동고등학교 6회는 꽤 유명합니다. 평준화 시절이었는데도 사법시험 4명, 행정고시 8명, 기술고시 1명, 경찰대 2명, 육사 등에 진학했습니다. 인천시장을 했던 송영길 시장, 경기경찰청장을 했던 강경양 치안정감, 국립아시아전당의 김성일 추진단장 등이 동기입니다. 또 대동 6회는 3학년 때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겪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 현장에서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전남대학교 법과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제 아버지는 할아버지로부터 물레방앗간을 물려받아 운영하시다가 마을 어귀에 현대식으로 큰 발동기가 있는 방앗간을 지으셨습니다. 나중에는 밀가루를 만드는 제분기까지 들여와 제법 큰 사업을 독점으로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혀 모르는 외지 사람이 우리 동네에 정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우리집 방앗간이 문을 닫아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새로 제정된 법에 의해 각 마을에 하나의 정미소만 허가가 나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그 외지 사람 정미소가 허가를 받았고, 우리집 방앗간은 무허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밤 아버지는 펑펑 우시면서 법을 몰라서 우리가 당했다고 한탄하셨습니다. 그날 이후로 나의 머릿속에는 항상 법이라는 단어와 법을 모르면 억울하다는 사실이 뇌리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늦게 시작한 고시공부는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자신과의 극한 싸움이었고, 결국 운 좋게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에서 행정법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행정법 학계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하신 이경운 교수님이 계셔서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시민과 소통하다

▲ 최병근 변호사님은 광주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전대법대 겸임교수, 광주전남 민주언론 시민연합 공동대표, 국제라이온스355-B1지구 회장단 협의회 의장 등을 역임하셨습니다. 활동을 소개해 주십시오.

저는 광주지방변호사회의 여러 가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특히 춘계 신입회원 환영 등산, 1박 2일의 가을 가족 여행뿐만 아니라, 송년의 밤, 대한변협 정기 연수회 등의 행사에 자족들을 데리고 거의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많은 원로 회원님, 선배님, 후배님들과도 친숙하게 되고, 상임이사를 여러 차례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공보이사를 하게 되었고, 다음은 일본 아이치현 변호사회와 친선을 도모하는 국제이사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사업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사업 이사로서 보람이 있었던 것은 올해 2월 대한변호사협회 정기 연수를 여수에서 개최되도록 유치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지역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제적인 봉사단체인 라이온스 활동은 18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7-2008년에 제가 소속되어 있는 금남 라이온스 회장을 역임하다가 58개 회장들의 모임인 회장단 협의회 의장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여러 클럽 회장님들과 교우하면서 봉사의 참된 의미와 리더십을 일깨울 수 있었습니다. 그 외 사회 활동으로는 광주전남 민주언론 시민연합 공동대표, 화순 YMCA 이사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광주광역시 소청심사위원회 위원, 광주지방경찰청 보안협력위원, 광주지방국세청 국세심판위원, 광주지방법원 조정위원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 지난 2008년 총선 때 당시 통합민주신당 예비 후보로 등록하여 국회 의정 활동을 향한 꿈을 펼치셨는데요.

당시 선거구가 화순과 나주가 분리되는 것을 전제로 많은 사람들의 권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화순과 나주를 분리해서 화순은 장흥과 나주는 함평과 함께 선거구를 이루는 안이 가장 현실적인 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론이 지지부진하고 있던 차에 당시 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되면서 민주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이었던 나주‧화순 지역 국회의원이 선거구 획정을 논의하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위원이 되면서 선거구 획정은 물 건너가고, 공천심사위원까지 꿰차게 되면서 후보 경선도 없어지게 되어 버렸습니다. 완전히 힘의 논리였습니다.

그 때 정치하시는 분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정치는 힘의 논리라는 것입니다. 다만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보기 좋은 명분으로 포장되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를 하려면 진정으로 주민을 사랑하고 따뜻이 껴안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진정으로 그런 마음이 들었을 때에 정치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변호사 활동을 소개해주십시오.

오직 성실 그 자체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변호사실 문을 닫아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사무실에 있을 때에 의뢰인들이 오면 언제든지 면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재판하는 법정에서 판사이든, 검사이든, 변호사이든 가장 똑똑한 사람은 기록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록을 잘 파악하고 조목조목 반박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항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록을 잘 파악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매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기록을 잘 파악하더라도 매너를 잃고 자기 멋대로 하면, 주는 것 없이 괜히 밉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 변호사님은 시민운동, 행정 자문위원, 대학 교수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하셨는데요?

변호사는 우리 사회 여러 현상에 대해 경험하고 이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활동하다 보니 다방면에서 위촉장, 감사패 등이 150여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내실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하나라도 제대로 했는지 부끄럽기도 합니다.

문학과 음악 애호 활동, <대동> 잡지 발간 후원

▲이런 활동 외에 변호사님이 펼치고 있는 문화예술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책 읽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 덕분에 대학교 때는 단편소설을 써보겠다고 시도해 본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전남대에 용봉 문학상이 있었는데, 응모하려고 무더운 여름날 선풍기를 틀어놓고 원고지를 찢어서 버리면서 어설프게 폼을 잡아 보았습니다. 일간신문에 칼럼을 쓰다 보니 우연한 계기로 <현대문예>지에 수필 부문으로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어느 날 우연히 대한상공회의소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이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커피 한 잔에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을 보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때부터 집사람이 결혼할 때 해왔던 오래된 오디오를 창고에서 꺼내어 수리를 맡기고, 애들 태교하느라 샀던 100장짜리 클래식 CD전집의 먼지를 닦아내고 듣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고 박종호 선생님이 지으신 <불멸의 오페라>라는 책을 펼쳐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오페라 감상 모임에 가입했는데 열심히 들어볼 생각입니다.

▲ 대동문화재단의 <대동문화> 잡지 발간을 지켜봐주셨는데요.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모든 계층을 모두 아우르기는 어렵겠지만, 젊은 사람들도 쉽고 접할 수 있는 잡지였으면, 그리고 재미있는 잡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동문화 84호 [2014 9,10월호]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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