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열병처럼 찾아왔다 그림자처럼 사라지는 그리움. 마음의 위로는 인간의 근원적인 그리움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닌지…. 그래서 길을 걷다 만나는 모든 사연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쌓이고 침전되면 그 사연들은 길 위의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되는 것이다. 길과 길이 만나는 곳에는 마을이 생기고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의 쉼터가 되는 마음의 고향을 만나는 것이다.

동명동! 동명동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온 것일까. ‘동쪽의 밝은 해’는 동쪽에서 빛을 밝히고, 빛이 떠오르는 곳에 빛의 밝음까지 존재한다면 이곳은 ‘귀히 여김을 받았던 마을’이라 여겨진다. 옛 도청이 근접한 거리에 한옥이 200여 채나 모여 있었고 고위 관직에 있던 분들이 있어 어린 시절 동명동에 가면 높은 담장과 기와집들의 도열 속에 무언가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던 곳이었다.

예술향이 커피향처럼 스며드는 마을

외곽에는 광주에서 여수까지 가는 도심 철로인 경전선이 마을 옆으로 지나가고 기차가 지나가는 곳에 있는 농장다리는 원래 동지교라 하였는데 1908년 전남여고 옆을 지나던 동계천 건너에 광주 감옥이 들어선 이후, 1971년 이전할 때까지 죄수들이 채소 농장을 노역으로 일궜던 곳이다. 하여 붙여진 한스럽고 아픈 사연이 있는 다리이다.

지금은 광주 시민들의 수많은 사연을 싣고 달리던 도심 철도는 2000년 폐선이 된 뒤 2002년부터 이곳에 나무숲이 조성된 ‘푸른 길’이 되어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가고 있다.

동네 외곽에 푸른 길이 생기고 학원가가 조성된 후 동명동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카페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다. 마을에 생기가 찾아온 것이다. 도청이 떠나고 도심 공동화가 심화된 이후 동명동은 잠들어 있는 모습으로 있었다. 그런 동명동에 사람이 찾아오고 문화의 향기가 퍼지고 예술의 흥이 점점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동명동 여행은 장동 로타리에서 발걸음을 옮겨도 좋고 ‘푸른 길’을 걷다 어느 골목길로 들어서도 좋다. 동명동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적 공간은 ‘황톳길’ 문화 카페라 할 수 있다. 한옥을 운치 있게 살리고 현대적인 느낌을 같이 살린 이곳은 벌써 동명동에 자리 잡은 지 20년이 넘으니 이곳의 터줏대감 노릇을 한 격이다. 사진작가 최옥수 씨의 사진을 만날 수 있고 마당에는 하얀 동백이 흐드러지게 핀다.

장동 로타리에서 보면 레스토랑 ‘쿤스트 라운지’를 만날수 있다 .지하에 갤러리를 갖춘 문화 공간이다. 지상은 독일식의 단아한 소품들로 장식되어 있고 지하에 가면 참신한 젊은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어 동명동의 초입부터 예술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조금 더 위로 가면 ‘춘수 공방’을 볼 수 있다. 택견을 가르치는 아내와 퉁소와피리를 만드는 젊은 부부가 둥지를 틀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겸비한 한옥이어서 또다른 운치가 있는 곳이다. 길 건너에는 전통찻집 ‘다담’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문화 동명동 지금, 기지개를 켜다

옛 동명동에는 금호문화재단과 인재 미술관이 있어서 광주의 중요한 문화행사와 전시가 열리곤 하였는데 두 곳이 문을 닫은 후 광주의 문화의 변방에 머물러 있다. 최근에는 다시 갤러리들이 들어서 예술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전한 동명파출서 건너에 제희갤러리와 조선대 김대원 교수가 개관한 수하갤러리가 들어서 수준 높은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인재 갤러리가 있던 곳에는 ‘푸른 연극마을’의 씨어터 ‘연바람 소극장’이 개관하여 소극장 시대를 다시 열어가고 있다.

연바람 소극장 옆에는 싸롱드 미자가 오랫동안 자리 잡아 주인장 미자 씨처럼 아담한 멋을 풍기고 있다.

학원가 쪽으로 들어가는 입구엔 ‘스토아 어바나’가 눈길을 끈다. 처음 동명동에 들어서면 이곳이 뭘 하는 곳일까 생각하게 하는데 다섯 개의 컨테이너 박스가 연결된 그리스의 신전 느낌이 들게 하는 곳이다. 중앙 바닥은 풀밭으로 되어있고 작은 광장처럼 자유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음식을 먹으면서 전시 공연을 같이 볼 수 있어 새롭고 자유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농장다리 건너에는 광주의 노래하는 가객 정용주를 만날 수 있는 통기타 라이브 카페 ‘산울림’을 만날 수 있다. 산수동 쪽으로 들어선 ‘신시와’와 레스토랑 ‘시우’도 그림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소소한 밥상’, ‘마루’, ‘카르데디엠’, ‘오리토리’, ‘봄날은 간다’, ‘푸른 갤러리’ 등 동명동은 위로와 쉼이 있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동명동은 8월에 2구역 문화마을 조성 사업을 시작하면 문화전당과 연계한 문화 공간으로 더욱 변신할 것이다.

이제 동명동에 가면 푸른 숲과 갓 볶은 커피향과 음악과 그림을 곁들여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쉼 속에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동명동이다.

대동문화 84호 [2014 9,10월호]

한희원  webmaster@chkorea.news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