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가 홍성담씨의 ‘세월오월’사태를 지켜보는 광주시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광주비엔날레 재단과 작가의 불협화음이 자칫 성년이 된 광주비엔날레의 현주소로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올해로 20주년, 횟수로 10번째를 맞는 광주비엔날레는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주요 비엔날레들과 비교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해왔다. 그동안 감독과 작가 선정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있기도 했지만 이는 광주비엔날레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 쯤으로 여겨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훨씬 더 심각하다. 미술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검열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참여 작가들은 작품 철회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책임큐레이터와 비엔날레재단 대표는 논란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잇따라 사퇴했다.

가로 10.5ｍ, 세로 2.5ｍ 크기의 ‘세월오월’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과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세월호를 들어 올려 아이들이 모두 구조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80년 5월 광주정신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보듬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작품으로, 작가 작업세계의 연장선상에서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가 된 곳은 작품 속 박근혜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이다. 재단측에서는 수정을 요구했고, 작가는 박 대통령의 얼굴 위에 닭 그림을 붙인 수정본을 제출했다. 하지만 재단은 관계자들의 회의를 통해 걸개그림의 전시를 유보키로 결정함으로써 파장이 확산됐다.

작가-주최측 불협화음은 발전에 도움 안돼

문화예술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예술인들이 세상에 내놓는 성과물은 풍부한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그 상상력에는 날개가 있고 넘나들지 못할 곳이 없다. 반상(班常)의 구별이 엄격했던 계급사회에서도 양반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그림이 있었는데 21세기 민주사회에서 대통령이라고 예술작품의 소재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예술가의 창작이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준엄한 명제다. 군사정권 시기에도 우리가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 희망의 불씨가 되어 준 것은 총칼보다 뜨거운 시, 노래, 그림이었다. 더욱이 홍 작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지역의 자긍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면 주최측 역시 짠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친 정부 눈치보기’ ‘사전 검열’이라는 비판적 시각의 잣대만을 들이대기에는 그들이 풀어야 할 고민의 깊이가 얕지만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가 개인전이 아니고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이었던 만큼 큐레이터로서는 전시 성격에 맞춰 작가와 사전 협의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과를 내고자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더욱이 광주비엔날레는 올해 행사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30년, 50년을 넘어 베니스비엔날레처럼 100년이 넘는 긴 역사와 전통을 갖는 자랑스런 축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광주시민, 광주발전 전제 해법 모색 바람직

첫 출발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쉬움이 크다. 재단측이나 작가가 좀더 지혜를 발휘했다면 해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예방주사도 있었다. 홍 작가는 지난 2012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출산 그림을 발표한 바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광주비엔날레 주인은 광주시도, 재단도, 작가도 아니라는 점이다.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시민의 것이다. 아무리 철저한 이론이나 셈법으로 무장해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더라도 그것이 광주시민보다 우선 가치일 수는 없다. 재단이나 작가는 이를 전제로 좀 더 슬기롭게 헤쳐나갔어야 했다. 광주와 광주시민이 양측의 교집합인 셈이다.

재단은 9월16일 홍 작가의 작품 전시 여부 등을 결정하는 대토론회를 갖는다. 전제돼야 할 것은 역시 광주시민과 광주발전이다. 광주비엔날레가 성년이 된 것을 계기로 ‘세월오월’ 논란이 또 한 번의 성장통에 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동문화 84호 [2014 9,10월호]

김만선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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