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묵직허니 바다를 기는 것맹키로 괴기를 많이 잡아불어야 요 만선기를 꽂고 돌아가지라우. 근디 우리허고 같이 저끄 따라댕기는 배도 만선기를 안 꽂아부렀소. 그라고 저물녁이 다 되야 돌아가믄 찰때가 다된 바다맹키로 숨이 먹먹해라우. 글고 새벽같이 그물 땡기던 그 밤이 그라고 깊었는지 가뭇허니 아삼허니 멀어라우. 어저께 일이제만도….

우리덜이사 괴기 많이 잡으믄 좋고, 마을 사람덜 더 많이 괴기 잡아 건져 올리믄 좋지라우. 근디 바다허고 갯물 괴기들도 옛날 같지 안 혀라우. 숭년이 많제라우. 괴기가 읎어서 그란 것이 아니라, 이 괴기를 잡아서 묵고 사는 사람덜이 많이 떠나불어서 그라요. 글고 인자 요 꼬막 껍제기 같은 마을에 늙은 할망구들하고 영감들만 몇 명 남아서 요 물질을 아직까지 안 허고 있소. 긍게 만선기도 인자 옛날 이야기가 되야불었제.

섣달 그믐이믄 모다 춥제 잉. 근디 그때 우리 동네 사람덜은 당신제를 지내제.당을 당산에서 모셔와갔고, 바다에다 신밥이랑 항꾼에 작은 배를 맹글어서 띄워 보내제라우. 그라믄서 풍장을 치고 굿을 치고 놀아들 싸. 긍게, 이거이 괴기덜 많이 잡게 해주시시오. 바다에서 디진 사람덜, 괴기덜 모든 망령들이나 신령들 잘 잡숫고 바다가 핀안허게 해주시시오. 일년동안에 마을 슬픈 일도 나쁜 일도 싹 씰어갔고 바다에다 내뿔어불팅게, 그라고 해주시시오. 그라고 비는 것이제라우. 그라믄 맬갑시 눈물이 나고 신명이 나고 그래라우.

긍게 우리덜은 요라고 갯가에서 살다가 죽제마는 바다는 저라도 크고 안 널쏘. 긍게 우리덜이 사는 모양새가 1백년 요짝조짝인서로도 요라고 슬픔도 많고 서러움도 많고 신명도 많고 개미도 많고 그라것제라우.

긍께 요참에 진도 바다에서 뭔 학생들이 그라고 많이 험한 일을 안 당했습디여. 긍게 그거이 다 바닷일이 숭해서 그란 것이 아니라 사람덜이 그라고 욕심내고 배를 부리고 사람얼 짐짝맹키로 취급허는 고 썩어서 뒤질 년놈덜이 지그덜 목구녕으로 묵을 것 챙길라고 그라다가 일어난 사단이라고 안 허요. 나넌 잘 모르제마는 그 에리디 에린 꽃도 안 피본 학생들이 뭔 죄를 졌다고 그라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허냐 그 말이여라우. 고 도적널의 새끼덜허고 한 명도 못 구헌 사람덜이랑 이 놈덜은 천벌을 받아도 몇 백 번을 받을 거이요. 하믄! 피멍이 든 엄니 아부지가 한 둘이고, 그 주위 사람덜 인생을 인자 평생 누가 책음질 거이요. 한놈도 책임지겄다 허는 놈도 읍고, 높은 냥반이 국가를 개조허것다등만 뭔 뾰족한 수도 못내고 그라고 허는, 이거이 나라요? 뭣이요?

숨맥히는 나라요. 글고 서로 위허고 못살드라도 서로를 애끼믄서 사는 요란 모습이 아니요. 시방 우리가. 참말로 할 말이 읍소. 나무 바다 용왕님 보살. 살피십사. 살피십사. 우리 자석들, 아부지 어무니, 할머니 다덜, 모다덜 보살피십사. 세상에나 세상에나….

1980년대 후반 영광 칠산 앞바다

대동문화 84호 [2014 9,10월호]

최옥수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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