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예뻐졌대 다 그래 모두 놀래/못 알아보겠대 (Oh M God)/어디했어 뭐했어 모르는 소리 No (말도 안돼 No No Way)/바나나 한 개 계란 두 개/정말 피곤해 남들처럼 예뻐지는게/(넌 모를거야 죽었다 깨어나도 넌)/머리부터 발 끝까지/너무 너무해/신경쓸게 한 둘이 아냐/나도 너처럼 사랑받길 원했어/그래서 더 독하게/예뻐졌다, 매일 듣고 싶었던 말/정말 한번도 듣지 못했던 말 /달라 모든게 달라졌어 (Doo Roo Roo Roo)/예뻐졌다, 니가 보는게 전부가 아냐/전에 니가알던 내가 아냐/잘가요 My Love…’(박보람 2014 ‘예뻐졌다’ 중)

광주시 북구 용봉동 연습실에서 대중가요 ‘예뻐졌다’가 경쾌하게 들린다. 여성 5명이 연극연습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조금이라도 어색하거나 다른 배우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감독의 지청구가 이어진다.

이들은 광주에서 활동하는 여성 연극 소모임 꿈을 쫒는 극단 ‘막달’ 회원들이다. 10월 8일 광주여성재단이 금남로에서 펼치는 ‘2014 광주여성문화난장’의 연극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여성문화난장의 주제는 양성평등이다. ‘성 평등 광주, GO! GO!-광주여성의 백가지 이야기’를 슬로건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연극 모임 꿈을 쫒는 극단 ‘막달’도 이 날을 위해 ‘외모지상주의’를 주제로 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다. 잇다. 흔들다’라는 제목 아래 20분가량 펼쳐지는 게릴라 연극이다. 특히 작품 중 3번째 작품인 '흔들다' 편은 소중하고 개성적인 하나의 인격체로 태어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요즘에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날씬해야 한다는 등 외모지상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우선 보고, 듣고, 맡고, 몸으로 느낀 다음에서야 마음을 살필 여유가 생긴다. 철저히 시각에 지배받은 사회다. 요샛말로 외모도 스펙이고, 성형은 일상다반사처럼 번지는 게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성들은 성형을 하고 남성들은 탄탄한 근육질의 몸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취업을 할 때에도 면접 전에 자신의 외모를 얼마나 훌륭히 가꿔 준비를 하느냐가 관건이 되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외모도 경쟁력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올바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의 외모를 눈으로 보고 판단한 입력 정보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데 ‘선입견’이라는 기능으로 작동되기 쉽고 그만큼 오류를 낳을 가능성도 높다. 외모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사람의 성정까지 좌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외모 때문에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늘고 있잖아요. ‘흔들다’는 사회가 정한 아름다움의 기준에 쫓아가기 바쁜 우리 여성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과연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김지연 단원)

‘역차별’을 주제로 한 작품도 있다. 여성들은 성불평등에 대해 분개하고, 성 평등을 부르짖는다. 하지만 남성이라고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이를테면 같은 월급을 받는 직장에서 무거운 짐은 남성에게 미루고 똑 같은 실수를 해도 여성들은 웃음으로 어물쩍 넘어가고, 남성은 지적을 받는 일이 많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성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남성이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남성들이 겪는 사례들을 듣고 이를 종합해 ‘흔들다#2’에서 그려냈죠.” (추말숙 감독)

광주형 여성행복지표는 어떨까?
광주여성재단이 문화난장의 주제로 성 평등을 선택한 것은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성차별 문제를 되돌아보자는 데 있다. 그렇다면 2014년 10월 광주여성문화난장을 통해 돌아본 인권도시 광주의 성 평등 지표는 어떻게 될까?

광주여성재단은 지난 2월 여성·가족정책 이슈 젠더 브리프 제7호에 성 평등 지표를 조사해 발표했다. 광주시 거주 여성 1,200명을 대상으로 광주형 여성행복지표를 측정한 결과다. 조사 결과 전반적 행복감을 포함한 전체 평균 점수는 3.33으로 나타났다. 광주형 여성행복지표가 5점 만점의 척도로 구성되었음을 감안할 때, 중간 값인 2.5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광주여성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전국평균대비 약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행복’이란 개인의 ‘웰빙’ 또는 ‘삶의 질’과 유사한 의미를 가지는 개념으로 물질적 조건과 더불어 개인들의 주관적 만족감에 의해 결정되는 경험이다.

이어 광주형 여성 행복지표는 여성의 관점과 이해, 요구에 관심을 두고 개발하고 즉 여성의 관점에서 볼 때 ‘광주살이’가 어떠한지, 어떠한 요소들이 충족되어야 여성들에게 광주에서의 삶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축제, 여성들의 화합과 소통의 장이 되다!
최근 여성의 권익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각 단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여성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요구가 늘고 있으며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여성문화역량을 발휘하고 강화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 여성문화콘텐츠에 따라 지역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여성정책과 여성이슈를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의 장도 많아지고 있다.

광주는 그동안 여성정책 및 다양한 시도들의 긍정적인 평가로 5개 자치구와 함께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와 더불어 성 평등 광주도시 조성과 여성이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조성을 위한 민‧관‧학 3분야의 노력의 결실인 광주여성재단의 출범은 성 평등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여성이 행복한 도시’라는 명제를 위한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아직 우리의 여성들은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4광주여성문화난장은 10월 8일 시민들의 호응 속에 막을 내렸다. 다양한 여성들의 화합과 소통의 장으로서 성과가 있었다면 광주 여성의 백가지 이야기는 여성 행복지수를 높이는 충분조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극단 막달의 작품 ‘흔들다’ 시리즈는 대사가 없다. 음악과 배우들의 몸짓으로만 보여지고 읽혀지는 작품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이 없다고 메시지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광주여성문화난장은 내년에도 열릴 예정이다.

대동문화 85호 [2014 11,12월호]

한경숙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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