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안 잘 젼뎌야제. 초가집은 긍게 우리같은 서민덜 집이였제. 인자 이란 집이 있간? 없제? 긍게 나같이 애렸을 때 마람 이어본 사람도 을매 없은께, 인부가 귀허제.

옛날에는 겨울 동안 잘 젼딜라믄 마람부터 이었응께, 마을 큰 대사였제. 날씨가 쌔해지믄 손 없는 날을 잡아 햇곡식으로 인부덜 음식을 대짜로 맹글어놔야제. 글고 품앗이 해가꼬, 새끼를 꼬고 이엉을 언지고 용마람을 틀어올려야제. 집이 째간헌께 쉬와 보여도, 그거이 아니여. 장정이 5명이 넘어도 한 집 허는디 하루 꼬박 걸린당께. 물매를 쪽 잡아들에. 글고 잘 훌터줘야 써. 글고 처마에 새끼를 고정시키고 바람에 안 날아가게 꽉꽉 잡아놓제.

인자 요 초가 이엉 얹기도 우리가 아매 마지막이제 허네. 나락을 기계로 비어붕께 진 짚새기가 없어. 긍께 키가 훨썩헌 나락을 낫으로 비어갔고 새끼를 꼬제. 이엉 얹어 노믄 짚새기가 모타놓은 지붕이라 물이 새지도 안허고, 겨울에 포실포실 따땃허제. 글고 가을에는 흐건 박이 달댕이 맹키로 크게 뜨제. 글믄 하늘에도 달이 뜨고, 지붕 욱에도 달이 뜨제. 글고 지붕 밑에 참새들이 많이 살고, 지붕이 오래 되믄 굼벵이도 드글드글 허제. 제비들이 새끼를 치기 좋제. 긍께 흥부 복박은 초가지붕이라야 되제 잉. 복이 올라믄 초가지붕에 오제.

초가 지붕은 긍게 둥글넙적허제. 우리네 인생살이허고 똑같어. 모난 것도 읍고 날캄헌 것도 없고 싸나울 것도 없제. 인생 종 치고, 죽으믄 우리가 들어가는 무덤도 둥글넙적 허제. 우리 머리도 둥글넙적허고, 우리 허벅지도 궁딩이도 둥글넙적허제. 사람이 모다들 둥글둥글 새내끼가 모태믄 비가 와도 괘얀헌 거 맹키로 그라고 모타서 둥글둥글 우굴우굴 살아야 재미진 이야기도 나오고 존 일도 생기고 그라제.

그나저나 저라고 꺼믄 구름이 모락모락허니 하늘을 덮은 거 본께, 올해 새한은 살이 찢어져라 눈바람이 불겄구만. 요라고 추와도 자식덜 아직 못 찾은 부모덜 맴은 을매나 추울까? 옛날에는 집 없어갔고, 추운게 고라고 개고생을 했제만. 인자는 사람덜이 너무 쓸쓸헌께 추운 거이제. 긍게 맴이 추운 것이제. 하여간 요놈의 나라가 농민덜이나, 서민덜이나 허는 사람헌테는 그라고 종구고 훝어분께 빼빼 마르고, 부자들언 카만히 안거서 돈을 더 많이 번께, 그것이 사람 사는 본새가 아닌 거이제.

백성들 맴을 그라고 춥게 맹글믄 안되는 거이여. 싸늘헌 정치는 정치가 아니난 말이제. 요란 초가집맹키로 따뜻하게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식어분 눈물도 딲아주고 허는 거이 진짜로 서민 정치제 잉. 우리 같언 서민덜은 나라가 암것도 못해주니 사람덜이 인자 한국 사람 안 헐란다 허는 사람이 많제. 우리 같언 서민덜은 항시 춥고 배고프고 서러와. 긍게 우리덜끼리 못난 사람덜끼리 보듬어야 써.

1980년대 후반 낙안읍성

최옥수 기자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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