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상을 춤추게 만들고 싶은 발레리노, 김태환입니다.”

이제는 당당하게 나를 소개 할 수 있다. 광주시립무용단에서 올해부터 활동하게 된 신(新) 단원이다. 시립무용단원으로 무대에 서는 것은 오랜 꿈이었던지라, 입단한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무용단 연습실 문을 열 때면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신 단원으로서 가장 먼저 연습실에 도착해 거울 보며 몸을 풀 때면, 발레를 처음 시작했던 때를 떠올리곤 한다.

발레에 인생을 건 지금의 나에게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어릴 적 발레를 지독히도 싫어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의 손에 끌려간 동네 발레 교습소에서 처음으로 흰색 타이즈를 신었을 때는 창피함에 얼굴을 붉히며 엉엉 울고 말았다. 축구공을 더 좋아하는 남자아이였던 나, 발레는 너무나 끔찍한 활동이었다. 게다가 놀려대는 친구들에게 창피까지 당하자 발레교실에 다니는 것이 더 싫어질 수밖에…. 때문에 세상에 발레라는 것이 있다는 게 싫었고, 매일 발레로부터 도망 다녔다.

발레교실 대신에 몰래 오락실로, 놀이터로 도망을 다녔던 나에게 어머니는 혼을 내는 대신 약속을 하나 거셨다. 흔들리지 않고 다섯 바퀴를 돌 수 있게 되면, 원하는 대로 해주시겠다는 것이었다. 그날부터 매일 발레교실에 나가 회전 연습을 했다. 열심히 연습한 끝에 다섯 바퀴를 돌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순간을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그 후,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쳐주시던 어머니에게 어느 순간 계속해서 발레를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고, 놀리는 친구들과 주먹다짐을 하면서까지 발레교실을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발레를 조금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은 제일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볼쇼이 발레학교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외국에 대한 두려움보다, 춤추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기에 마음을 끌어당기는 러시아로 떠나게 되었다.

관객을 춤추게 만들고 싶다

유일한 남자 발레리노로서 언제나 칭찬만 받던 나에게 남자들로 구성된 반이 있는 볼쇼이 발레학교는 새로운 시작의 장이었다. 러시아에서 배운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닌 발레에 대한 정의였다. 발레라는 건 결국 무언가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예술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가장 높이 뛰는 무용수 보다는 낮은 곳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무용수가 되는 법을 배웠다. 화려한 회전보다는 자신의 생각이 담긴 손짓에 관객들은 박수를 쳐주었다.

발레에 대한 열망은 한국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볼쇼이 발레학교 선생님께서는 ‘관객을 춤추게 만드는 무용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선생님께서는 어깨를 강하게 잡으며 ‘한국의 관객을 춤추게 만들라’고 하셨다. 한국으로 돌아왔고, 무대에 섰다.

힘들 때마다 ‘관객을 춤추게 만들고 싶다’는 일념 하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특히 광주시립무용단에 입단하기 위한 4년의 준비기간 동안 이끌어 주었던 원동력은 러시아의 추운 공항에서 선생님에게 강하게 잡혔던 어깨의 온기였다.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은 축복

광주시립무용단에는 들어온 지금, 같은 꿈을 지닌 11명의 동기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같은 신단원들 중엔, 무용단에 들어오기 위해 연습 중에 발톱이 다섯 번 빠졌던 박세화, 초등학교 1학년 때 광주시립무용단의 공연을 보고 발레리나를 꿈꾸게 된 전진미와 같이 목표에 열중하는 동기들이 있다.

또한 국립발레단의 준 단원에 합격하였지만 광주시립무용단을 택한 김주현, 박사과정을 마치는 대신 무용단을 택한 한지연, 그리고 가족과 떨어져 부산에서 온 전혜윤, 경기도 광주에서 온 이은지와 같이 광주 시립무용단을 위해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해야했던 동기들도 있다. 그리고 오랜 객원생활과 군복무를 거쳐 입단하게 된 김희준, 진성우에서부터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입단한 막내 김진경까지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하였지만 광주시립무용단이라는 목표에서 만났다.

김유미 예술감독님 지휘 아래 많은 선후배들과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며,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다. 11명의 신 단원들은 함께 약속했다. 광주시립무용단이라는 그들의 발레 여정의 종착지에서 관객들을 위한 춤을 시작하겠다고. 우리는 관객을 춤추게 만들, 11명의 광주 시립무용단 신입 단원이다.

대동문화 85호 [2014 11,12월호]

김태환  -08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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