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는 ‘앞길의 행복을 비는 말’이라는 낱말로 순우리말이다. 비나리는 그래서 행운을 얻을 수 있게 해주고, 소원과 희망을 이루어지도록 힘을 돋우는 말이다. 장성 남면 ‘비나리 마을’은 원래 이름이 자풍마을이다. 마을 뒷산이 마치 복주머니 형상으로 마을을 감싸고 있다고 해서 복주머니처럼 행운을 주는 ‘비나리 마을’로 부르기 시작해서 이 이름이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1789년에 발간된 <호구총수>에는 이 마을이 ‘자은곡리’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구한말에는 ‘자랑곡’이라고 불렀단다. 일제 강점기 행정 구역이 분리되어 서쪽은 ‘자은(自隱)’, 동쪽은 ‘풍산(豊山)’이라고 불렸는데, 1980년대에 마을이 합쳐지면서 ‘자풍’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마을 입구에 사장정이라는 정자를 1996년 지어 마을의 단합과 풍요를 기원했다. 예전 사장이 있던 것을 기념한 것이다.

풍요로운 황토 단감마을의 무르익은 가을

마을 입구에서부터 온통 주황색 단감나무 천지다. 익어 부푼 토실한 감나무 열매를 보고 있으면 입에 단침이 괸다. 청포도가 ‘청빈’의 상징이라면 익은 단감은 ‘풍요’의 상징이다. 단감나무가 선 땅들은 전부 황토다. 가을이 무르익었다.

이 마을이 자풍마을로 명명되던 80년대 초부터 마을에 단감나무가 도입되어, 이제는 마을 전체가 단감 일색의 과수 농사를 짓게 되었다. 그러다가 2008년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하는 ‘농촌 전통 테마마을’이 되면서 ‘단감 황토 체험 마을-비나리’라는 이름을 새로 얻었다.

59가구 150여 명이 사는 비나리 마을은 농가가 47가구이고, 영유아가 3명에, 학생들이 8명에, 40대가 주축인 자풍 부녀회도 16명으로 조직되어 있는 ‘젊은 마을’이다. 주민자치위원회와 노인회도 조직되어 마을 사람들의 단합이 잘되고 있다.

농지 면적은 44㏊(논 : 32.2㏊, 밭 : 8㏊, 과수원 : 3.8㏊)로 크지는 않다. 광주 비아가 가까워 1시간 이내 출퇴근 거리여서 귀농, 귀촌한 마을 사람들이 많아졌다. 90년대 초 하우스 작물로 방울토마토 농사가 도입되면서 논농사와 밭농사, 하우스 딸기와 단감 농사로 부농 마을이 되었다.

훈훈한 정이 있는 친환경 황토 단감 마을

마을이 자랑하는 특산물은 ‘황토 단감’, ‘자풍 토마토’, ‘친환경 쌀’이다. 황토 단감은 야산 지역 경사지 황토 땅에 과원을 조성해 일교차가 커서 다른 지역 감에 비해 씨알이 굵고 당도와 육질이 뛰어나다. 1997년 전국 우수 과실 품평회에서 단감 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최첨단 자동화 시설이 완비된 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가 많이 나고 있다. 높은 당도와 풍미가 자랑거리. 농협과 전략 계약 재배하여 생산하고 있는 친환경 쌀도 있다. 자운영을 퇴비로 만들어 거름으로 주고, 화학비료를 줄이면서, 쌀겨농법으로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인증한 ‘친환경 인증 쌀’이다.

사시사철 풍요로운 인심이 넘친다. 비나리 마을이 알려지면서 ‘농촌 체험’을 오는 사람들이 많아져 체험 시설과 체험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마련했다. 10월 11월에는 과수밭에서 ‘황토 단감’을 수확하는 ‘단감 따기’ 체험이 있다.

또 바울 토마토는 하우스 작품이라 언제든 수확이 가능하다. 친환경 농산물로 만들어보는 ‘제빵 체험’도 있다. 우리밀 쿠키, 머핀, 피자를 만들어 먹는 체험은 도시 아이들에게 인기다. 자연 염료로 손수권이나 티셔츠를 물들여보는 ‘천연 염색’ 체험도 있다. 천연비누와 세정제 만들기 체험도 특화되어 있다.

늘상 이루어지는 이런 체험 프로그램에 단감채 국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여러 가지 체험 황동을 가미해 매년 ‘황토 단감 농촌 체험 한마당’ 잔치를 연다. 지난 10월 25일 마을 문화마당에서 열린 6번째 마을 축제에는 3백여 명이 초대되어 공연 행사와 단감 경연대회, 노래자랑, 압화 체험 등을 즐겼다.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단감 따기 체험인데 10㎏ 한 상자에 1만원의 체험비를 받는다. 도자기 체험, 단감 김치 만들기 체험, 볏짚 단감 꾸러미 만들기 체험에 발길이 이어졌다. 장성군에는 모두 5개의 축제가 있는데 이 중 마을에서 축제를 개최하는 경우는 이곳이 유일하다.

마을 개최 축제 프로그램은 비나리 마을이 유일

2008년에 농촌 체험을 위해 다목적 마을 회관이 만들어졌고, 농촌 체험관과 야외 체험장과 생태 공원이 마련되어 30여 명 정도가 숙식과 숙박을 할 수 있다. 한옥에서 느긋하게 잠을 자면서, 5가지 밑반찬과 토마토를 먹인 닭을 잡아 곰탕과 닭볶음탕으로 요리해주는 아침 밥상을 받으면 행복하다.

이정석 사무장은 “황토 단감 마을이 되면서 도시 체험객들이 자주 왕래하여 예전에 비해 활기차고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의 화합이 잘되어 깨끗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황토와 단감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단감을 매개로 하여 친환경 농촌문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도시민과 농촌간의 화합의 장으로써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축제로써 개최된다. 올해도 많은 분들이 입소문을 듣고 오셔서 마을 주민들과 황토 단감 축제를 즐겼다.” 이창희(51) 축제 추진위원장의 말이다. 이창희 이장은 서울에서 이 마을로 시집을 온 원조 귀농인이다.

이창희 이장은 마을의 비전에 대해 “황토 단감을 생산하는 친환경 마을, 매년 축제를 개최하는 마을, 기업형 체험 마을로서 도시민과 교류하는 도·농 교류 마을, 출향인이 돌아오는 공동체가 활성화된 마을이다. 지역민의 농가 소득을 높이고 도시민과 교류하며 지속적으로 귀농인이 있는 살기 좋고 항상 가보고 싶은 마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주황색 단감으로 마을 전체가 단풍든 것처럼 풍요롭다. 마을 뒷산은 노랗게 단풍이 들기 시작했고, 들녘은 황금 들판이다. 예전 이 마을은 뽕나무를 키워 누에를 치던 산골 동네에 불과했다.

단감 마을로 변신해 35년여가 지나 ‘비나리 마을’로 불릴 정도로 행복한 농촌 마을이 됐다. 그간의 가난이나 역경이 없지 않았을 것이나, 지금은 남도의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인심 넉넉한 문화를 간직한 마을이 됐다. 남도 농촌의 앞날의 행운을 비는 ‘비나리’를 하면서 마을을 빠져나왔다. 주황빛 감나무처럼 풍요로움이 물드는 고향 마을이다.

대동문화 85호 [2014 11,12월호]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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