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53’이라는 부제가 눈길을 잡아끈다. 여러 차례 중복되는 이야기가 나열되기는 했지만 인생의 노년의 지침서라고 할 만한 책이다. 노년을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노년이 불원간에 당도할 텐데 어떻게 노년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보낼 것인가를 저자의 삶에 비추어 말해주고 있다.

저자는 이화여자대학교의 정신과 교수로 의사로 50여 년간 봉직해왔다. 또한 30년을 넘게 네팔의료봉사를 해왔으며 40여년 넘게 광명보육원의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다. 봉사의 뜻은 다른 게 아니었다. “봉사를 하니까 인생이 더 즐거워졌다”였다.

그는 7가지의 병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 한 쪽 시력은 잃은 상태이다.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말에 깊은 위로가 숨어 있음을 나는 간파했다. 부부교수였던 아내와 사단법인 ‘가족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 교육 등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아내와 함께 출근하는 삶을 기쁘게 생각한다.

나는 나름대로 재미있게 산다

나로 말하면 나름대로 재미있게 살고 있다. 아침에 집안 일이 끝나면 산에 가고 날씨가 흐리면 먼저 시작하는 일이 ‘맹자 집주’를 쓰는 일이다. 한문을 쓴다는 게 재밌고 즐겁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기쁨이 있다. 그 때 커피 한 잔을 빠뜨릴 수 없다. 12시까지 쓰고 나면 오후에는 책읽기에 들어간다. 좀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6권의 책을 돌아가면서 읽는다. 독서가 부실해질까봐 정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

지루해지면 다운받아놓은 영화를 한 편 본다. 최근에는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세 번이나 보았는데 결국 책까지 구입하고 말았다. 이러니 놀 새가 없고 혼자라도 바쁘다. 밤에는 아파트를 서너 바퀴 돌며 노래를 부른다.

텔레비전은 뉴스나 좋은 다큐 아니면 보지 않는다. 드라마 한 편 보지 않으니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서 좋다. 그 대신 남들과 이야기할 때는 할 말이 없다. 침묵도 좋다는 생각이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두렵다. 늙는 게 두렵고 아프면 두렵다. 죽는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저자는 말한다.

“요즘 나는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눈을 뜰 때마다 신기하다. 주위에는 밤에 잠을 자다가 세상을 떠난 동창이나 선후배가 많다. 나 또한 내일이 반드시 예약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와! 오늘도 눈떴구나 하하하’ 하고 쾌재가 터져 나온다. 그 순간의 찰나적인 신비감이라니!” 또 소개하자면 일본의 하이쿠 시인 이싸의 시 한 구절을 소개하고 있다.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에도 모기에 물리다니!” 생각하면 슬프지만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고자하는 열망 속에 슬픔을 기쁨으로 환치시키는 생의 환희가 보인다. 나 자신이 노년을 맞고 보니 노인문제니 고령화니 하는 말들이 듣기에 불편한 적도 있다. 마치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처럼 ‘큰일이야’ 하고 말하는 소리는 질병처럼 들린다. 노년은 기다리지 않아도 순식간에 다가오던 것을….

노년은 느린 속도가 허락된 시간이다

어떻게 나이 듦에 대처할 것인가. 어려운 것 같지만 찬찬히 돌아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나이 들어 맞이하는 인생은 룸비니 동산과 비슷하다. 발견하고자 한다면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찾아낼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면 늙고 병들고 무기력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나이 듦의 전부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노년은 잔잔한 호수를 떠가는 나룻배다. 노년은 인생에서 느린 속도가 허락된 시간이다.” 그 느리고 풍부한 시간을 활용하여 수많은 경험을 통해 감각을 일깨우고 발견을 통해 인생을 즐기자는 것이다. “노년은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에서 충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기다. 생물학적으로 늙는다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우리의 늙어가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특히 사소한 분노를 잘 다스려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늙은이의 심술’로 지탄받는 것은 순식간이다. ‘성냄보다 더한 독약은 없다’는 법구경의 말씀이다. 자존감을 높여야 분노하지 않는다. 그리고 분노의 원인을 생각해봐야 한다. 석가모니가 ‘고요한 마음에는 분노가 없다’고 설파했단다. “화에 부드럽게 대처하는 지혜로운 현자가 바로 미래의 당신이기를 바란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임무를 충실히 했는데 최초로 폐쇄적인 정신 병동을 개방형으로 바꾸고 치료법으로 사이코드라마를 도입했으며 한국정신치료학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가족공동체를 실현했는데 십 년이 넘는 세월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살고 있다. 4남매와 그 가족들을 합해 13명이 함께 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함께 따로 또 같이 살고 있는 셈이다. 5개의 헌장까지 만들어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자세는 참으로 배울 만하다. 이 책을 읽는 보너스인 셈인데 읽으면서 깨닫고 실천하면 좋은 삶의 본보기가 될 듯하다.

대동문화 85호 [2014 11,12월호]

문향선 수필가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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